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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간단해요 어려워도 실천하세요

힘내세요 |2009.02.09 03:44
조회 223 |추천 2

휴.. 참 오랜만에 답글 다네요. 긴 글이 되겠네요.

님이 이 글 읽고 꼭 힘냈으면 해서 답글 다는 것이니.. 죽느니.. 소리 하지마세요.

벌받아 죽습니다. ^^

난 아마 님 언니 나이도 아니고 숙모뻘쯤 되겠군요. ㅎ

 

제 일 때문에 알게된 형제가 계십니다.

동생분은 찢어지게 가난해서 야간상고라도 마치려고 밤낮 신문을 돌린

기억밖에 없고 어렸을때 하도 어려워 겨울에도 맨발에 고무신을 신고 달리다

동상에 걸려 칠십 연세에 아직 후유증에 시달립니다.

 

형제들이 꽤 되는데 부모도 생존해 계신데 뭐 그렇게까지 지독하게

의지할 사람이 없었나?

좀 의구심 들었지만 찢어지게 가난하면 그럴수도 있지..했습니다.

 

어느날 그분의 두살 위 형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형님은 어릴적 집안이 가난하기는 했지만 신문배달까지 할 일은

없이, 그래도 부모님 주신 돈으로 공부했더군요.

물론 돈이 부족했지만 '아껴써야 하는' 수준이었지요.

 

'아껴야 하는' 고통과 '단 하루도 쉴 수 없이 벌어야 하는' 고통이 같겠습니까.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한 배에서 태어난 형제도 팔자가 다르더라는 겁니다.

같은 부모, 같은 경제적 어려움아래 자랐지만 누린 것이 다르더라.. 이겁니다.

 

님이 언니 얘기 하셨지요?

부모님은 아마 시집간 언니는 건드리지 않으시지요? 아이 키우기도 빠듯한데..

힘들텐데.. 하며 이해하시지 않나요?

뭐 그렇게까지 아니라 하더라도 언니한테는 전세대출 받아달라고 괴롭히지

않으시지요?

 

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다른 형제들은 다 결혼하고 잘 살고 이 친구는

막내인데 결혼 안하고 혼자 벌어 부모 빚 갚고 생활비 주고, 나중엔 부모님 종용으로

시집간 언니한테 모은 돈 몽땅 다 빌려주고 하나도 못받았습니다.

친구 나이 혼기 훌쩍 넘었습니다.

그래도 이 부모님,돈 떼인 시집 못간 딸 걱정이 아니라

돈 떼어먹은 큰 딸 김장 걱정 합니다.

 

그렇다고 그 부모가.. 친구를 사랑하지 않고 언니만 사랑하느냐 꼭 그런건 아닙니다.

제 생각엔 벌어다 주는 딸에게는 받아먹는 버릇이 들었고

집있고 남편있고 자식있으면서도 '엄마 나 힘들어..'라고 하는 딸에게는

주는 버릇이 든 겁니다.

 

이런 상황이 오래 가다보면 주는 넘은 계속 주고 받는 넘은 계속 받거나 혹은 덜줘도

이해하시게 됩니다.

 

친구가 저한테 얘기하길 제일 후회하는게 뭐냐하면 자신이 돈 드리지 않으면

부모님 굶을 줄 알고 아득바득 다른 형제들 짐까지 졌던 부분이랍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사정상 일을 관두고 돈을 못드렸는데 두분 그래도 잘 사시더라는 겁니다.

지금은 그럽니다. 두 분 생활력이 친구 자신보다 나았다고.

얘가 손을 떼니 되려 더 열심히 생활하시더라고요,  

 

님의 경우도 부모님이 님과 언니에 대한 역할 기대가 다른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님의 성향이 불러일으킨 결과이기도 합니다.

쟤는 부모 먼저 생각하고, 따박따박 벌어서 갖다주니까

님 부모님이 님에게 기대하는 바가 생겼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점점 커지고

비로소 님이 자신의 삶 생각해서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면

부모 입장에서는 쟤가 살길 찾는구나 하고 고마워해야 되는데

어이없게도 되려 죽일년 취급을 하는 겁니다. 

 

집을 해줬다 칩시다. 그럼 생활비 걱정이 더 커집니다.

결국 끝이 없는 겁니다.

내 독에 물이 차기 전에는 퍼내서 도와봤자 같이 망한다는 말 아세요?

님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도 그것입니다.

 

단호하게 결정하세요.

엄마 아빠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아세요 하며 아무리 울어봐야

지금은 모르십니다.

차라리 딱 끊었다 어느날 20만원 드리면 고마워하실겁니다.

부모 안쓰럽지 않은 것 아닙니다. 사랑해 드리고 잘해드려야죠..

하지만 님보다 더 많이 산 제 눈으로는 그 방법 밖에

없다는 것 알기 때문에 하는 얘기입니다.

 

독립해 나오세요. 월세가 아깝겠지만 아껴쓰고 아껴 쓰세요.

님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 부모님과 그러고 있는것 보다는 아마 일만배쯤은

훌륭한 선택일 겁니다.

 

그리고 마음 괴로워도 찾아뵙지 말든가, 최소한의 금액만 보내드리고 돈 모으세요.

그리고 목표액이 채워지고 학업도 마치고 .. 그랬을때

다시 돌아보세요. 

 

독립하라는 이유는 지금 당장의 문제 때문도 있지만 님이 님 가정을 떠나

스스로 치유할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트라우마..라는 말 있지요.

님이 님 부모님 아래 커서 받은 상처가 이래저래 많고

님 스스로 거기에 아마 상당히 갇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애써 발을 빼고 혼자 지내면서.. 상처받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도 좀 보시고

스스로 상처도 좀 치유하시고..

조용히 다리뻗고 혼자 잠들면서 미래도 생각하시고 그렇게 하세요.

 

여태 님 해온걸로 비춰보자면 당장은 부모님 때문에 님 마음이 편치 않겠지만 결국

그게 효도하는 거예요. 힘 내시라고 긴 글 썼네요.

 

참고로 아까 얘기한 신문 돌리던 동생은 이 악물고 살아온 결과

지금 대기업군에 속하는 회사의 회장입니다. 어려운 사람도 많이 돕고요.

어떻게 받아들이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시련은 큰 양식이 됩니다.

거듭 얘기하지만, 힘내세요..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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