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김광섭
나무에 새싹이 돋는 것을
어떻게 알고
새들은 먼 하늘에서 날아올까
물에 꽃봉우리 진 것을
어떻게 알고
나비는 저승에서 펄펄 날아올까
아가씨 창인 줄은
또 어떻게 알고
고양이는 울타리에서 저렇게 올까
꽃비 - 홍수희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그대여
마음에 그 사랑을 들이기 위해
낡고 정든 것은
하나 둘 내치시기를
사랑은 잃어가는 것이다
보라,
꽃잎도 버릴 때에
눈이 부시다
민들레 꽃 - 조지훈
까닭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 꽃 한송이도
애처럽게 그리워 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인가
소리쳐 부를 수는 없는
아득한 거리에서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 오리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 마디는
내 이세상 온전히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진달래 - 詩: 강은교
나는 한 방울 눈물
그대 몰래 쏟아버린 눈물 중의
가장 진홍빛 슬픔
땅속 깊이 깊이 스몄다가
사월에 다시 일어섰네
나는 누구신가 버린 피 한 점
이 강물 저 강물 바닥에 누워
바람에 사철 씻기고 씻기다
그 옛적 하늘 냄새
햇빛 냄새에 눈떴네
달래 달래 진달래
온 산천에 활짝 진달래
눈 물 - 이성진
결국 혼자만의 사랑이었을까요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랑을 버렸지만
여러 해가 지나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면
그대를 생각하는 내 마음은
언제나 눈물겹습니다
아직도 이 마음은
그때의 지친 당신의 목소리가
걱정되고 안스러워
마음이 저려오는데
당신은 그렇지가 않은가봐요
봄편지 - 박 현 자
꿈에 종일토록 우물을 팠습니다
퍼내도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샘가로
싱싱한 푸성귀 같은 언어들을 이고
모여드는 사람들
열심히 푸성귀를 씻습니다
빨래를 합니다
그 곁에서
두레박질을 하는 어린 나무들
정갈한 언어를 건져내며
고만고만한 기쁨에 익숙해 집니다
곧이어 치아를 드러낸 채 웃으며
문을 여는 가지 끝으로 길이 보이고
연두빛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내내 봄 빛 푸르기를 기원 합니다
4 월 - 詩송해월
서글픔 많은 4월
아침부터
눈시울을 넘지 못한 꽃물이
기억의 저편으로부터
내 안의 고요한 저녁 강에 떨어져
붉게 붉게 여울지는...
아침의 향기 - 詩: 이 해 인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말고
비누 향기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빛이기를
평화의 노래이기를
다 당신입니다 - 김용택
개나리꽃이 피면
개나리 꽃 피는 대로
살구꽃이 피면은
살구꽃이 피는 대로
비오면 비오는 대로
그리워요
보고 싶어요
손잡고 싶어요
다
당신입니다
혼자 사는 일 - 신현림
일어설 수도 없이
마음은 가랑비처럼 부서져내린다
꿈도 희망도 없이
헤매던 맨발은
죽음 가까이 아주 가까이
저녁 강 따라 흘러간다
먼 창가 흰 등불 비쳐나면
환한 웃음 메아리치는
아늑한 집이 그리워
쓸쓸한 내 손 잡아줄
당신이 그리워
산 - 함 민복
당신 품에 안겼다가 떠나갑니다
진달래꽃 술렁술렁 배웅합니다
앞서 흐르는 물소리로 길을 열며
사람의 마을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
삶에 지치면 먼발치로
당신을 바라다보고
그래도 그리우면
당신 찾아가 품에 안겨보지요
그렇게 살다가 영,
당신을 볼 수 없게 되는 날
당신 품에 안겨
당신이 될 수 있겠지요
봄 웃음 - 강 희창
움츠렸던 마른 가지
울섶에 개나리
보들 보들
새 순이 돋는다고
터트린 샛노란 웃음
하얀 나비가 흩뜨린 봄내음
앞니 빠진 중강새
늦둥이 딸아이
간질 간질
새 이빨 나온다고
터지는 화안한 웃음
딸애 귓볼에서 나는 풋내음
꽃 피는 날, 꽃 지는 날-구 광 본
꽃피는 날 그대와 만났습니다
꽃지는 날 그대와 헤어졌고요
그 만남이 첫만남이 아닙니다
그 이별이 첫이별이 아니구요
마당 한 모퉁이에
꽃씨를 뿌립니다
꽃피는 날에서 꽃지는 날까지
마음은
머리 풀어 헤치고 떠다닐 테지요
그대만이 떠나간 것이 아닙니다
꽃지는 날만이 괴로운 것이 아니고요
그대의 뒷모습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나날이 새로 잎피는 길을 갑니다
봄에게2 - 김남조
잠시 만나
수삼 년 마른 목을 축이고
잠시 찰나에
평생의 마른 목을 축이고
봄햇살 질펀한 데서
인사하고 나뉘니
인젠
저승길 목마름만 남았구나
봄이여
이승에선 제일로
꿈만 같은 햇빛 안에
나는 왔는가싶어
봄 눈 - 정 호 승
봄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다른 사람에게 눈물을 보이지 말라
봄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절벽 위를 무릎으로 걸어가지 말라
봄눈이 내리는 날
내 그대의 따뜻한 집이 되리니
그대 가슴의 무덤을 열고
봄눈으로 만든 눈사람이 되리니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과 용서였다고
올해도 봄눈으로 내리는
나의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