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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는 다른 스타트업 이별 대행업체

내하네하그합 |2025.11.25 13:54
조회 252 |추천 0


"별말 없었나요?"

"네, 다른 말들은 없었습니다. 다만, 추가 금액이 발생했습니다."

"추가 금액이요?"

"계약서 명시된 것처럼 원래는 뺨 2대 정도만 맞는 것으로 우리가 얘기했잖아요? 그런데 그분이 뺨을 안 때리시더라고요."

"그러면... 가격이 더 낮아져야 되는 것 아닌가요?"

"배를 가격하시더라고요. 그것도 맨손으로요..."

"아... 걔가 그럴 애가 아닌데..."


의뢰인들은 항상 이런 식이다. 맞다. 그럴 사람 아닐 거라는 것 잘 알잖아. 그런데 정작 헤어질 당시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누가 알 수 있을까? 아니지. 난 알 수 있지. 항상 사람들 앞에서 보니까.


원래 둘은 사내 커플이었다고 한다. 직장을 다니다가 남자가 이직을 하고, 여자는 남겨지고. 이직하고 나서 새로운 여자들이 눈에 밟히는 거지. 후임으로 신참이 들어왔는데, 첫눈에 보자마자 지금까지 사랑했던 시간들이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거미의 기억 상실도 아니고... 기억 상실이어도 이렇게 바로 잊을 수가 있을까? 새로운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것이지. 의뢰인은 퇴근 후에 여자를 만날 때도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루는 의뢰인이 말을 탄 사내가 골프채라고 해야 하나, 그런 채를 들고 앞으로 돌진할 것 같은 마크가 그려진 하얀 셔츠를 입고 출근을 했다. 물론 신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나 이런 것도 입어. 재정 능력 좀 된다. 일반 스파 브랜드를 입고 다닐 거라고 생각하면 착각이야. 어때? 좀 괜찮아 보이지? 물론 팔뚝에 네 개의 라인이 그려진 셔츠를 입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너무 과하잖아. 나도 살 능력은 돼. 그렇지만 아메리칸 캐주얼의 정석은 뭐다? 맞아. 딱 그 정도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셔츠. 뭐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그렇게 회사에서 은밀하게 어필할 것은 다 하고, 퇴근 후에 여자를 만나러 갔다. 카페에서 만나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이리저리 얘기하는데 귀에는 아무것도 안 들어온단다.


"과장님 개 꼰대라니까, 뜬금없이 막 보고서 왜 이렇게 썼냐고 얘기하는 거야. 그래서 그거 전에 과장님이 얘기해서 수정한 부분이다 하니까 뭐라 한 줄 알아? 내가 언제? 그게 할 말이야?"

" 아... 그렇구나"

" 오빠 피곤해?"

"아... 아니야... 나도 생각이 많아서."

"왜? 무슨 일 있어?"


있지. 그럼. 미안해. 새로운 사람이 내 가슴에 들어왔어. 내 가슴은 하나인데 두 개의 태양은 뜰 수 없잖아. 태양이 가슴에 두 개면 나는 불타오를 거야. 딱 하나면 돼. 이제 넌 달과 같은 존재라고 할까? 차갑게 식었지만, 아직 빛은 살아있는? 물론 보름달은 아니고...


"아니야. 그냥 조금 일이 많아서 그런지 힘드네."

"힘 좀 내. 우리 이제 보기도 힘든데, 한 번 볼 때 즐겁게 봐야지. 이게 뭐야. 오빠."


하면서 자신의 품에 기대는 여자를 보고 의뢰인은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거 셔츠 정말 아끼는 건데... 제발 얼굴에 힘줘서 기대지 말고... 살짝만 빼줘. 부탁이야. 파운데이션 지우기 힘들어. 입술은 더더욱 안돼. 너의 틴트가 내 셔츠에 닿는 그 순간은 내가 정말 견디기 힘들 것 같아 제발.


"혜리야. 이만 갈까?"

"벌써?"


생각해 보니까 보고서의 마지막 문장을 체크해 봐야 된다는 말과 함께 여자는 남자를 데려다주고 황급히 내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셔츠에 기대는 것을 싫어할 정도면 어느 정도입니까?라는 물음과 함께.


"그럼 얼마가 추가되는 거죠?"

"정확히 3대 맞았습니다. 보통 한 대당 2만 원 총 6만 원인데 5만 원으로 해드릴게요."

"걔는 주짓수를 배웠습니다."

"그래서 주먹이.. 그렇게... 네? 주짓수랑 주먹이랑 무슨 상관이죠?"

"그래서 그럴 애가 아니라고 말씀드린 거예요."

"저기요. 선생님. 암바 걸렸잖아요. 그럼 가격 더 비싸요. 아무튼 선생님이 원하시는 대로 깔끔하게 해드렸습니다. 아주 깔끔하게."

"알겠습니다. 계좌로 돈 보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나중에 또 이럴 일 있으면 부탁드리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이렇게 한 건이 또 마무리됐다. 나는 사람들의 이별을 대신해 준다. 나는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 막연하게 성공하고 싶었다. 난 성공이 간절했다. 무자본의 창업이 어디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창업을 했다. 돈은 얼마 들지 않았다. 사무실? 예전에 동네에 친한 아는 형이 권투 체육관을 오픈했다. 형에게 연락해 체육관 운영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형의 공간에 나의 사업을 조금 진행해 봐도 될까란 질문에 형은 흔쾌히 권투 글러브 낀 주먹으로 5대 이상 맞아서 버티면 해준다고 답변했다. 정확히 2대를 맞고 쓰러졌지만, 2대 맞는 패기에서 나의 열정을 봤다고, 체육관 운영시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진행해도 된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나는 아는 형의 체육관에서 나만의 사무실 같지 않은 사무실을 조용히 차리며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사무실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냥 링 옆에 테이블, 의자 2개 끝. 난 이별 대행 업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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