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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으짜라고(?)

큰가방 |2004.03.20 20:27
조회 8,193 |추천 0

3월의 하순에 접어들자 날씨는 이제 완연한 봄의 날씨로 변하여 갑니다. 도로의 양지쪽에는
어느새 이름 모를 새싹들이 파릇파릇 움이 터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농촌의 들판에는
농부들이 벌써 퇴비를 트랙터에 실어와 논바닥에 깔기 시작합니다. 이제 다시 시작될 농사
철을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저는 오늘도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전남 보성군 보성읍 봉산
리 덕정 마을을 향하여 달려가다가

 

덕정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정골이라는 곳의 독립가옥을 향하여 천천히 농로 길을 달려가고
있는데 길 왼쪽 양지바른 논둑에서 할머니 한 분이 혼자서 열심히 무엇인가를 뜯고 계십니
다. 그래서 "할머니 혼자서 무엇을 하고 계세요?" 하고 제가 묻자 할머니께서는 저를 보시
더니 빙긋이 웃으시며 "으~응! 거시기 쑥 좀 캐고있어!" 하십니다. 그러고 보니 논둑 옆의
양지쪽에는 어느새 지난 추위를 이겨낸 쑥들이 파릇파릇한 싹들을 내어놓고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할머니 쑥 많이 캐시면 저 조금만 주세요!" 하고
할머니께 말씀을 드렸더니 할머니께서는 또 다시 빙그레 웃으시며 "그라문 이따가 우리 집
으로 와!" 하십니다. 저는 쑥을 캐고 계시는 할머니를 뒤로하고 다음 마을로 도 다음 마을
을 향하여 달리다 보니 어느덧 봉산리 끝 마을인 삼산 마을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고 삼산
마을의 맨 위쪽으로 천천히 가고 있는데 길 왼쪽 조그만 밭에서

 

할머니 두 분이 밭에 기다랗게 하얀 줄을 쳐놓고는 줄에 맞추어 무엇인가를 열심히 심고 계
십니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잠시 세워놓고 밭둑에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에게 "어르신 지금
할머니들께서 무엇을 심고 계세요?" 하고 물었더니 할아버지께서 "으~응 거시기 차나무 씨
앗을 심고 있어!" 하십니다. 그래서 "어르신 지금 차나무 씨앗을 심으면 너무 빠르지 않을
까요?"

 

하고 물었더니 "거시기 쩌그 보성군청에서 지금이 차나무 씨앗을 심는 적기라고 지금 심으
라고 연락이 와서 심고 있는거여!" 하십니다. "예~에 그렇군요!" 하고 다시 제가 오토바이
응 막 올라타려고 하는 순간 지금까지 열심히 차나무 씨앗을 열심히 심고 계시던 할머니 한
분께서 갑자기 "아저씨! 우체부 아저씨~이" 하고 저를 부르십니다. 그래서 "예~에 할머니
무엇 때문에 그러세요?" 하였더니 할머니께서는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거시기 부탁이 한나 있는디!" 하십니다. 그래서 "할머니 무슨 부탁인데요?" 하고 물었더니
"거시기 저그 밭둑에 앙거있는 영감탱이 좀 잡어가부러!" 하십니다. 그래서 "아니 할머니
왜 할아버지를 잡아가라고 하세요?" 하고 제가 눈을 크게 뜨고서 할머니께 물었더니 할머니
께서는 "영감탱이가 왔으문 일이나 같이 좀 하꺼이제만  일은 안하고는 밭둑에 앙거서 맨
잔소리만 하고 있응께 시끄루와서 못살것어

 

그랑께 저 영감탱이 좀 잡아가부러!" 하십니다. 그러자 옆에서 함께 차나무 씨앗을 심고

계시던 할머니께서 "아니 영감을 잡어가라고 그랄라문 자네 영감이나 잡어가라 그라제 으째

우리 영감을 잡어가라 그래싸 잉! 우리 영감 잡어가불문 나는 으짜라고~오 우리 영감하고

엔수졌는가?" 하십니다. 그래서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영감님 안 잡아갈게요!" 하였

더니

처음 영감님 잡아가라고 하셨던 할머니께서 "아따 늙었어도 영감탱이가 읍으문 못 살것는
갑네 잉!" 하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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