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방금, 신랑하고 마찰이 좀 있었는데요, 여러분들 의견을 좀 듣고 싶어서요.
얘기가 좀 깁니다.
저와 신랑은 8년 정도 친구와 연인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지내다가 이 사람이 인연이구나라는 생각으로 3년전 결혼해서, 예쁜 아기도 한 명 있는 30대 중반의 맞벌이 부부입니다.
두 사람 모두 평범한 서민이고 늦게 결혼하면서 부모님께 폐끼치지 말자 하고 예단,예물 모두 생략하고 금반지 하나만 나눠 가지고 결혼했습니다.
사실 저는 10년간 직장생활을 해서 모은 돈으로 전세 안고 작은 집을 사 놓은 상태라 돈이 없었고요(신랑은 결혼 후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신랑은 몇 년 전에 아버님이 암수술을 하시는 통에 모아 놓은 돈을 병원비,수술비등으로 다 써 버린 상태였습니다.
결혼 자금 조차 전혀 없는게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사람 착하고 성실한 것만 보자는 아빠의 말씀도 있으셨고요, 막말로 도박하고 술 마시는데 쓴 돈도 아니고, 시어머님도 너무나 미안해 하시고 하셔서, 둘이 열심히 다시 모으면 되지 했습니다.
단, 미혼때 처럼 전폭적으로 시가의 뒷바라지를 할 수는 없으니, 경제권은 모두 제가 가지는 걸로 하고 양가에 정확히 30만원씩 용돈을 보내 드리자 합의 했고요.
지난 3년간 둘이 정한 합의점을 나름대로 잘 지켰고요, 집안 일도 거의 비슷하게 -엄밀히 얘기하면 신랑이 조금 더 많이-해서 별 불만없이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사설이 너무 길었네요.
시작은 작년 9월이었습니다. 집으로 xx카드사에서 독촉장을 보내왔더라고요.
내용은 카드 연체 대금의 원금과 이자를 갚지 않으면 부동산등등 신랑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을 압류한다는 거였습니다. 넉넉하게 크진 않았지만 빚을 워낙 싫어하시는 부모님들 밑에서 커 온 저로서는 너무나도 무시무시한 내용이었습니다. 문제는 신랑도 이게 웬 날벼락이냐 이러면서 사용 내역을 전혀 기억 못 하더라고요.
확인해 보니 2005년도에 시어머님이 신랑 카드로 병원비를 지불 하시고 미처 신랑에게 말씀을 못하신 겁니다. 신랑도 당시 이직을 하게 되서 우편으로 온 명세표를 받지 못해 사용 내역 자체를 모르고 있었던 거죠. 제가 좀 황당해 하자, 신랑이 본인이 해결할테니 걱정마라 하더군요.
그런데 올 2월에 똑같은 내용의 독촉장이 또 집으로 날아왔더라고요.
원금은 50만원 수준의 돈이었는데 연체 이자가 붙어서 총액 100만원이 넘는 카드 대금이 나와 있더라고요. 어떻게 된 거냐고 신랑에게 물었습니다.
9월에 담당자와 통화해서 나도 잘못이지만, 지난 4년간 핸드폰이나 집전화 등등 다른 연락 방법이 있었는데도 계속 연체가 되도록 놓아둔 당신들도 잘못이다. 그래서 나는 이자는 못 내고 원금만 내겠다.' 이렇게 말했고 담당자는 절대 안된다고 해서 싸우고 전화를 끊었답니다.
그러면서 신랑은 원금만 갚으라 할 때 까진 절대 이 카드 대금을 갚지 않겠답니다. 신랑은 본인이 신용상태가 좋을때와 신용 상태가 나쁠때, 은행에서 너무 얼굴색을 달리 했기 때문에 은행을 상대로는 헛 돈 100원도 쓰고 싶지 않답니다. 그래서 절대 이런 이자를 갚을 수 없다네요.
조금 다퉜습니다.' 너는 상관이 없을지 모르지만 나는 내 아이 아빠의 신용 상태가 불량해지는 걸 참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어쨋튼, 이건 자기 카드 명세서 하나 제대로 못 챙긴 네가 1차적 책임이고, 깜빡 말씀 안 해주신 어머님이 2차 책임이고, 굳이 책임을 물자면 연락을 적극적으로 안 한 카드사는 3차 책임이다.'
이해를 못 하더군요.
결국, 제가 xx 카드사 담당자와 직접 통화를 했습니다.
배우자라는 얘기를 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니 담당자도 기억을 하더라고요. 한 푼도 깍아 줄 수 없고 원금과 연체 이자를 모두 내라고 하길래 말했습니다.
'나도 신랑한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들도 업무처리가 미숙했던 건 사실 아니냐. 이 정도 금액으로 서로 맘 상하지 말고 그쪽도 빨리 털어내는게 좋을 거고, 나 역시 그렇다. 아무리 그래도 원금보다 이자를 많이 낼 순 없지 않냐. 이자를 반만 내게 해준다면 오늘 당장 변제 하겠다.
다행이 이야기가 잘 됐습니다. 입금했고요. 변제가 다 되었다는 증명서도 받았습니다.
신랑에게 전화로 상황을 이야기 했더니, 짜증을 내더라고요.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뭐하러 그랬어."
"내가 알아봤더니 그냥 카드사는 몰라도 은행권 카드사는 절대 원금만 갚게 안해준대. 이 정도에서 마무리 된 게 다행이지. 계속 버티고 있어봐야 연체 이자만 늘고 네 신용만 나빠질텐데. "
저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네. 참 잘 나셨습니다. "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뚝 끊어버리더라고요.
평상시 제가 농담으로 이런 멍게, 해삼, 말미잘 같으니라고 소리만 해도 그런 말 쓰지 말자. 아기 듣는다 하는 사람이라.. 이런 면이 있다는 것에도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제가 저런 비꼬임을 받을만큼 잘못한 건가요?
본인이 몰랐다 하지만 어쨌튼 미혼일때 사용한 금액인데, 이런 말까지 들으니 정말 맘이 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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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일부러 늦게 퇴근해서 들어가니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밥 먹자 하면서 밥을 차리더라고요.
낮에 봐주는 언니가 가끔 업어줬는지 아가가 제 등에 붙어 업어달라는 제스추어를 취할때마다 옆에서, 엄마 허리 아파서 안되는데 하더니...포대기도 하나 사들고 왔고요.
"허리 아프니 포대기 하고 업으라고 할 생각을 하지 말고, 네가 업어 줄 생각을 해봐라"
"나한테 잘 안 오잖아. 나보다 너 더 좋아하고"
"그럼 널 좋아하게 만들 생각을 해야지. 이런 말 마음 상하겠지만 너의 문제 해결 방식은 항상 좀 이런식이야. 근본적인 건 해결 안하고... 메인 요리 남겨놓고 샐러드로 배채우는식이잖아. 물론 이자 아깝지, 하지만, 우리 둘이 합쳐 버는게 있잖아. 나는 이자 몇 푼 보단 네 신용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을 뿐이야. 그게 잘못인가?"
답이 없더라고요. 아까 일에 대해서도 정식으로 사과해줬음 싶다 했더니 역시 답이 없고요.
"우리 엄마 맨날 너는 성격이 칼칼해서 착하고 순한 남자 만나야 한다고 네 신랑이 딱이라고 하시던데, 엄마한테 한번 여쭤볼까?
아니면, 네 남편이 순하기만 하지, 맺고 끊는게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너를 만나서 다행이다 하시던 어머님께 여쭤볼까?
너랑 나 둘 중 누가 잘못했는지?"
뻥진 표정으로 쳐다 보더라고요. 이쯤에서 넘어가야겠죠.
부부간이라는 게 참 어려운 관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명명백백한 논리로만 접근 할 수가 없으니 말이죠.
댓글 달아주시고, 관심 가지고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실, 처음엔 내가 잘못한 건가? 잠시 판단이 흐려지기도 했는데요. 댓글보고 정신을 차려서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