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사립유치원 원장님들께, 그리고 선생님들께

슬픔 |2026.03.19 23:45
조회 8,564 |추천 45
화력이 필요하여 카테고리를 지키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1년부터 2018년 2월까지 사립유치원 교사로 근무했고, 현재는 결혼 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이들을 모두 재우고 집안일을 하다 휴대폰을 보던 중, 독감으로 교사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처음 든 생각은 아, 어떻게 해
두 번째는 여전하구나
그리고 세 번째는 후배 교사들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그만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상황이 저절로 바뀌기만을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저는 8년 동안 네 곳의 유치원에서 근무했습니다.
저또한 좋은 유치원을 찾아 다녔죠
하지만 주변 동료, 선후배들의 이야기를 모두 종합하면, 거의 대부분의 교사들이 열정페이와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새벽 2~4시 퇴근이 기본이었고, 주말 출근도 일상이었습니다.
초임 시절에는 집에 가지 못하고 3일 동안 쪽잠을 자며 일한 적도 있습니다.
아프면 눈치를 봐야 했고, 대체 인력이 없어 몸이 아파도 출근해야 했습니다.

독감으로 단 하루 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저를 대신해 업무를 맡았던 교무부장이
교사는 체력 관리도 실력이다. 아프면 아이들은 누가 보냐
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야근을 해도 추가 수당은 없고, 경력 교사는 오히려 호봉이 깎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토요일 하루 종일 행사를 하고, 저녁에 회식을 하며
다른 원은 짜장면 사준다던데 우리는 뷔페 사주잖아
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어렸을적부터 함께 살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선생님에게 할머닌데 슬퍼? 하며 장례치루는 기간동안 출근 안한것을 못마땅해 합니다.

공부해서 국공립으로 가라는 말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초임 교사들은 모릅니다. 이 환경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퇴사하며 후배에게 사립은 희망이 없다. 여유가 된다면 국공립을 준비하라고 말했습니다.
그 선생님은 1년 뒤 퇴사해 국공립 교사가 되었고, 저는 그게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공부를 하려면 시간과 돈이 필요하고, 그 여유가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또한 국공립만으로는 모든 아이들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립도 함께 개선되어야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사립유치원의 환경과 교사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세요.

제 아이 둘을 국공립에 보내보니, 교사들의 근무 환경이 훨씬 나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국공립 교사들도 힘들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덜 힘들다의 문제가 아니라, 사립의 환경이 비정상적으로 열악한 것입니다.

국공립 만 3세 정원은 약 14명입니다.
사립은 보통 18~22명입니다.

혹시 우리 원은 안 그런데요?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내가 괜찮다고 해서 모두가 괜찮은 것은 아닙니다.
주변을 한번만 더 돌아봐 주세요.

원장님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라도 바뀌어야 합니다.

선생님들.
정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그 이상은 자신의 몸을 망가뜨릴 정도로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픈 교사를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세요.
학기 중간에 그만두는 교사를 쉽게 책임감 없다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죽는 것보다 그만두는 것이 낫습니다.
서로에게 따뜻한 동료교사가 되어주세요

그리고 학부모님들께도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학부모가 되어보니, 좋은 학부모가 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도 조금만 노력해 주세요.
선생님의 입장을 한 번만 더 헤아려주시고, 작은 실수는 너그럽게 넘겨주세요.
유치원을 선택하실 때, 교사의 근무 환경도 함께 고려해 주세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듯,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합니다.

이 글이 큰 변화를 만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누군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흔들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남깁니다.
고작 글을 쓰는 것밖에 할 수 없어 죄송합니다.

이름 모를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45
반대수8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