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7일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개봉을 앞두고 막판 후반작업에 한창인 박감독을 지난 1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신병원이 배경이니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놓고 질문하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상투적인 추측을 던져봤다. “보호자나 의료진의 시각이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 전개되는 영화예요. 환자의 망상 속 일들이 자주 벌어지는데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기 위해 화면 톤이 달라진다거나 그러지를 않아요. 현실과 환상을 자유자재로 드나들고 이것이 중요한 실제인 것처럼 묘사되고 있기 때문에 환자만의 우주가 중심에 놓인 이야기죠. 치료는 중요하지 않죠. 그 상처들을 완전히 없앤다면 좋겠지만, 현실에선 힘들 때가 많잖아요. 허황된 희망을 버리고 제일 기초적이고 급한 것부터 해결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봤고, 실현되기 어려운 희망을 섣불리 주장하면서 감동을 끌어내려 하진 않았지요.”
어떤 영화인지 조금 감이 잡힐 듯도 하다. 박감독에 대해서는 새 영화 말고도 궁금한 게 많았다. 민노당 당원인 그에게 요즘 한국사회에 대한 근심이 없는지 물었다. “어떤 세력이 됐든 국익이라는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꼬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은 아주 이상합니다.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도 그렇고, 어디서든 경제와 국익이 앞서는데 성장과 분배 사이의 오래된 논쟁이 있지만 지금 한국은 분배가 더 강조돼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분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봅니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으로서 보고 들은 바도 남달랐을 것 같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카트린 드뇌브는 논리적인 정도를 넘어서, 어려운 비평용어나 극단적인 아트영화 감독의 작품세계를 잘 알고 또 조리있게 설명할 줄 아는 대단한 배우였어요. 그리고 심사위원을 해보니까,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 좋은 영화는 어떤 것이겠구나 하는 것을 대충 알게 되더군요. 그런 것을 좇게 될까봐 스스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봉준호 감독의 차차기작으로 정해져 있는 프랑스 만화 원작 ‘설국열차’는 박감독이 대표로 있는 모호필름이 제작한다. 그는 “2009, 2010년쯤에나 촬영을 시작할 것 같고, 대사는 다국적 언어가 되겠지만 제작비 등 정해진 바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