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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졌던 우리의 이야기

프랑켄슈타인 |2025.05.12 22:35
조회 194 |추천 0


14:20 늦게나마 도착한 너와 간단한 눈인사 뒤 미리 시켜놓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애써 하고싶었던 말을 삼킨다. 혹여라도 너가 내가 온 이유를 눈치챌까봐 강아지에게 과도한 시선을 주며 시간은 그렇게 2시간 정도가 흘렸다.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표면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진 시간들을 이제는 마무리 해야될 시간 이라고 생각했다.

16:05 당연하게 나의 차위치를 물으며 따라오는 너의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덥다는 너의 핀잔에 얼른 에어컨을 틀고 내비를 찍지 않아도 갈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운전대를 잡았다.


17:00 해야될일들이 많았기에, 지금 시간에는 얼마나 막힐지 걱정을 하던 찰나의 나에게 너는 아쉽다고 말했다. 그 모습을 보니, 해야될일들이 사라졌다. 그렇게 나는 너를 따라나섰다.


17:05 너무나 익숙한 그 공기와 향, 그리고 가구배치들은 야속하게도 모두 그 자리에 있었다. 다만, 캣타워가 더 튼튼해진 모습을 보며 괜시리 먹먹해졌다.


18:00 한참을 이야기하던 너가 나를 가장 그리워했던 이유를 말했다. 왠지모르게 가슴이 요동치고 가만히 앉아있질 못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술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이렇게 술이 반가운적이 있었던가? 생각하며 얼른 와인잔을 비우고 바로오는 취기에 그렇게 나는 누웠다.


19:30 누운지 얼마나 되었을까? 아직도 아픈머리지만 너는 선명하게 보였다. 그렇게 어린아이처럼,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던 때로 돌아가고 있었다. 너무 서툴었나? 생각하며 화장실로 향했다.


19:45 아까 마셨던 술과 물, 그리고 방금 일련의 사건들로 소변이 마려워졌다. 너는 소변보는 내 옆에 있고싶다고 했고, 그렇게 앉으며 나를 기다리는 너의 발을 쳐다보고 있었다. 문득 생각난 핸드폰을 찾으려는 나를 너는 한사코 말렸다.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광적으로 집착하는 나의 핸드폰을두고 너는 여러가지 질문을 했다. 나는 두려웠었다: 너무 달콤해서 우리의 세상에 영원히 갇힐까봐. 우여곡절 끝에 나의 핸드폰을 찾아준 너는 신경질적으로 나에게 건낸 뒤 소파에 앉았다. 우리는 또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표면적인 이야기가 아닌, 서로를 너무나 잘알고있는 두 명의 소울메이트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전에는 질투가 났을법한 이야기들이 아무렇지 않고 오히려 속시원했고 다른의미로 너가 나에게 모든걸 말해주는 것 같아서 복잡했다. 생각했다. 이런 믿음을 이전에 느꼈더라면 어땠을까?


20:10 어쩌다보니 또 침대로 오게되었다. 우리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들처럼 솔직해졌다. 주체할 수 없는 모습이 끝난 뒤, 갑자기 우는 너를 보았다. 아팠다고 우는 너의 모습에 너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있을거같다고 짐작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쏟아내는 너의 모습에 괜시리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아무런 필터링 없이 전해오는 너의 이야기를 들을때, 내가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사실이 너무 슬프고 미안했다. 그렇게 나도 눈물이 너무 많이 났다. 내가 지켜주지 못해서 였을까? 너가 너무 힘들어서 였을까? 그렇게 서로 한참동안 눈물을 흘리며 그간 쌓여왔던 감정들을 쏟아냈다.서로의 감정을 쏟아낸 뒤, 또 다시 우리는 예전의 우리 모습으로 돌아갔다. 마치 우리가 영원했더라면 할 수 있었던 것들을 몰아서 하는 느낌이었을까? 


22:00 다시 거실로 나와 있을때, 한통의 전화가 왔다. 너가 확인하고 싶었나보다. 확인하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렇게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마친 뒤, 갑자기 친구를 불렀다. 그렇게 친구가 오나마나 씨름을 하는 너의모습에 왠지 또 불안해졌다. 나는 너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거라는 것을 알아차린 뒤, 얼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너가 더 완전할 수 있기에 나의 존재는 너를 더 불완전하게 만들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22:30 결국 친구는 오지 않았고, 나는 그날 너와 같이 있기로 했다. 대신, 너를 그나마 완전하게 할수 있게 이것은 우리들의 비밀로 하기로 했다. 갑자기 너가 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억나는것은 내가 프랑켄슈타인을 닮은것과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너의 주변인이 나에대한 증오였다. 나에게는 어쩌면 꽤나 큰 영향력을 주는 이야기들이었지만 오히려 너는 심지가 굳었다. 그러고나서 너가 나를 왜 좋아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고는 너의 이야기를 해주길 바랬다. 너가 듣고싶어하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이쁘다고 했다. 귀엽다고 했다. 섹시하다고 했다. 다른 이야기를 해주고싶었지만 참았다. 그런 모습을 알기라도 하는지, 너는 계속 나에게 물어보더라, 하지만 말을 해주지는 않았다. 


23:00 나와의 만남 이후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웃겼다. 정말로 서로를 잘 알기에 할 수 있는 말들을 하며 우리는 10대의 학생들마냥 깔깔대며 별대수롭지 않은 말에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너와 이렇게 웃었던 추억들이 많이 떠올랐다. 정말 사소한 것들이 생각이 많이 났다. 어쩌면, 나를 위해 웃어주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만큼 우리는 너무 재밌었다. 너는 예리했다. 내가 어떠한 것을 좋아하는지, 공감을 받고싶어하는지 알고있는것마냥 행동해주었으니까. 애써 기억 한편에 묻어두었던 기억들이 떠오르며, 너무 많은 것들이 생각이 났다. 영화 오토바이 스윙 향수 여행 한남동 성수 이태원 압구정 신사 강남 서초 그러고 내가 사는 곳까지. 너무 행복했다. 너와 함께였으니까.


24:00 너는 갑자기 팩을 하더라. 그모습을 보며 잠을 청했다. 그렇게 한참 핸드폰을 하던 너는 갑자기 나를 또 깨우기 시작했다.


01:00 너는 순간순간을 영원히 하고 싶어했다. 그때는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못했다. 왠지 모르게 너가 안아달라고 할때마다 눈물이 났다. 눈물을 닦아주는 너는 입냄새가 난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코를 막고서 나에게 안아달라고 하는 너를 보면서 괜히 돌아누웠다.


02:00 어느 순간 너도 술이 깨고 피곤해보였다. 팔배게를 해달라는 너에게 내가 하고싶다고 했다.


06:00 팔이 떨어져 나갈듯아파서 보니, 내가 팔배게를 배고잤던게 아니었다. 너는 돌아누워서 내 팔목을 배면서 자고있었다. 일어나니 정신이 들었다. 빨리 집에 가고싶었다.


06:10 화장실을 갔다온 나를 보며, 너는 두팔을 벌렸다. 그렇게 우리는 어제의 기분을 그대로 이어가며 애써 밝은 아침의 빛을 외면했다.


07:10 너는 애써 침착해 보였다. 어쩌면 불같은 어제하루를 보내고 몇시간 자지 못한 우리의 체력도 한 몫 했을것이다. 나도 샤워를 하며 애써 잠을 깨보려고 했다. 그렇게 옷을 주섬주섬 챙기며, 우리는 그렇게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07:27 너는 3분만 있다가라고 했다.


07:57 너는 커피를 먹으라고 했다.


08:15 너는 분리수거할 유리병 캔들을 챙기라고 했다.


08:16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침이라 전혀 눈물이 나지않았음에도 서로의 눈빛이 많은것을 말해주고있었다.


08:17 굳이 마중 나가주겠다는 너를… 잠옷만 입었으니 나오지 말라고 나는 멈춰세웠다. 그렇게 너의 집 문을 사이에 두고 너는 고개만 빼꼼 내민채 나를 보라보았다. 한발 한발 물러서며 너가 내시야에 보이지 않았을때, 반대쪽 창문으로 너를 계속 보았다. 너도 당연하다는듯이 시야에 내가 사라지면 그 창문을 응시했다. 그렇게 창문을 보다가 너가 나에게 말했다. “너를 더 오래 담아두고 싶다.” 나도 그랬다. 그렇게 우리는 문앞에서 한참을 씨름하다 옆집의 문이 열렸다.


08:30 같이 엘배를 타던 사람이 다시 14층을 올라갔을때, 혹시나 너가 다시 내려오지 않을까 일부러 차를 바로 출고하지 않았다. 너가 좋아하던 카페를 갈까싶어서


08:35 그렇게 아이파크를 지나 나에게 너무나 익숙했던 길을 내비도 찍지 않은채로 집으로 향했다. 작년 이맘때쯤은 아이파크에서 있었던게 생각났다.



난 왜이렇게 이글 쓰면서 눈물이 나는지,,, 너네도 이런경험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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