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석훈의 복수?
그날 서은은 석훈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집으로 전화를 하는데 그렇게 쑥스러울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그 날아갈 듯한 목소리를 들으니 서은은 정말 자신이 대단한 효녀가 된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잘들어....다음엔 너 우리집에 오지마....너 오라고 있는 집 아니야....."
"엄만....내 집이 이렇게 있는데 내가 엄마 집에 왜 가?"
"어머....얄미운 계집애....딱 너 같은 딸 하나만 둬봐라....그럼 내 심정 충분히 알테니..."
"엄만 그런 악담이 어디 있어?.....헤헤헤 엄마 정말 미안해.....
잘못했어...앞으론 안 그럴게. 정말 잘 살테니까 용서해줘....."
서은은 있는대로 애교를 떨었다.
어머니의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사실 집에서 지내는 동안 가족들을 볼 때마다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리고 밥을 먹을 때도 눈치를 보게 되었다.
우습게도 그녀는 눈칫밥을 먹고 있던 것이다.
석훈은 서은의 팔베개를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는 신기한 듯 서은의 배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믿기지가 않아....여기에 내 아이가 있다는 게.....정말 안타깝군......
내 애가 자라가는 모습을 못 보다니 말이야......"
"미안해요.....그땐 그렇게까지 생각을 못했는데 당신 말을 듣고
보니 정말 잘못했단 생각이 들어요."
"물론 잘못했지......"
"그래도 날 용서한 거죠?"
"아니...절대로 용서 못해....당신은 적어도 나한테 임신했을 때 당신이
챙겨주지 않았느니 나한테 못해줬느니 하면서 바가지 긁을 일은 없는 거야.....알았지?"
"앞으론요....물론 앞으로 채 한달도 남진 않았지만 그 전에는 나한테 잘해줘야 하잖아요."
"그것도 생각해볼 거야....아무래도 난 화가 나서 당신한테 잘해주고 싶을 것 같지가 않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석훈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그의 이런 미소는 남들은 보기가 힘들었다.
서은과 있을 때만 그 미소가 보여진다는 걸 서은은 모르고 있었다.
"치사하잖아요....."
"치사해도 할 수 없어. 당시는 괴씸죄니까...."
그러면서도 석훈은 사랑스럽게 서은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입술에 살짝 키스했다.
"빨리 한달이 지나가야지.....큰 일인걸...."
"왜요?"
"당신 땜에 내가 얼마나 독신생활을 했는지 알아?
각오하라구....못살게 괴롭혀줄테니까.....나 그만큼 힘있어...."
서은은 얼굴이 붉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석훈이 웃었다.
"아줌마가 부끄러워하기는......"
"난 여자거든요.....그것도 아주 매력적인....."
"매력적인? 누가 그런 말을 해? 당신 남편한테도 그런 말은 전혀 못들어봤는데......"
"당신 이런 식으로 복수할 거에요?"
"말했잖아. 두고두고 볼수할 거라고....."
하지만 석훈은 속삭이고 있었다.
"걱정하지마.
이젠 그 누구도 당신을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야....이젠 약속해야돼....
어떤 일이 있든 나한테 말한다고 말이야.....이런 식으로 뒤통수치면
그땐 정말 용서안 할 거야......난 좀더 현명한 아내를 원해....지레 걱정하고
지레 행동해버리는 그런 아내 말고 말이야......"
"알았어요.....미안해요......"
"지금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특별히 없어요....."
"입덫은 어땠어?"
"그닥 심하진 않았어요.....걱정거리가 많아서 그랬나봐요...."
"스트레스 받으면 아이한테 좋지 않은 거 아니야?"
"걱정하지 말아요. 그 정도에 끄덕할 우리 애가 아니라고요.
난 애는 정말 강하게 키울 거예요....사막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수 있게요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난다....아주 어렸을 때 본 영환데요....
제목은 생각이 안나요. 어린 남자아이가 비행기 사고로 사막에 혼자
떨어졌어요....아마 강아지와 함께였을 거에요...
아버진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는데 .....어쨌든 결국 아버지가 찾아내는데.....
정원 속의 화초처럼 자라던 아이는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터득하고
아주 강해져요......지금도 문득 그 영화가 생각날 때가 있어요.
개미를 먹던 모습도 생각나요....."
"그런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그 정도로 강하길 바래요......사막에서도 살아나갈 수 있는 그런 아이요....."
"맞아.....더욱이 요즘은 더욱 그렇지......우리집 가훈을 그렇게 정할까?
얘야 넌....사막에서도 살아남아야한다....너무 유치한가?"
"유치한 건 상관없어요....우리 아이가 어떻게 살아남아야하느냐가
중요한 거니까....."
"그럼 장난 아니고 정말 그 가훈 만들까?"
"그렇게 해요....난 대찬성이니까....."
"아무래도 우린 좀 유치한 것 같다....수준이 좀 떨어지거나....."
"상관없어요....난 유치해도 상관없을만큼 멋진 사람이랑 살고 있으니까요."
"더욱이 그런 멋진 남자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자지......
그러니 나랑 하나 꼭 약속해....앞으로 살면서 어려운 일이 많을 거야....어쩜
살면서 서로에게 실망하게 될 지도 몰라....사는 건 현실이라잖아......하지만
그래도 서로 믿는 거야.....나쁜 때가 지나가면 좋은 때가 온다고.....나쁜 건
아주 잠깐 스쳐서 지나가는 거라고...... 좋은 일이 일어나기 위해 아주
잠깐 나쁜 일이 스치고 지나가는 거라고......"
"알았어요."
"할아버지 문젠 당신 신경쓰지마....내가 해결할 거야.....나 할아버지와
만나지 않고 있어......결혼식 문제도 나 혼자 강행할 거야.......할아버지는
더 이상 배려하지 않겠어.....그러니 나만 믿고 따라와...."
"그래도 할아버지잖아요....."
"신경쓰지 말라고 했지?"
서은은 석훈이 안심하도록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알았어요. 당신만 믿을 게요......"
"그래.....당신은 나만 믿으면 돼......"
"좋아요......"
"괜히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마....생각은 내가 할테니까....."
"하지만 할아버지가 내가 임신한 걸 알면 뭐라고 하실까요?"
"걱정하지마.....막상 임신했다고 하면 누구보다 좋아하실거야......할아버진
핏줄에 대해선 강박관념이 있으신 분이니까......그리고 묘하게 이상하게
할아버지가 당신을 그렇게 싫어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마지막 만났을 때 그런 인상을 받았어......"
"설마요.....할아버진 절 싫어하신다고요......"
"언젠가 당신을 좋아하시게 될 거야.....자기 손자가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알았어요. 당신 말을 믿을게요....난 그만큼 값어치 있는 여자니까...."
"이 여자 이제 보니 공주병도 늘었군."
"난 공주병이 아니라 공주예요. 몰랐어요?"
"정말 중증이군....설마 내 아이가 이런 것도 닮는 건 아니겠지?"
"누구에게나 공주병은 필요해요."
"그런가?"
"그럼요. 당신도 나한테 배워야할 게 많아요.....제가 살면서 알려줄게요...."
"기대할게..."
서은인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행복이 얼마만이지 몰랐다.
그의 품에서 이렇게 떠들고 웃고 있다는 게 지금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얼마나 그리워했던 일인가?
<<사람은 왜 잃고 난 후에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일까?>>
이런 작은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잃기 전에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물론 짐작하긴 했지만 짐작하는 것과 현실은 크나큰 차이가 있었다....
'할아버지도 이젠 무섭지 않다.
우습게도 귀엽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그 호랑이 할아버지가 감히 귀엽다는 표현을 쓸만큼 느껴지다니....'
서은은 자신의 변화에 놀라면서 석훈의 따뜻한 미소에 미소로서 답했다.
'누구든 와보라.....다 이겨낼 자신이 있다.....절대로 지지 않을 거야......'
**오늘 늦어질까봐 미리 올립니다....고스트도 올려드릴게요*즐거운 하루 마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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