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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아침을 떼우는 저, 행복합니다.

불타는20대 |2009.03.17 22:57
조회 63,345 |추천 17

요즘 네이트 톡에 이 취업난에 직장에 다니시면서 힘들다는 푸념(특히 직장다니신지 얼마안되시는 분들)을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신입사원 별 수 있나요? 자신이 회장님 아드님 따님이 아닌이상, 어떡하겠어요.

 

그냥 꾹 참고 견뎌내는 수 밖에요.

 

하지만 어느 직종이나, 가장 아랫것(?)입장에서 쉬운 일 없다는걸 그냥 써보고 싶어요.

 

사실 글 쓰는 전 직장인은 아니라, 아직 대학생이에요.

 

이제 1년뒤에 졸업과 취업을 앞둔 간호대학생이죠.

 

오늘도 기상시각은 새벽 5시 반. 병원실습을 나가기 위해서에요. 집에서 병원까지의 거리

는 버스로 대략 1시간...거기다가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병원까지 걸어가는데 10분...옷갈

아입는데 10분...엘리베이터 타고 병동까지 가는데 10분...줄창 1시간 반은 넘게 잡아야겠

네요...

 

눈은안떠지고 핸드폰 모닝콜 소리는 안들려요. 저도모르게 모닝콜 소리듣고 핸드폰을 꺼

버렸지만, 엄마가 열심히 깨우네요. ㅠ.ㅠ일어나라고. 지각하지말라고.

 

부랴부랴 일어나서 씻고 아침도 안먹은채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갑니다. 어제 대충 싸놓은 아침밥(아침밥이라고 해봐야 식빵에다 쨈 발라놓은것 ㅠ.ㅠ)을 가방에 넣고 뜁니다. 네.

 

버스를 타고, 1시간동안 신나게 졸았네요. 어제도 3시간밖에 못잔거 같아요. ㅠ.ㅠ 바깥공기는 추운데 버스는 어찌나 따뜻한지, 졸음이 절로 밀려옵니다. 신기하게도 병원에 도착하기 1정거장 전에는 눈이 떠져요.

 

그리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걸어가서 화장실로 직행합니다. 그리고 미리 싸놓은 아침을 꺼냈어요. 실습시작 시간까지는 10분밖에 남지 않았어요! 헉!

 

아침안먹으면 속이 너무 쓰려요. 그리고 양치를 해도 왠지 입에서 냄새날꺼 같은 느낌....ㅠ.ㅠ

 

식빵 1개를 입에 꾸역꾸역 집어넣습니다. 이건 밥을 먹는게 아니라 그냥 밀가루 뭉치를 입에 강제로 집어넣는것 같네요.

 


쉽게 말해서 이런 모습...ㅠ.ㅠ 장과장님 죄송...ㅋㅋ

 

케켁...목이 막혀옵니다. 너무 고통스러워요. 하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해요.

 

사실 탈의실도 있고, 케비넷도 있지만 워낙 도난사고가 잦다 보니, 병동 수간호사 선생님께서 병동안에 따로 보관하게 배려해주셨거든요, 그리고 병동 화장실에서 옷갈아입으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요.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가운 주머니에 펜가 가위를 마구마구 꽂고 파일을 들고 병동에 도착했습니다.

 

시간이 딱 맞았네요...그리고 간호사 선생님들께 1명 1명 일일이 인사를 다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그래 안녕하세요~~"

 

인사도 안받아주고 쌩~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래도 여기는 다 인사를 받아주셔서 너무 좋네요.

 

그리고 이제 간호조무사님과, 청소부 아주머니 한테도 인사를 했어요. 그래도 저보다 연세 많으신분들인데 인사는 해야겠죠?

 

실습시작입니당...오늘도 실습은 환자인계로 들어가고...학생들은 혈압을 재러 다닙니다..

 

오늘도 까칠까칠한 할머니 1분이 자꾸 혈압잰다고 짜증을 마구마구 저한테 분츨하시네요.

 

그래도 어쩌나요. 웃어야죠..

 

"에이씨 그만좀 재! 밥먹는데 혈압재냐?!"

"네네 할머니~~^^; 할머니 원하시는대로 해드릴께요~좀있다 올께요^^;"

 

휴...식은땀이 절로 흐르네요...

 

저희 병동 환자는 대략 80명. 다른학생들과 함께 실습하고 8시간동안 한번도 앉질 못해요.

 

못 앉게하는게 아니라 앉을수가 없어요. 너무 바뻐서 말이죠.

 

환자 수술하고 오면 침대에서 들었다 놨다를 계속 반복...아침마다 침대 시트 갈아드린다고 땀을 뻘뻘흘리다보니 어느새 팔에는 근육이 붙어버렸어요 ㅠ.ㅠ헬스, 휘트니스클럽 다닐필요가 없어요.

ㅋㅋㅋ

그래도 한번씩 환자분들과 보호자분들이 고생한다고 간식을 주십니다. 그래도 앞에서 먹을 순 없어요. 서비스 정신에 입각한 병원에서 근무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다른 곳 가서 먹으라고 했거든요...결국 또 화장실...먹은 것을 배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섭취하기 위해서 가네요...

 

간호사들 사이에서 가장 높으신분인 간호부장님께서 오셨습니다. 일동기립!

 

실습학생들과 연차낮은 간호사샘들은 고개를 90도 숙여서 인사를 합니다.

연차높은 샘들은 45도 인사 .ㅋㅋㅋ그리고 속으로 다짐을 하고 또 합니다.

"지금은 내가 화장실에서 아침을 먹지만 언젠간 나도 당신의 자리에 오를꺼라고..."

 

8시간동안 계속 머리 휘날리며 뛰어다니고..맛없는 병원점심을 먹고...결국 오늘실습도 끝났습니다...

 

또 일일이 1명 1명에게 인사를 하고 집에오는길. 버스에서 또 정신없이 졸고...집에와서 바로 밥을 먹고 또 공부를 스타트합니다...오늘도 새벽 2시는 되야 잘거 같네요...

 

그리고 내일은 또 새벽 5시에 일어나겠죠. 너무 피곤해요.

 

얼마전엔 병원취업 시즌이 된지라 이력서를 한번 써봤어요. 그래도 1학년때부터 열심히 노력을 해서 이력서를 부끄럽지 않게 쓸 수 있어서 너무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다짐을 해요.

"지금은 내가 화장실에서 아침을 먹지만 언젠간 내가 90도로 인사를 받겠다."

 

이 취업난에, 저는 화장실에서 끼니를 떼우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환자분들에게 타박듣는것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간호사샘들 눈치보는것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90도로 인사하는것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언젠간, 제가 바로 그 90도 인사의 주인공이 될 줄 믿으니까요!

 

여러분들, 다들 집에서 귀한 아들 딸인데 다들 사회에서 힘드시죠?

그래도 이 경제난에 일할 수 있다는게 어디에요...

나의 좀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면 이런 과정은 거쳐야 한다는것을 받아들이시고

본인의 꿈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되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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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헤드라인에 걸렸네요 ㅋㅋㅋ

 

사실 이 글 쓰게 된 계기가 그날 너무 피곤해서 푸념성으로 한번 적어봤는데

그래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inspire)을 주었다니 기쁘네요 ㅋㅋㅋ

 

근데 굳이 아침을 왜 똥냄새 나는 화장실에서 먹냐고들 하시는데...ㅋ

버스에선 자야죠...그 버스타는 1시간이 정말 소중한 시간이에요...그리고 버스기사님 눈치도 보이고...ㅋ

또 좋은 대학병원 화장실 똥냄새 잘 안나요...(물론 누군가가 볼일을 봤다면 냄새가 나겠지만)오히려 버스보다 냄새가 더 좋아요...(-_-;ㅋ)

 

암튼 너무 기쁘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시간될때 또 다른 글도 한번 올려볼께요 ㅋㅋㅋ

추천수17
반대수0
베플고마워요|2009.03.17 23:14
님글 한마디한마디가 가슴에와닿네요 요즘 너무 힘들었는데 님글이 참 많은생각을할수있게해주는것같아요... 언젠가 90도로 인사받고말겠다는다짐, 저도꼭 기억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베플식빵..|2009.03.19 13:49
버스에서 내리기 1정거장 전이나 병원으로 걸어가는길 10분동안이나 그때 먹으면 안되여?????? 왜 꼭 구지 화장실에서 드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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