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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사는 얘기 ^^

김호랑이 |2004.03.21 11:35
조회 140 |추천 0

아빠와 술 한잔을 했어요.  장충동에서 보쌈 하나 시켜갖구.

퇴근해서 돌아와보니 냉장고는 터엉..텅... 먹을게 하나없구 그 흔한 라면하나 없는거예요.

밥통속의 밥은 언제적 밥인지 기억조차 가물한게..  에혀..한숨밖에 안나오더라구요.

침대 머리맡에 앉아 오징어 다리나 씹고 계신 아버지 볼 면목도 없고 해서 숨겨둔 비상금 털어내어

보쌈 中짜릴 시킨거죠.

제가 큰딸이걸랑요.  울집에서 제일 큰 여자어른..

여자래봤자 제 동생과 저.. 둘밖에 없지만서두..

대한민국의 모든 장녀가 그러하듯 당연스레 집안일은 제몫이 되어 왔는데 제가 맡은바 임무를

등한시 했다는거 아니겠습니까  근 두어달 동안...

근무시간이 여덟시 반으로 연장되었다는 뚜렷한(?) 명분이 있사오나 그건 어디까지나

대외적 명분일 뿐이옵고 가슴에 손을 얹고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이 사실을 실토하자면

... 남자가 생겨버렸다.. 이거죠..  꼭 두어달전에..

에혀..에혀..에혀.. 딸자식 키워봤자 다 소용없다는 말,  딱 저를 두고 한말 이더라구요.

우리집 밥통의 밥은 말라비틀어져 가는데 27년간 낯모르게 살았던 남자 집에서

앞치마 두르고선 "베이컨 김치볶음밥"이나 해대고 있으니.. ㅡ ㅡ

울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기가 찰 노릇이겠습니까..

아버지 술마시고 들어와서 라면 하나 끓여달라고 하면 지금 이시간까지

뭘 하고 돌아다녔길래 끼니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들어오느냐구.. 입 댓발 튀어나와서

퉁퉁 거리던 제가.. 오빠(남친 ) 뭐 해먹일꺼 없나.. 밤새 요리 사이트를 뒤지게 될줄은..

저도 몰랐어요.  ㅡ ㅜ

제가 아빠만 보면 자동적으로 발이 저리게 된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ㅡ ㅡ;;

어찌되었건 "참이슬"을 주고 받으며 보쌈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는데 갑자기 물으시더라구요.

- 너,,, 연애하지? ㅡ ㅡ^

헉... 은근슬쩍 떠보시는 것도 아니고 단도직입적으로다가 푸욱 찔러오는데 당황하고 말았지요.

에?? 연애라니요??

- 회사, 집, 회사, 집 하던 애가 새벽별 보고 귀가하면 그거 연애하는거 아니냐?

- 언니들이랑 술한잔 하다보면 늦을수도..

- 그 언니들이 꽃바구니,  사탕 바구니 그런것도 안겨주디? ㅡ ㅡ^

말문이 막혔습니다.  방이 워낙 협소한 관계루 마땅히 둘 장소도 없고 해서 대강

책상 언저리에 짱 박아 두었는데 그걸 보셨는가봐요.

어쩐지.. 울 방에 들어오실적마다 가로째진 눈을 하고 돌아서시더라니..

울 아버지가 질투가 쫌 심하시걸랑요. 

전에 동생이랑 남친이랑 찍은 사진을 드렸더니 동생남친은 교묘히 가려지고 동생 얼굴만

떠억하니 아빠 지갑에 붙어 있더라구요. 쇼크...

칠칠치 못한 제 동생,  남친 스티커 사진 방바닥에 굴리고 있으면

울아버지 그거 곱게 모아 쓰레기통 앞에서 명복을 빌어주십니다. ㅡ ㅡ;;

이러니 제가 "남친이 생겼노라" 당당히 밝힐 수가 있었겠어요?

- 뭐하는 놈이냐? 

그 부분에서 또 막힙니다.  울오빠 아직 구직중이거든요.

물론 그동안 논거 아니고 알바하면서 공부하면서 열씨미 살아왔지만 어른들은 일단

직업이 없다하면.. 목에 핏대부터 세우시니까..

그냥 회사다니고 있다.. 얼버무리고 말았죠.

- 무슨 회사? 

- 어.. 잘 모르는데.. 말해줬는데 깜빡 했다. 

아버지.. 흥분하십니다.  네가 바보냐?  뭐하는 놈인지도 모르고서 만난다는게 말이 되냐..

당장 전화해서 회사명이랑 위치랑 알아내라.  직접가서 확인하겠다. 하...

- 아.. 알았어.  물어보면 되잖어. 

- 거기 다닌진 얼마나 됐대? ㅡ ㅡ^

- 어?

- 몇년이나 일했냐고,,, 그 회사에서어~~!!!

- 일..(아버지 얼굴, 흙색으로 변합니다.  재빨리!) .. 이..이년?

또 일어나십니다..   내 그럴줄 알았다.  여적 놀다가 돈 떨어져서 일댕기는 놈 만났구나.

(나- 아니야.. 전에두 회사다녔었대..)

요즘것들은 약해빠져서 회사에서 쬐금만 힘든일 시키면 다 나가버린다고

고까짓것 하나 버티지 못하는 놈들은 인생에서 내내 도망만 칠것이라고..

우리 회사 김대리도 일 조금 시켰더니 당장 나가버리더라고.. 알고 봤더니 그놈

前회사서두 일년도 채우지못하고 그만뒀더라고..

딱 그런놈들이 마누라가 애 들쳐업고 회사다니게 만드는거라고..

전 얼굴도 모르는 "김대리"를 예로 들어가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으시더군요.

힘없는 전,  침대끝 모서리에 걸터앉아 아버지 말씀을 경청할 수 밖에 없었지요.

예에... 죽여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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