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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본 일기-30

기록은 기... |2004.03.27 12:52
조회 390 |추천 0

그녀의 무모한 용기는 이제 걷잡을수 없을 만큼 일이 커지게 만들었다.

8대의 시커먼 오토바이들이 그녀와 날 에워싸자, 난 속으로 그녀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경민아, 얘네 좀 노는 애들인가봐. 말로만 듣던 폭주족아냐?"

"몰라,씨. 기집애가 간뎅이만 부어서. 어쩔래?"

"거야, 당연히..!! 나도 모르지......"

목소리를 최대한 낮춰 우린 서로를 쿡쿡 찔러가며 녀석들의 눈치를 봤다.

"진짜 나왔네?"

부르릉 거리던 오토바이 시동 소리가 일제히 꺼지더니 낮의 독서실에서의 그녀석이 오토바이에서 내려서며 말했다.

"어? 어... 그래!! 나왔다, 어쩔래? 치사하게 떼거지로 나오냐?"

"뭐? 임마, 뭐가 치사해? 오늘 우리 집회날이야. 여긴 우리가 매번 모이는 장소구. "

"그...래? "

"진짜 나올줄 몰랐는데, 보기보다 배짱좋다?"

"야! 각설하고. 우린 목적있어서 나온거야. 빨랑 사과하던가, 나랑 붙던가."

이런 미친년!!

잘 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는데 거기서 끼어들다니. 

"얌마! 왜 그래? 너 제발 조용히 좀 빠져있어라." 

" 얼씨구? 니 남자친구는 내키지 않는거 같은데? 난 여자랑은 붙을 생각없고. 게다가 사과할 생각은 더더욱 없어서. 어쩌지?"

녀석의 말에 그녀는 소리를 꽥 질렀다.

"야!! 자꾸 남자친구, 남자친구하는데, 얘 내 남자친구 아니야!! 것두, 듣기 거슬려. 그리고 너 자꾸 여자라고 우습게 보는 모양인데. 붙어보자니까."

"참나, 기가 막힌 기집애네."

녀석이 피식 웃자, 옆에서 구경하던 놈들도 따라 웃기시작했다.

승산도 없어보였 뿐더러 깨져도 엄청 깨질 것같아 보였기에, 솔직한 내 심정은 조금 비겁해 보이더라도 녀석과의 싸움은 정말 피하고 싶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사나이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꾸물거렸다가는 그녀가 정말 녀석과 붙을 기세였다.

"됐고. 나랑 붙자. 괜찮지? 대신 일대일이다."

"얘네들이 정말... 뭐, 좋아. 연장은?"

"그냥 하고 싶은데?"

"좋을대로."

아직은 매서운 봄바람을 뺨에 맞으며 나는 녀석과 한강둔치에서 마주섰다.

그녀의 바램(?)대로, 영화에 나오는 결투신처럼 우린 마주섰고, 녀셕의 얼굴을 천천히 뜯어봤다.

짙은 눈썹과 하얀피부, 밝게 염색한 갈색머리.

오똑한 콧날과 뚜렷한 쌍꺼풀,  얄상한 턱선은 녀석이 이런 주먹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보이게 했다.

녀석은 왼손을 들어올려 내게 덤비라는 신호를 보냈고, 난 그 손짓에 맞춰 오른손을 주먹을 꼭 쥐고 '돌격앞으로'에 들어갔다.

"퍽!!!"

"허..억!!"

"경민아!!"

녀석의 발차기 한방이 복부를 강타한 걸 느낀 난 바로 쓰러져 버리고 땅에 머리를 처박고 말았다.

"으..음.."

몸을 일으켜 세우려던 나는 숨쉬기가 수월치 않음을 느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야!! 너 경민이 어떻게 한거야?!!"

그녀는 바로 녀석을 향해 소릴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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