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탄, 조카들이 떠난 텅 빈 자리에, 밀린 숙제를 끝냈습니다..
제4탄, 조카들이 떠난 텅 빈 자리에, 밀린 숙제를 끝냈습니다..
지난 27일 나는 봄방학을 맞이한 조카를 데리고 서울대공원의 동물원을 찾게 되었다. 이제 초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는 그녀는 수의사의 꿈을 갖고 있다. 그녀는 이혼한 어머니가 일용직 노동자로 아침 일찍 출근하여, 밤늦게 퇴근해서 돌아오기 때문에, 항상 집에는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오빠와 단 둘이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그녀의 오빠는 자신의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컴퓨터를 차지하고 있어, 그녀는 하루 종일 혼자 지내는 형편이다.
그녀의 친척들도 대부분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서, 그녀는 진정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은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의 가슴에는 깊은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었을까? 그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햄스터를 비롯하여, 병아리, 오리, 토끼, 강아지, 잉꼬 등 갖가지 동물들을 집안에서 정성껏 키워 왔다. 때로 그녀는 자신이 키우는 동물들에게 시간에 맞춰 먹이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모처럼 가족들과 떠나는 먼 여행은 포기하곤 했었다. 그동안 그녀는 사람이 아닌, 동물들과 수많은 대화하며 고독을 견디고 있었으리라.
특별히, 나는 그녀를 서울대공원의 동물에 데려갔다. 마침 봄날의 포근한 햇살이 우리 일행을 반겨주는 것 같았다. 그녀도 제 세상을 만난 사람처럼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하게 피어났다. 그녀가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홍학들이 다리 하나를 들고 잠자고 있는 홍학사(紅鶴舍)였다. 한 소년이 “아빠, 왜 저 새는 다리 하나를 들고 자요?”라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묻는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질문에 미처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내가 소년의 질문을 다시 조카에게 던지자, 그녀는 “새들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다리를 하나 깃털에 품고 잔다.”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 나는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의 표정이 더욱 밝아진다. 이럴 때, 나는 기념사진이 없으면 서운하다 싶어 그녀를 카메라에 ,찰칵, 하고 담았다. 그리고 그녀는 미어캣이 있는 곳에 달려가서 발길을 멈추었다. 그녀는 “와, 너무 귀엽고, 예쁘다.”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미어캣은 20cm 안팎의 작은 고양이과 동물로 사막과 같은 건조한 토지에서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동물이다.
그들은 땅굴을 파고 살아가는데, 굴 밖에 나오게 되면 자신들을 잡아먹으려는 맹독류들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몇 놈씩 교대로 두 다리로 서서 망을 본다. 그들은 무리의 결속력이 매우 강해서 부모가 사냥을 떠나거나 부모를 잃은 새끼 미어캣을 어른들이 보호하고 키우기도 한다. 나는 속으로, ‘인간이나 동물이나 핏줄은 강한 것이어서, 삼촌인 내가 험악한 이 세상으로부터 너희들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구나.’라고 되뇌었다. 아마도 조카들은 내가 작성한 이 글을 다시 읽고, 내가 미어캣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었던, 그 의미를 되새기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곰사[熊舍] 앞에서 기막힌 장면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사람들이 곰에게 무엇인가 던지고 있는 것이었다. 나와 조카들은 놀라서 달려가 보니, 관람객들이 사과와 귤을 곰에게 던져주고 있었다. 나는 ‘이런 곰보다 미련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불끈 가슴에 솟는 기운을 억누르면서 “여러분, 동물에게 먹이를 던져 주지 마십시오. 사육사가 주는 것 이외에 먹이를 먹고, 동물들이 설사를 일으킵니다.”라고 소리를 쳤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는 나를 쳐다보고, 그제야 곰사에 던지려 했던 행동을 그제야 멈추었다.
조카들은 곰사 앞에 있는 주의팻말에 “사육사가 주는 사료 이외에 동물들에게 먹을 것을 던져 주지 마십시오. 설사를.......”란 문구를 읽는다. 관람객들은 자신이 던진 과일을 먹는 곰의 모습을 보기 위해 장난삼아 던졌겠지만, 그 무지로 인해 소중한 생명이 아픔을 겪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무지는 약(藥)이 아니라, 폭력(暴力)이 될 수 있다. 무지한 사랑도 폭력이고, 무지한 자유와 종교도 폭력이 될 수 있다. 사랑하는 조카들아 너희들은 그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 단순히 너희들의 입신출세만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참된 사랑을 실천하고,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너희들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사랑도 힘과 능력이 있어야 베풀 수 있다. 작은 사랑의 실천이라도 좋으니, 지금부터 최선을 다해서 너희들의 소질과 재능에 맞는 능력을 키워나가기 바란다. 이제 2주간의 짧은 봄방학과 나의 수업은 끝났다. 그러나 너희들은 그동안 삼촌과 함께 여행하면 공부했던 기억들을 가슴에 담고 반드시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거듭 당부한다. 사랑한다. 나의 사랑하는 조카들아.
TIP : 그동안 제가 조카들과 봄방학을 맞이하여, 조상들의 훌륭한 업적과 역사 그리고, 가족애와 인류애를 가르치기 위해, 문화 유적지와 공원을 함께 돌아보았던 체험교육 경험담 제1탄, 제2탄, 제3탄에 이어 마지막 제4탄을 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비로소 저는 조카들과 약속을 지킨 셈이네요. 이제야 밀린 숙제를 끝낸 느낌입니다. 모쪼록 저의 글이 사랑하는 저의 조카와 여러분들의 자녀 교육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바랍니다. 모두들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의 사랑 나누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