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목의 벽
유문호
한낮, 휘어진 골목을 돌아 나오다 언뜻 보았던 낙서 한 줄.
―네가 없는 답답한 이 골목을 빠져나가고 싶다.
언덕 제일 높은 곳에서부터 골목길을 따라 내달리던 무수한 낙서들. 십 분이면 내려올 골목길을 한 시간을 버리고서야 내려왔다. 지극히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새끼줄처럼 엮인 그 골목길의 벽.
골목으로 내달리던 벽이 끝나갈 무렵 전철역이 나타났다. 갑자기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차들은, 푹푹 한숨을 내쉬며 어디론가 흘러갔다. 나는 전철 역 앞에 서서 한숨 말고 사람들의 가슴을 베어간 그 골목의 벽을 생각했다.
아무 말 하지 않는 건 무관심 때문이 아니다. 도무지 말로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분명 있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나를 들키고 난 뒤에 오는 먹먹함을 차마 견뎌내기 어려운 까닭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나도 그 벽에 너는 꿈에도 모를 낙서를 했다.
벽도 누군가의 가슴을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