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3일의 금요일 오후 6시...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지원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응 언니~"
울먹이는 언니의 말이.. 난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무슨 소리인지..
지영이가 자살했다는 소리에..
눈 앞이 캄캄하고 귀가 멍..했다..
"일단 갈께.." 하고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멍.. 하니 있다가 눈물이 막 흘렀다.
한참 연락을 끊었던 지애에게 전화를 했다..
믿을 수 없는 말에 눈물만 흘렀다.
얼른 정리하고 대전가자고..
옷을 갈아 입고 출발하기 전에 지원언니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그래서.. 그래서 지영이가 죽었어? "
그말에 언니는 한참을 울더니 "응" 하고 대답했다.
떨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택시를 탔다.
갑자기 너무 큰 충격을 받았는지 위경련의 증상이 왔다.
계속 배를 움켜잡고 대전을 향해 갔다..
터미널에서 그새끼에게 전화를 했다.
"니 소원대로 죽어주니까 좋냐? 어디한번 두고봐.. 내가 경찰서에 가서 다 진술할테니까 너 꼼짝말고 거기 있어!"
그말을 하고 난 대전을 갔다.
그새끼는 그 뒤로 잠수를 탔다.
임신 3개월..
아이 생각에 들떠 있던 지영이는
그렇게 아이와 함께 하늘나라로 갔다..
장례식장에 들어가니 어머니가 보였다.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너무나 꿈만 같고.. 말도 안되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빈소도 차려지지 않는 장례식장에서 멍하니 앉아있다가
너무나도 억울한 이 죽음에 할말을 잃었다.
내가 이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경찰서로 향했다.
지애와 내가 알고 있는 지영이의 모든 이야기에 대해서 경찰에 가서 진술했다.
지영이가 어떻게 해서 자살까지 선택해야 했었나에 대해서 말했다.
남자친구 때문에 엄마와 싸우고..
잘 되던 고깃집 사장이었던 지영이는.. 가족과 가게 모든것을 다 버리고
그렇게 집을 나오고..
짐을 싸들고 지애와 내가 사는 서울로 오려고 버스에 올랐지만..
달리고 있는 버스에서 내리게 해서..
그렇게 동거생활을 시작하고..
보증금 100에 월 30짜리 단칸방에서 동거를 시작하고..
9만원짜리 침대에 3만원짜리 화장대..
티비다이.. 행거.. 허벅지까지 오는 냉장고..
그렇게 살림을 차리고..
세탁기가 없어서 빨기 힘든 옷가지는 빨래감을 들고 셀프빨래방을 다니며 그렇게 살림을 시작했다.
금방 지영이는 임신을 했고..
애기 낳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자는 지영이의 바램과는 달리..
뱃속의 아이가 점점 클수록 그는 변해갔다.
입덧때문에 잘 먹지도 못하는 지영이에게 툭하면 나가서 돈벌어 오라고 하고..
농담인듯 일자리 없으면 박스라도 주으러 다니라고 했다.
지영이가 친한 오빠들과 연락하는것도 싫다며 지영이 몰래 핸드폰도 감춰버리고 지영이가 잊어버린것마냥 그렇게 숨겼다.
그렇게 점점 그는 변해갔고 나중에는 지영이에게 아이를 떼자고 강요했으며...
지영이는 혼자라도 낳아서 키우겠다고 하자..
그의 누나는 지영이에게 각서를 쓰라고 했다.
나중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는 누나의 말에 지영이는 각서까지 쓰고...
병원은 도저히 못가겠다고 했지만..
결국에는 병원을 가기로 결정하고 병원예약을 잡았다.
가기로 한 날 지영이는 울면서 전화가 왔다.
무서워서..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아 병원을 가지 못했다고..
그는 밤에 찾아와서 지영이와 싸웠다고 했다.
내일 다시 병원가자는 그의 말에 지영이는 도저히 못가겠다고 하자 병원 간다고 하기 전까지는 집에 못간다고..
내일 꼭 병원가서 애 떼자고..
그렇게 실갱이를 하다가 지영이는 그에게 맞았다고 했다.
울면서 지영이에게 전화온 죽기 전날..
"왜 울어.. 무슨일 있어?"
"맞았어..."
"어딜!!!"
"뺨.. 병원 못가겠다고 하다가 싸웠어.. 그렇게 맞았어."
지영이는 그렇게 말했다..
한참을 울더니..
"나 잘꺼야.. 전화하지마.."
그렇게 전화를 끊고 13일 새벽.. 지영이는 목을 맸다..
어머니는 지영이 시신을 확인하자마자 부검을 해야한다고 하셨다.
나도 경찰서에서 부검에 대해서 말하자..
경찰은 나에게 부검해서 단서 못잡으면 나보고 책임 질꺼냐고..
유가족들을 달래야 할 판에 왜 친구들이 더 들고 나서냐며 뭐라고 했다.
부검은 지영이를 두번 죽이는 거라면서..
그냥 간사람 조용히 보내주라고 했다.
그렇게 억울한 죽음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어떠한 처벌도 할 수 없다는 현실이 날 더 미치게 했다.
경찰서에서 돌아와서 장례식장에서 지영이를 확인하러 가는데..
지원언니는 무섭다며 내가 오기까지 기다렸다.
지애랑 언니랑 지영이를 확인하러 갔다..
지영이는 차가운 냉동고 안에서 나왔다.
싸늘한 시신이 되어서..
지영이 시신을 확인 했을때 광대뼈쪽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고..
입술을 터져서 피와 함께 시퍼렇게 변해 있었다.
누가 봐도 맞은 것임이 분명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한달 전과는 너무 달랐다..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쾡해 보였다.
얼굴을 만져 봤다..
피부랑 살결이 지영이가 그냥 자는것만 같았다..
그냥 조금 아파보이는 듯한데 지영이가 죽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빈소를 차리고..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지영이 소식을 듣고 왔다..
지영이 엄마가 다니는 절의 스님이 그가 오지 않으면 지영이는 하늘나라로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다닌다고 했다.
그가 오지 않으면 발인을 하지 말라고..
그는 전화기도 꺼놓은채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그의 주변을 수소문한 끝에 집을 찾아냈다.
14일 토요일 저녁.. 난 혼자서 집에 찾아갔다.
그 집에서는 그런 사람 살지 않는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한참을 그 집 문앞에서 기다린 끝에 우연찮게 그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의 집은 대전의 큰 대학의 앞에서 고시텔을 하고 있는 부유한 집이었다.
주인집은 6층이어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올라갔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의 누나와 매형이 밖으로 나가던 길에 딱 마주쳤다..
"어떻게 오셨어요?" 그의 누나의 말에
"지영이 아시죠? 친군데요.. 드릴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의 누나는 당황한듯 보였지만 선듯 들어오라고 말했다.
나의 몰골은 말도 아니였다.
눈은 너무 퉁퉁 부어 쌍커풀은 흔적도 없고 괴물같은 차림으로 그의 집에 들어섰다.
우선 물을 한잔 마시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들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지영이의 입장에 서서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그의 누나는 역시 지영이에게 차갑게 했던 것처럼 당신들의 입장만 고려했고 그의 편만 앞세워서 말했다.
"전 싸우자고 온게 아니라 부탁 왔어요.. 그가 오지 않으면 지영이는 하늘나라 못간대요.. 그가 오지 않으면 우리는 발인을 하지 못해요.우리쪽에서도 얼른 장례 치르고 지영이 조용히 보내주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이제와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게 아니라 지영이만 좋은 곳으로 보내주고 싶어서 온거에요. 그가 와서 지영이한테 술한잔만 따라주고 지영이랑 못다한 얘기.. 어쨌든 그의 집의 핏줄이 지영이 뱃속에 있는 그의 아이가 있으니까 그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와서 얼굴만이라도 보고 가면 지영이가 편히 잘 수 있다니까..다른건 바라는거 없어요.. 잠깐 와서 지영이만 보고 가면 되요.."
이렇게 사정을 했다. 무릎꿇고 빌면서 말했다.
그의 누나와 매형은 조금 마음이 움직이는 듯 했다.
자기들과도 연락은 안되지만 수소문 해서 연락해보겠다고..
꼭 데리고 가도록 해보겠다고..
나와 이야기 하는 중에도 전화벨소리는 계속 울려댔었고..
그와 연락을 하는 것이라쯤은 짐작 할 수 있었다.
그가 가져간 지영이의 유서를 달라고 하자 그의 방에서 유서를 가지고 왔다..
지영이의 수첩에는
"사랑하는 엄마. 아빠. 언니. 유선아. 지애야.. 잘 사는 모습 보이고 싶었는데 미안해.."
이렇게 시작된 지영이의 유서에는 그에 대해 원망섞인 소리는 한 마디도 없었다..
아가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아이를 갖게 되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다만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게 지영이의 소원이었는데 그걸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그와 내가 왜 이렇게 까지 되었는지.. 우리도 한때는 행복했었는데..
하는 그런 말들이었다..
다른 페이지에는 아이에게 안좋은 음식.. 좋은음식.. 그러한 것들을 적어놓았고..
아이를 위해서 그 좋아하던 커피도 못마신채..
그렇게 지내다가 지영이는 갔다..
유서를 읽으며 한참을 울다가..
그의 누나와 매형에게 정말 부탁드린다고.. 제발 와 달라고..
그렇게 빌고 그의 집에서 나왔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후 그의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가 연락이 됐다며..
먼 지역에서 오니까 새벽쯤 도착한다며..
새벽에 가겠다고..
그의 누나는 나에게 그가 지금 쇼크상태이니 잘좀 챙겨달라고 했다..
쇼크상태...
우리 지영인 죽었는데.. 쇼크상태이니 잘 좀 봐달라니..
그가 온다는 소식에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그가 오면 털끝하나 건들지 말라고 했다..
다들 90도로 인사하라고 했다.
지영이 편히 갈 수 있게 와주는 거니까.. 귀한 대접해야한다고..
15일 새벽 두시가 조금 안되서 그는 왔다..
지영이에게 술을 따라주고.. 향을 피우고.. 그는 지영이에게 절을 하고.. 한참을 고개숙인채 있다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채..
언니가 그를 붙잡으며 얘기했다.. 지영이 얘기좀 해달라고..
누구 하나 그에게 욕하거나 때리는 사람 없이.. 달랬다.. 아니 사정했다..
내일 발인식 할때부터 화장할때까지 두시간만 와달라고..
마지막 가는 길.. 보고 가라고..
그는 오겠다고.. 알겠다고 그렇게 말하고..
가고 나서..
20분후쯤 날 찾아왔다..
둘이서 병원 벤치에 앉아서 얘기를 했다..
도저히 못 가겠다고..
지영이 볼 면목이 없다고..
난 빌었지만.. 부탁도 해봤지만.. 그는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의 집에 가서 지영이가 살던 집 열쇠를 받아가지고 병원으로 다시 왔다..
그렇게 그는 결국에는 발인할 때 오지 않았다..
15일 아침 9시에 발인식을 하고..
11시에 화장터에 가서 화장을 하고..
한 줌의 재가 되어..
3만원짜리 나무 상자안에.. 사랑하는 내 친구 지영이가.. 그 작은 상자안에 담겨서..
정읍에 한 절의 소나무 아래 뿌려졌다..
내 손으로 지영이를 뿌려주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온 세상이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너무나도 많이 불어.. 지영이가 왔다 간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지영이는 결국에는 한 줌의 재가 되어 갔다..
지영이가 죽을 때 까지 난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지영이가 행복하게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그렇게 기도 해 주길 바라며
이 글을 쓴다..
지영아.. 그곳에서 아가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렴..
언니는 널 잊지 않을께..
사랑한다.. 내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