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를 가지고 좀 심하게 다퉜습니다.
최근에 얼굴공개 문제를 다룬 한 네티즌의 글에서 피해자에게 마저도 너무 냉소적인
얼굴공개에 반대하는 입장의 글을 읽고 시작되었습니다.
전 피해자나 여성의 입장으로 어디선가 완벽한 성범죄를 꿈꾸며 매체를 통해 살인연습을
하고 있을 잠재적인 성범죄자들의 범행방지의 측면과 성범죄자들의 재발률이 특히 높다는 연구결과를 일전에 봤었던 터라 얼굴을 공개하므로써 모든 성범죄를 막을 순 없지만 어느 정도는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얼굴 공개에 찬성하는 입장이였거든요...
물론 피의자로부터 혐의를 인정받고 증거가 확실한 성범죄에 대해서만요..
하지만 저와 다른 생각은 가진 남자친구가 그 글을 쓴 네티즌의 냉소적인 시각마저도 같을지 모른다는 앞선 생각에 좀 심하게 감정적으로 대했었구요..
설득당하고 싶지 않아서 잠시 연락을 피했었는데 아래의 메일이 와있었어요..
그리고는 생각이 100% 달라진건 아니지만... 남자친구처럼 좀 깊게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아래 글을 읽고 어떠신지... 궁금해졌습니다.
답글을 주실꺼라면 진지하게 부탁드릴께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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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야... 자고,, 내일 연락하자..
이 쪽지는 보는거야? 좀 봐줘.... 응??
**야 니가 내 여자친구니까,, 내가 하는 말 의무적으로라도 좀 들어 줘.. 응?
요 며칠간 이 사건에 대해서 생각을 좀 많이 했어.. 사실 첨엔 얼굴 공개한다길래 그러려니 했거든? 옛날에 지존파 이런거는 얼굴 다 공개한 사실도 있고,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얼굴 공개하니까,,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
그러던 중에 진중권이 작년 4월에 쓴 글을 봤어. 요약하자면 대충 이래..
"당신의 가족이 A에게 죽임을 당했다. 자 이제 A가 결박당한 채 당신 발 밑에 누워 있다. 당신은 그 자를 찔러 죽일 것인가? 아니면 목을 조를 것인가? 너무 야만적인가? 그렇다면 돈을 주고 사람을 사서 그를 죽이면 될까? 그것도 참을 수 없다면 당신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공무원으로 하여금 스위치를 누르게 할 것인가? 자, 이제 생각해 보자. 어디까지가 야만인가? A가 사람을 죽였으므로 당신이 A를 목졸라 죽이는 것은 야만이라 볼 수 없다? 아니면 제3자를 통해 A를 죽이는 것은 야만이 아니다? 아니면, 공무원이 스위치를 누르는 것은 야만이 아니다?"
이런 글이었는데,, 좀 충격적이었어. 흔히 말하는 '천부인권'이라는 것도 생각해 봤고..
그냥 이런 저런 생각을 며칠간 내가 엄청 많이 한 거야.. 그래서 강호순은 찢어 죽일 정도로 역겹지만,, 그런 감정들이 강호순의 얼굴을 본다고 사그라들 것도 아니고, 사실상 어떤 공익에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됐어. 현재 한국인들은 굉장히 다양하고 강한 분노를 여기저기서 느끼고 있는데,, 강호순도 마찬가지고.. 근데 강호순의 얼굴이 공개되면 분노의 방향이 '실체'를 향하게 되고 좀 더 본격적으로 표출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고 생각해.. 물론 범죄 예방이나 추가범행 예방의 측면도 부정하진 않아.. 다시 말하지만 그런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면 난 얼굴 공개를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지...
게다가 현재 조중동이 앞장서서 강호순 얼굴을 공개했는데, 오늘 경향신문 기사대로, 굉장히 이율배반적이란 거야... 그동안은 계속 법 지키자고 난리치던 조중동이 갑자기 엄연히 위법인 '피의자 얼굴 공개'를 외치고 있다는 사실 말이야... 정말 뻔하거든. 지금 용산 참사나 정권에 대한 비판 쪽으로 기울고 있는 여론을 강호순의 명확한 실체, 그의 이미지 쪽으로 돌리게 하려는 측면이 매우 강해... 게다가 최근에 별다른 죄도 없는 미네르바(이쪽도 엄연히 피의자일 뿐 범죄자 확정이 아냐)에 대한 사생활 공개도 조중동이 눈에 불을 켜고 해댔고...
강호순은 명백한 범죄자고, 명백한 죽일 놈인거 맞아... 근데, 근데,, 이런 식으로 피의자의 얼굴이 아무런 규칙 없이, 초법적으로, 경찰도 아닌 언론에 의해서 이뤄지기 시작하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될 사람이나, 피의자의 가족들 같은 경우,, 진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얻을 수도 있게 될 것 같아서...
** 넌 "내가 당해도 넌 그러겠어?"라고 말했지만,, 난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누명쓴 피해자라도? 네 동생이 피의자라도?" 라고 말이야... 만약 내 동생이 사이코패스적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도,, 그래 만약 그렇다면 난 세상을 향해 도의적 책임을 느끼겠지... 정말 죄송스럽고 하늘 볼 면목이 없을 거야...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삶 전체가 유린된다면??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혹은 내가 단지 누명을 쓰고 있을 뿐인데 내 얼굴이 만천하에 공개된다면??
**야,,내 생각은 그래... 피의자의 가족의 인권을 유린한다고 해서 피해자의 가족의 인권이 더 존중받는 게 아니란 거야.. 그건 전혀 별개의 문제고, 어쩌면 피의자의 가족들이 보호받을 때에야 사회의 수많은 약자,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인권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너도 알다시피 '법'이란 건 지극히 권력과 가까우니까... 미네르바의 경우처럼,, 우리가 이렇게 감정적으로 치우칠 수록 권력은 약자와 평범한 사람을 법으로 옭아맬 수 있다는 거야...
진짜 감정적으로는 만약에 내 가족이, 네가 당하면,, 그자식 찢어죽이고 싶겠지.. 당연한거야 **야...
근데 내가 네가 그렇게 묻자마자 대답한 건...
진짜 내가 너 입장이었어도 "얘 미쳤네" 했을 법해... 진짜 서운하기도 했을 거고...
내가 좀 말을 잘 못했어.. 미안해.............
내가 저런 입장을 세우게 되면서 자문해 봤던 게 바로 네가 물은 질문이어서 그래... 과연 네 가족이 당해도 그럴 수 있느냐? 정말 참을 수 없지만,,, 내 답은 그렇다..였어... 물론 당사자가 되면 '절대 안된다'가 될 수 있더라도,, 난 아직 당하지 않았으니까,, 아직 이성적이니까,, 말로라도 '그렇다'라고 말 해야 한다... 라고 생각했어. 내가 그놈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결코 그놈의 문제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니까... 그놈을 찢어 죽이고 싶지만 그놈의 얼굴을 공개하는 게 결코 그놈에 대한 화풀이가 되지 않으니까... 결코 가족이나 너를 잃는 슬픔을 보상해줄 수 없으니까... 그래서 물론 당사자가 되지 않으면 섣불리 말할 수 없겠지만 지금 당장으로는 '그렇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거야... 진짜 그래...
혼자 계속 계속 생각하던 거라,,,
너의 물음에 반사적으로 대답해 버린 것 같아...
내 마음 조금은 이해해 주겠어?
전에 유영철한테 살해당한 딸을 둔 아버지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거든? 그 아버지는 유영철과 계속 편지를 주고받더라... 그리고는 용서한다면서,, 유영철한테 얼굴을 보고싶다고 계속 그랬어... 얼굴을 보고 진정으로 용서해 주고 싶다고.. 유영철은 면목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자기 용서하지 말라고 했지만...
어쩌면,,, 진짜 안당해보고 말하는 게 뻔뻔할지도 모르는데,,, 피해자 가족이 원하는 건 범인의 얼굴 공개가 아닐지도 몰라... 어쩌면 자신의 가족이 당한 '야만'이 점점 희석되는 사회를 원할지도 몰라... 다시 말하지만,, 난 얼굴 공개가 범죄의 재발 방지에 탁원한 효과가 있다면 절대로 반대 안해... 다만 현재 얼굴 공개를 원하는 압도적 여론이,, 시대의 '야만'에 기인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러는 거야... 범죄자 얼굴 공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회 안전망을 보다 더 잘 구축하고,, 비인간적 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들고,, 소외 계층이나 패배자 그룹에 좀 더 기회를 주는 것이 범죄 예방에 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거든...
**야... 나 너한테 별로 안맞춰...
오히려 내가 너한테 맞춰주길 바라지...
지금도 그래...
** 니가 내 생각을 조금만 이해해 주고,,
나한테 좀 맞춰 주면 안될까?
사랑하는 **가 날 좀 이해해줬음 좋겠어...
벌써 자려나?
편안하게 푹 잘 자고.. 내일 상쾌하게일어났으면 좋겠어..
내일 연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