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일상 공개, 홍보 대신 부담도
변화한 환경 속 전략 모색 절실한 관찰 예능 장르
‘나 혼자 산다’ 스틸컷
[헤럴드POP=김나율기자]방송사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관찰 예능은 유튜브에 흡수됐다.
작품 홍보와 상품성 강화를 기대하며 일상 브이로그 출연 및 제작까지 동시에 나선 스타들은 결과적으로 콘텐츠로만 소비됐다. 방송은 차별성을 상실했고, 스타의 서사는 개인 채널 안에서만 재생산되고 축적된다.
방송사와 스타 모두 뚜렷한 이익을 거두지 못하는 이 구조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관찰 예능의 자기잠식 ▲유튜브 플랫폼의 목적화 ▲소비 패턴의 변화 등 복합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수치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지상파 주요 관찰 예능의 시청률은 최근 3~5%대에 머무는 반면, 스타 개인 유튜브 채널의 영상은 한 편당 수십만에서 많게는 수백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한다. 편집된 방송 형식은 개인 브이로그가 제공하는 ‘날것의 매력’을 따라가기 어렵고, 스타 역시 유튜브에서 확보한 팬덤을 본업이나 작품 홍보로 연결하는 데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자기잠식에 빠진 관찰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캡처관찰 예능의 대표격인 MBC ‘나 혼자 산다’, ‘전참시(전지적 참견 시점)’ 등은 스타의 일상과 개인적인 서사를 다뤄 한때 10% 안팎의 시청률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시청률과 화제성을 위해 인기 인물 위주의 반복적인 포맷과 유사한 연출은 자기잠식을 초래했다. 포맷이 반복될수록 시청자들은 새로운 인물, 더 독특한 일상을 원했다. 방송에서 보기 힘든 톱스타가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날것의 일상을 공개할 때마다 시청층도 옮겨갔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스타 개인 유튜브 채널에 따른 일상 공개 빈도가 늘어나면서, 관찰 예능과 스타 브이로그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졌다.
그럼에도 예외는 존재해 왔다. 최근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한 이세희는 마치 ‘여자 기안84’ 같은 독특한 모습을 보였다. 방송 직후 해당 회차 시청률은 직전 평균 대비 소폭 상승한 5% 초반대를 기록하며 순간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순간적인 주목은 가능하지만, 새로운 스타 발굴과 지속적인 화제성 유지는 쉽지 않다.
단순 홍보 수단에서 자체 브랜드 된 유튜브란 플랫폼
고소영 유튜브 캡처스타들이 유튜브 시장에 처음 진입했을 때, 초기 채널은 주로 ‘짠한형 신동엽’, ‘노빠꾸 탁재훈’, ‘요정재형’ 등 본업 홍보를 중심으로 한 토크쇼 형식이었다. 이후 스타들은 단순 출연을 넘어, 직접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팬과 직접 소통하고 작품을 홍보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개인 채널은 본래 작품 홍보와 활동 소개를 목적으로 시작됐지만, 구독자와 조회 수를 기반으로 영향력이 커지면서 의도와 달리 개인 브랜드화 됐다. 채널 유지를 위해 일상을 꾸준히 공개하게 되면서 관찰 예능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됐고, 스타 역시 반복되는 일상 공개 속에서 본업보다는 콘텐츠 소비 대상으로 머무르게 됐다.
유튜브를 통해 상품성을 강화하려던 스타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배우 고소영은 최근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유튜브를 하고 나서 유튜브 얘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 어딜 가든 ‘유튜브 너무 잘 보고 있어요’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출연한 MBN ‘오은영 스테이’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고 털어놓으며, 채널과 본업 간 괴리감을 솔직히 토로했다.
드라마 편성 문제로 작품 출연 간격이 길어진 배우 이민정은 팬과의 소통 창구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일상 공개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채널 개설 이전에 촬영을 마친 드라마와 임신 전 촬영을 끝낸 작품 모두 편성 지연 등으로 인해 약 3년간 공백이 생기면서, 작품 홍보 수단으로는 활용하지 못했다. 유튜브 채널은 개인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그만큼 꾸준한 일상 공개의 부담도 커졌다.
MZ세대의 빨라진 콘텐츠 소비 습관
유튜브 채널 ‘엠뚜루마뚜루’ 캡처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 변화는 관찰 예능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편집된 방송을 불특정 다수 시청자에게 제공했지만, 스타 개인 유튜브 채널의 성장과 함께 시청자들은 원하는 인물의 특정 장면만 선택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으로 이동했다. 개인 유튜브를 통해 스타의 일상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관찰 예능 속 스타의 일상도 궁금하거나 화제가 된 부분만 클립으로 확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결국 관찰 예능은 빠르고 직관적인 유튜브 소비 패턴에 맞춰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되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짧고 즉각적인 콘텐츠를 선호하는 성향이 강화되면서, 긴 러닝타임의 본방송만으로 시청자를 확보하기 어려워졌고, 기존 편집 방식과 구성은 단점으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스타들은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며, 본업 활동과 시간 조율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팬들의 관심이 점차 작품보다 유튜브 채널 속 스타에게 집중되면서, 본업 홍보 효과는 제한적이다. 결과적으로 스타들은 채널 유지와 본업 사이에서 장기적인 부담을 안고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며, 경우에 따라 이러한 부담으로 유튜브 활동을 중단하거나 장기 휴식을 갖는 경우도 있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4’ 스틸이처럼 관찰 예능과 스타 개인 유튜브 채널 모두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의 패권이 유튜브로 옮겨가면서, 지상파·종편 관찰 예능이 과거와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스타들이 개인 채널을 운영하는 이유는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쌓기 위해서다. 관찰 예능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맞게 보여줘야 할 지점이 있지만, 개인 채널은 상대적으로 자유도가 높은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방송에서 유튜브로 권력이 이동하는 흐름은 어쩔 수 없다. 소비자들은 정확히 타켓팅 된 이야기들을 선택적으로 보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그래서 현재 관찰 예능은 유튜브를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정 시청층에 맞춘 출연진을 기용하고, 정확히 타켓팅 된 시청층을 공략하려고 하지만, 시청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고통스러운 작업이기도 하다. 이는 기존의 것을 버리고 바뀌는 트렌드에 따라 중간 지점을 찾으려는 결합의 과정”이라며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처럼 유튜브 친화적 인물인 기안84와 빠니보틀, 덱스 등을 투입해 중간지대를 찾고 있다. 시청률과 트렌드를 동시에 겨냥하는 접점을 찾는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