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전에는 엄마랑 사이가 좋았고 결혼하고 나면 우리 엄마 보고 싶어 어쩌나 애틋하고 슬픈 마음에 식장에서까지 엉엉 울었는데 살면 살수록 오히려 친정엄마가 점점 미워지네
전 세입자 나가는 거 기다리다가 늦게 신혼집 리모델링 하고 공사 딜레이되고 와중에 남편 직장도 옮기고 직후에 시아버님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치시고 이래저래 일이 많이 생겨 예상치 못하게 시부모님 댁에서 반년 넘게 얹혀사는 중이다
아들보다 네살이나 연상이고 맞벌이라 집안일도 잘 못하는데 얹혀살게 된 며느리 미워하시면 어쩌나 전전긍긍한 게 무색하게 이사들어온 첫날 치킨 두마리를 시켜놓고는 닭다리 네개를 전부 내앞에 갖다주시며 이제 우리 가족이라고 웃으시던 얼굴이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우리엄마는 단 한번도 다리는커녕 날개도 나 준 적 없는데... 너는 얼굴은 그저 그래도 날씬하니까 남자들이 얼마나 좋아하냐며 젊을때 관리해야 나이들고 고혈압이니 뭐니 안생긴다고 뻑뻑살 챙겨주는 게 그땐 왜 고맙다고 생각했을까...
행주 빠는데 손 튼다고 걱정하시다 마무리하고 나니 당신은 조금씩 아껴쓰시는 크림 열어 내 손에 왕창 발라주시는 시어머니 보고있으면 회식하고 들어왔더니 딸ㄴ이라고 하나 있는게 술먹고 놀러다니느라 걸레질하나 안해준다고 거실바닥에 빨래고 쓰레기통이고 죄 내팽겨치던 엄마가 생각나더라 그날 불효녀 된 기분에 울면서 청소했는데
나 퇴근 전에 배달음식 시켜 나몰래 엄마 혼자 먹다 들킨 적도 여러번... 그때마다 우리엄마 젊어서 고생만 하고 저런것도 얼마나 먹고싶었을까 생각하며 잘됐다, 나도 친구랑 저녁 먹고 들어온건데, 이런 거짓말로 때우곤 밤에 몰래 계란후라이에 밥비벼 먹으며 돈 많이벌어 우리엄마 몰래 안먹고 당당히 먹게 해줘야지 생각하며 울었다
엄마는 수시로 니가 나한테 해준게 뭐냐고 울었고 나는 그런 엄마한테 해준게 없다는게 너무 미안해서 같이 울었는데 결혼하고 나니 남편도 시부모님도 하물며 어린 시누까지도 나한테 뭘 해달라고 조르지 않네 오히려 늦게 퇴근하고 들어오니 남편은 주차장까지 내려와있고 어머님은 밥은 먹었냐며 걱정하시고 시누는 종이봉투에 빵을 잔뜩 담아놓곤 요즘 유행하는 건데 새언니 주려고 오빠안주고 남겨놨다고 뿌듯해한다
못먹었기는 한데 다들 식사하셨지 않냐고, 그냥 계란 한두개 부쳐서 밥 비벼먹음 된다 하니 시아버님이 그러지말고 우린 들어가 일찍 잘거니 시누까지 셋이서 젊은애들끼리 뭐라도 시켜먹으라 하시며 새아기 배고플테니 빨리 뭐 좀 시켜보라고 남편 등을 뚜드리시고...어머님은 이렇게 늦게 올줄 알았으면 남편더러 회사까지 데리러 가라 할 걸 그랬다고, 이쁜 며느리 누가 잡아가면 어쩌냐고 남편만 등짝 두대를 더맞고...
결국 시부모님까지 다섯이서 족발을 시켜먹고 배가 불러서 못자겠다는 시누의 지휘 하에 다같이 아파트 산책로를 빙빙 돌았다 아버님은 내가 휠체어를 밀어주는 게 제일 좋다고 하시면서도 힘들면 이놈 시키고 새아가는 손만 얹고 있으라고 남편 옆구리를 쿡쿡 찌르시고 다같이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들어왔다
맛있는 게 있으면 나 몰래 먹던 엄마, 내 옷장에서 옷 훔쳐 중고마켓에 팔던 엄마, 내 생일에 친구들이 화장품을 사주면 당연히 자기 거가 된다고 생각하는 엄마...엄마는 평생 날더러 이혼한 아빠가 자기에게 버리고 간 짐이라 했고 나는 짐덩어리 맡아 길러준 엄마한테 너무 고맙고 미안했는데 원래 부모라는게, 가족이라는게 이런건가, 나 빼고는 다들 이렇게 살고 있었던 건가 싶어져 자꾸만 친정엄마가 미워지네... 어떻게 해야 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