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이해할 수 없는 신랑의 태도(제가 잘못한 걸까요?)

파란오리 |2009.03.02 18:29
조회 4,007 |추천 0

안녕하세요.

방금, 신랑하고 마찰이 좀 있었는데요, 여러분들 의견을 좀 듣고 싶어서요. 

 얘기가 좀 깁니다.

 저와 신랑은 8년 정도 친구와 연인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지내다가 이 사람이 인연이구나라는 생각으로 3년전 결혼해서, 예쁜 아기도 한 명 있는 30대 중반의 맞벌이 부부입니다.

 

 두 사람 모두 평범한 서민이고 늦게 결혼하면서 부모님께 폐끼치지 말자 하고 예단,예물 모두 생략하고  금반지 하나만 나눠 가지고 결혼했습니다. 

 

 사실 저는 10년간  직장생활을 해서 모은 돈으로 전세 안고 작은 집을  사 놓은 상태라 돈이 없었고요(신랑은 결혼 후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신랑은 몇 년 전에 아버님이 암수술을 하시는 통에 모아 놓은 돈을 병원비,수술비등으로 다 써 버린 상태였습니다.

 

 결혼 자금 조차 전혀 없는게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사람 착하고 성실한 것만 보자는 아빠의 말씀도 있으셨고요, 막말로 도박하고 술 마시는데 쓴 돈도 아니고, 시어머님도 너무나 미안해 하시고 하셔서, 둘이 열심히  다시 모으면 되지 했습니다.

단, 미혼때 처럼 전폭적으로 시가의 뒷바라지를 할 수는 없으니, 경제권은 모두 제가 가지는 걸로 하고  양가에 정확히 30만원씩 용돈을 보내 드리자 합의 했고요.

지난 3년간 둘이 정한 합의점을 나름대로 잘 지켰고요, 집안 일도 거의 비슷하게 -엄밀히 얘기하면 신랑이 조금 더 많이-해서 별 불만없이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사설이 너무 길었네요.

 

 시작은 작년 9월이었습니다. 집으로 xx카드사에서 독촉장을 보내왔더라고요.

내용은 카드 연체 대금의 원금과 이자를 갚지 않으면 부동산등등 신랑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을 압류한다는 거였습니다.   넉넉하게 크진 않았지만 빚을 워낙 싫어하시는 부모님들 밑에서 커 온 저로서는 너무나도 무시무시한 내용이었습니다. 문제는 신랑도 이게 웬 날벼락이냐 이러면서 사용 내역을 전혀 기억 못 하더라고요.

 

 확인해 보니 2005년도에 시어머님이 신랑 카드로 병원비를 지불 하시고 미처 신랑에게 말씀을 못하신 겁니다. 신랑도 당시 이직을 하게 되서 우편으로 온 명세표를 받지 못해 사용 내역 자체를 모르고 있었던 거죠.  제가 좀 황당해 하자, 신랑이 본인이 해결할테니 걱정마라 하더군요. 

 

그런데 올 2월에 똑같은 내용의 독촉장이 또 집으로 날아왔더라고요.

원금은 50만원 수준의 돈이었는데 연체 이자가 붙어서 총액 100만원이 넘는 카드 대금이 나와 있더라고요. 어떻게 된 거냐고 신랑에게  물었습니다.

9월에 담당자와 통화해서  나도 잘못이지만, 지난 4년간 핸드폰이나 집전화 등등 다른 연락 방법이 있었는데도 계속 연체가 되도록 놓아둔 당신들도 잘못이다. 그래서 나는 이자는 못 내고 원금만 내겠다.' 이렇게 말했고 담당자는 절대 안된다고 해서 싸우고 전화를 끊었답니다.

 

 그러면서 신랑은 원금만 갚으라 할 때 까진 절대 이 카드 대금을 갚지 않겠답니다.   신랑은 본인이 신용상태가 좋을때와 신용 상태가 나쁠때, 은행에서 너무 얼굴색을 달리 했기 때문에 은행을 상대로는 헛 돈 100원도 쓰고 싶지 않답니다.  그래서 절대 이런 이자를 갚을 수 없다네요.

 

 조금 다퉜습니다.' 너는 상관이 없을지 모르지만 나는 내 아이 아빠의 신용 상태가 불량해지는 걸 참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어쨋튼, 이건 자기 카드 명세서 하나 제대로 못 챙긴 네가 1차적 책임이고, 깜빡 말씀 안 해주신 어머님이 2차 책임이고, 굳이 책임을 물자면 연락을 적극적으로 안 한 카드사는 3차 책임이다.'

이해를 못 하더군요.

 

 결국, 제가 xx 카드사 담당자와 직접 통화를 했습니다.

배우자라는 얘기를 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니 담당자도 기억을 하더라고요. 한 푼도 깍아 줄 수 없고 원금과 연체 이자를 모두 내라고 하길래 말했습니다.

'나도 신랑한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들도  업무처리가 미숙했던 건 사실 아니냐.  이 정도 금액으로 서로 맘 상하지 말고 그쪽도 빨리 털어내는게 좋을 거고, 나 역시 그렇다. 아무리 그래도 원금보다 이자를 많이 낼 순 없지 않냐. 이자를 반만 내게 해준다면 오늘 당장 변제 하겠다.

다행이 이야기가 잘 됐습니다. 입금했고요. 변제가 다 되었다는 증명서도 받았습니다.

 

 신랑에게 전화로 상황을 이야기 했더니, 짜증을 내더라고요.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뭐하러 그랬어."

"내가 알아봤더니 그냥 카드사는 몰라도 은행권 카드사는 절대 원금만 갚게 안해준대. 이 정도에서 마무리 된 게 다행이지. 계속 버티고 있어봐야 연체 이자만 늘고 네 신용만 나빠질텐데. "

저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네. 참 잘 나셨습니다. "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뚝 끊어버리더라고요.

 

 평상시 제가 농담으로 이런 멍게, 해삼, 말미잘 같으니라고 소리만 해도 그런 말 쓰지 말자. 아기 듣는다 하는 사람이라.. 이런 면이 있다는 것에도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제가 저런 비꼬임을 받을만큼 잘못한 건가요?

본인이 몰랐다 하지만 어쨌튼 미혼일때  사용한 금액인데, 이런 말까지 들으니 정말 맘이 상합니다.

==========================================================================

그 날 일부러 늦게 퇴근해서 들어가니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밥 먹자 하면서 밥을 차리더라고요.

낮에 봐주는 언니가 가끔 업어줬는지 아가가 제 등에 붙어 업어달라는 제스추어를 취할때마다 옆에서, 엄마 허리 아파서 안되는데 하더니...포대기도 하나 사들고 왔고요.

"허리 아프니 포대기 하고 업으라고 할  생각을 하지 말고, 네가 업어 줄 생각을  해봐라"

"나한테 잘 안 오잖아. 나보다 너 더 좋아하고"

"그럼 널 좋아하게 만들 생각을 해야지. 이런 말 마음 상하겠지만 너의 문제 해결 방식은 항상 좀 이런식이야. 근본적인 건 해결 안하고...  메인 요리 남겨놓고 샐러드로 배채우는식이잖아. 물론 이자 아깝지, 하지만, 우리 둘이 합쳐 버는게 있잖아. 나는 이자 몇 푼 보단 네 신용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을 뿐이야. 그게 잘못인가?"  

답이 없더라고요. 아까 일에 대해서도 정식으로 사과해줬음 싶다 했더니 역시 답이 없고요.

"우리 엄마 맨날 너는 성격이 칼칼해서 착하고 순한 남자 만나야 한다고 네 신랑이 딱이라고 하시던데, 엄마한테 한번 여쭤볼까? 

아니면,  네 남편이 순하기만 하지, 맺고 끊는게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너를 만나서 다행이다 하시던 어머님께 여쭤볼까?

너랑 나 둘 중 누가 잘못했는지?"

뻥진 표정으로 쳐다 보더라고요. 이쯤에서 넘어가야겠죠.

부부간이라는 게 참 어려운 관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명명백백한 논리로만 접근 할 수가 없으니 말이죠.

댓글 달아주시고, 관심 가지고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실, 처음엔 내가 잘못한 건가? 잠시 판단이 흐려지기도 했는데요. 댓글보고 정신을 차려서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수0
반대수0
베플이뿌니|2009.03.02 19:18
현명한 아내분둬서 행복한줄알라고 전해주세요... 남편분 잘한거 한개도없구만...;;
베플랑쥬|2009.03.03 01:00
님이 카드사에 전화해서 통화하셨다는 내용을 읽다가 감탄했습니다. 현명하게 설득할줄 아시는 분이시구나 싶고 배워야 겠다 싶더라구요.. 형명한 생각과 현명한 판단으로 최선의 해결을 하신것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런데 남편분의 불편한 심기에 대해서 예측되는것이 있네요. 와이프한테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 고 큰소리를 치고, 카드사에도 전화해서 '변제 할수 없다' 고 큰소리 처놨는데, 어느날 와이프가 카드사랑 합의하고 변제를 했다고 하니 내가 큰소리 친게 뭐가 되나 싶어 무안했던게 아닐까요? 사실은 내심 고맙기도 하고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변제사실 들은 순간에는 무안하다는 생각이 앞서서 괜한 자존심 세우느라 그런거 같다는거죠.. 남자들 속에는 3살배기 어린아이가 들어앉았다잖아요.. 남편이 비꼰게 좀 속상하더라도 님의 판단에 대해 잘 설명하시고, 어르고 달래서 풀어줘보세요.. 시비 가리는것 보다 어르고 달래서 풀어주는게 이기는 지름길 아니겠어요? 님 현명하신 분이니까 잘 어르고 달래서 고맙고 미안하다는 진심어린말 들으실수 있을거 같네요.^^
베플...|2009.03.02 18:42
잘 하셨습니다. 님이 나서서 해결 안하셨다면... 일이 점점 더 커졌을텐데... 님 남편분도 참 우유부단하시고 자꾸 미루는 성격 같아요. 남편분 집에 오시면 잘난 아내 둬서 얼마나 좋냐며 똑같이 응수 하세요. ㅋㅋ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