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강사, 돌봄 강사, 늘봄 강사 위주로 소소하게 직업 활동을 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사실 저희 아들의 육아 난이도가 극강 헬(보스몹)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 요령 덕분에 웬만한 힘든 아이들은 전부 제 편으로 만들어 즐겁게 수업을 해 왔고요. 작년부터는 늘봄 강사로 채용되어 마찬가지로 즐겁게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작년에 가르쳤던 아이들 몇몇은 아직도 연락하며 지낼 정도로 재미있게 일했습니다.그래서 올해는 일주일 모두 늘봄 강사로 지원한 이유 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개편된 늘봄> 때문에, 1년을 채우지 않고 그만두고 싶어집니다. (보통 1년 단위로 계약함)
주된 이유는…1. 수업 중 ‘금쪽이’ 케어
작년까진 제가 일하던 학교에서는 늘봄 교실에 늘봄 담당 선생님이나 틈새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에, 저희는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한 반에 평균 1~2명 있는 금쪽이들이 난리를 치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수업에 방해되는 행동을 했을 때, 그분들이 전담으로 아이들을 진정시켜 주셔서 수업에 큰 지장이 없었죠.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릅니다. 한두 명의 금쪽이들이 울거나 문제를 일으켜도 강사 스스로 수업을 멈추고 아이들을 진정시켜야 하니 진이 빠집니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너무 미안하고요.
2. 교문까지 지도
교문까지 지도… 이건 정말… 아이들이 이미 교문 가는 법은 다 알고 있는데, 굳이 저희가 해야 하나 싶어요. 아이들이 없어지면 저희 책임이 되니, 놀이터로 뛰어가는 아이가 있으면 잡으러 가야 하고, 가끔 늦게 오시는 학부모님을 기다리는 일도 있습니다.
3. 아이들 개개인의 학원 시간 및 하교 스케줄 관리
우리가 아이들 비서도 아닌데, 아이들마다 방과후 스케줄과 하교 시간이 전부 다릅니다. 그걸 일일이 꿰고 있어야 하고, 그 시간에 맞춰서 아이들을 내보내야 해요. 초반엔 아이들 이름도 다 못 외웠는데 몇 번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 나가자” 해도 나가는 척하고 다시 들어와 활동에 계속 참여하는 아이도 있었고요. (애 얼굴도 이름도 몰라서 돌아온지도 몰랐음...이럴 땐 아이 스케줄 놓쳤다고 어머님이 민원 넣으십니다.)
늦게 나가거나 일찍 나가서 학원 버스를 놓치면 화내시는 어머님들도 계시고, 아이가 스케줄을 착각해서 늘봄 교실에 안 오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전화해서 진상 부리는 학부모도 있고요…
이게 뭐가 힘드냐 하실 수 있지만, 저는 한 반에 20여 명, 일주일 기준으로는 90~100명의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아이들 대부분 스케줄이 다 다르고, 학원이 바뀌면서 일정을 바꾸고 통보만 하는 학부모님들도 많습니다. 그러니 수업 준비보다 아이들 일정 케어에 더 집중해야 하게 되죠.
저랑 같이 일하시던 분 중 한 분은 3월 말에 그만두시면서 “나는 탈출~!” 하고 떠나셨어요. 저도 "그래도 1년은 채우자"에서 " 요즘은1학기만 채우자"로 마음이 바뀌고 있는 중입니다.
올해 늘봄 정책,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지... 학부모들이 마음 놓고 일하실 수 있게 만든 취지는 이해합니다. (맞벌이가 아니면 돌봄 신청 순위에서 밀리기도 하니…) 그런데 현실은, 집에서 쉬시면서 학교 끝나고 아이들 학원 가기 전까지의 ‘잠깐 돌봄’ 용도로 보내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
결국 저는 강사가 아니라 보육 도우미, 청소 도우미, 학원 스케줄러가 된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