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들의 명퇴
금별뫼
젊은 나이에 명퇴하고 아파트 경비실에 근무하는 김씨가 멀쩡하게 퇴출당한 가구들을 어루만지며 혀를 찬다 아직 얼음이 뚝뚝 녹아내리는데도 끌려나온 냉장고, 녹 하나 슬지 않고 서랍도 실실한 백통 가구, ‘아는 것이 힘이다’ 라고 씌여진 네 다리가 멀쩡한 책상, 젊고 아는 것이 많아도 나이에는 어쩔 수 없다.
삼대를 물려받은 장롱이 윗목을 지키면서 호롱불 같은 빛을 발하고 있는 방의 품위를 기억한다 묵은 것은 묵은 것대로 저물 줄 모르는 빛을 지니고 있다 이제 어디 가서 그 빛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을까 팔팔한 젊은 것들에게 밀려 안방에서 마루로, 마루에서 집 밖으로 퇴출당하는 사지 멀쩡한 가구들, 중절모 쓰고 공원의 벤치에 앉기도 어중간한 나이에 가장 낮은 곳으로 밀려드는 그들을 생각한다
쓰레기장으로 밀려든 가구들의 멍든 가슴을 청소부 김씨가 쓸어안는다 손바닥에서 푸른 피 배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