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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설화(雪化)

sOda |2004.03.20 12:04
조회 745 |추천 0

설화(雪化)


 

달나미들은 소란스러워진 집을 빠져나와 모여 있었다.


“비조가... 비조가 잡힌 것 같아요.”


달나미들은 말없이 말에 올랐다.

 

담이는 급하게 말고삐를 붙잡았다.


“뭐하는거에요? 이대로 돌아 가려구요?”

 

“말에 오르시오.”

 

“안돼요! 비조를 남겨두고 갈 순 없어요!”

 

“......비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

 

“저들이 무언가를 알아낼 수는 없을 것이오.”

 

“그 말 뜻은...대체 뭐죠?”

 

“임무를 실패했으니 비조도 책임을 져야하오.”

 

“뭐, 뭐에요... 그 말은... 비조가 자결이라도 해야한단 말인가요? 그런 뜻이에요?”


달나미들은 대답이 없었다.


“난 절대 단념 못해요! 비조도, 사람이에요. 죽고 싶은사람이 어디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소. 우린 돌아가야 하오.”

 

“정 가겠다면, 당신들이나 가요. 난 비조를 구해야겠어요.”

 

“무모한 일을 벌이지 마시오. 우리가 떠나는 것도 비조를 믿기 때문이오. 당신은... 믿을
수 없소.”

 

“좋아요, 그럼 날 막아보시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담은 집쪽으로 날다시피 뛰었다.

 

두명의 달나미가 담이를 잡기위해 앞으로 튀어나가려 하자, 명령을 내리는 아리가 손을 들어 둘을 제지했다.

 

담이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담이는 숨을 죽이고 담 안쪽을 살피고 있었다.


 

“비조를 믿기 때문에 떠난다고...? 자결할걸 믿는다는 뜻이잖아. 젠장... 무슨놈의
동료들이 저따위람...”


 

하지만 맘과는 달리 이젠 집안에 몸을 숨기고 들어가는것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경비는 더 삼엄해졌고, 온 집안을 횃불로 환하게 밝혔기 때문이었다.

 

먼저 비조가 있는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했다.

 

담은 한참을 살피고 기다린 후에야 경비가 조금 허술한 뒤뜰로 잠입할 수 있었다.

 

병사 하나가 소변을 보려는지 혼자서 어두운 뒤뜰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담은 그림자 속으로 몸을 한껏 숨겼다.

 

병사가 바지춤을 내리자, 담은 소리없이 병사의 뒤로 돌아 입을 막은 후 목에 단검을
겨누었다.


 

“침입자를 잡아둔곳이 어디냐?”


 

병사는 서늘하고 날카로운 검 끝의 기운에 떨며 겨우 입을 열었다.


 

“뒤...뒤쪽... 곳간입니다요...”


 

병사를 겨누던 단검이 담이의 손바닥에서 핑그르 돌며 칼손잡이가 병사쪽으로 향했다.

 

담은 칼손잡이쪽으로 병사의 머리를 가볍게 쳤고, 병사는 이내 기절해 쓰러졌다.

 

담은 지붕을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집안이 너무 밝았기 때문에 지붕에서도 쉽게 움직일수는 없었다.

 

담은 최대한 몸을 낮춰 곳간쪽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곳간 가까운 곳에서 땅을 딛은 담이는 위험한 순간을 여러 번 넘겨야 했다.


 

“무슨소리 듣지 못했나?”

 

“글쎄... 듣긴 들은거 같은데...”


 

지나가는 병사들의 머리 위에는 지붕 끝을 붙잡고 아슬아슬하게 담이가 매달려 있었다.

 

병사들은 주변을 경계했지만 머리위에 사람이 있을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채 다른
곳을 살피기 위해 자리를 떴다.

 

집 곳곳을 병사들이 정찰을 돌고 있었다. 

 

하지만 자객이 비조 하나뿐이라고 생각한건지, 곳간근처 경비는 의외로 허술했다.

 

아마, 나머지 병사들은 집 주인의 처소에 밀집되어 있겠지.

 

곳간앞을 지키는 두명의 병사중 한 명은 목이 따끔한 것을 느끼자마자 풀썩 쓰러졌다.

 

또다른 병사가 놀라 쓰러진 병사를 잡는 순간, 급소를 노린 담이의 정확한 일격에 코를
땅에 박으며 넘어졌다.

 

담은 쓰러진 병사들을 질질 끌어 곳간안으로 들어갔다.


 

“헉...!”


 

곳간에 들어서 주위를 살피던 순간, 담은 소릴 지를 뻔 했다.

 

밧줄에 매달려 있는 비조의 몰골이 너무나 끔찍했기 때문이다.

 

한차례의 고문이 이미 끝난 후였다.

 

찢겨진 상처와 떨어져 나간 살점으로 비조는 피투성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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