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구호 단체 직원은 경제, 사회, 정치, 국제적 약자의 편이다. 그래서 여태껏 강자의 입자에서 쓴 책이나 그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에서 보고 듣던 것과는 다른 관점에서 쓴 책이나 그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에서 보고 듣던 것과는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볼수밖에 없다. 물론 ‘호전적인 주위의 아랍국가들에게 존재를 위협받는’ 이스라엘이라는 표현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구호 요원으로서의 내 눈에 미국이란 최강자를 등에 업고 약자인 팔레스타인을 함부로 대하는 이스라엘이 더 불편한 존재로 보인다. ‘닮고 싶은 나라 이스라엘’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관점일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은 한쪽 얘기만 많이 들었으니 다른 쪽 얘기를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야 정보의 균형이 맞을 테니까.
우리를 모욕하고 괴롭히려는 것뿐이죠 – 검문소
구호단체 직원으로 처음 그 곳에 갔을 때 요르단-이스라엘 국경에서 불쾌한 일을 당했다. 내 여권에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란 등 온갖 중동 국가의 비자가 있으니 의심스러웠던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출입국 관리소의 군인은 가타부타 말도 없이 세 시간 동안 기다리게 하더니 거의 한 시간 이상 집요한 심문과 철저한 짐 수색을 했다. 범죄자를 추궁하는 양 고압적인 말투와 몸짓이었다. 이런 태도에 내가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하며 항의하자 담당 군인이 눈을 부라린다.
나중에 보니 팔레스타인에서 일하는 구혼 단체 요원들 중 이와 비슷한 일을 당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알몸 수색을 당했다는 사람도 여러 명 만났다. 다음 해 두 번째 방문 때에도, 같은 국경에서 똑 같은 일을 당했다. 두 번 다 내 항의에 대한 이스라엘 측의 답은 같았다. 보안 때문이란다.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들어가는 검문소도 미니 국경이었다.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가자지구로 들어갈 때 또 무려 다섯 시간을 기다렸다. 역시 무례한 태도로 일일이 짐을 꺼내 검사하더니 내 일용할 양식인 ‘3분 카레’와 ‘3분 짜장’을 압수했다. 폭발물이 될 수도 있다면서. 여기서도 이런 과도한 검문 검색의 이유는 보안. 난 그나마 외국인이라고 봐 준 거였다.
팔레스타인인을 대하는 이스라엘 군인의 태도는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땡볕에서 몇 시간씩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건 보통이고, 심지어는 진통중인 임산부조차 통과시켜 주지 않아 그 자리에서 아이를 낳고서도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큰 도로에 있는 이런 검문소뿐만이 아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아무 곳에나 콘크리트로 저지선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의 이동을 철통같이 통제한다.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겨 놓고 검문을 하는 건 예사고, 운이 나쁘면 영문도 모른 채 잡혀 가서 감옥에 몇 개월씩 갇혀 있어야 한다. 이런 모욕을 당하면서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매일 검문소를 지나야 한다. 학교와 직장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검문소에서 만난 한 팔레스타인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들은 우리를 모욕하고 괴롭히려는 것뿐이에요.”
이스라엘 군인은 하루 종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세워 놓았다가 조사도 안 하고 한꺼번에 다 통과시키기도 하고. 폭발물을 수색한다고 몇 시간이나 붙잡아 놓고는 정작 가방도 열어 보지 않는단다. 초를 다투는 앰뷸런스도 예외는 아니다. 검문소를 통과하느냐 못 하느냐, 죽느냐 사느냐는 순전히 그날 검문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 군인의 기분 하나에 달려 있는 셈이다.
팔레스타인은 크게 예루살렘, 서안지구(웨스트뱅크), 가자지구의 세 지역으로 나뉘는데, 이 지역에는 약 170여 개의 검문소가 있다. 특히 가자지구는 수십 곳의 상설 이스라엘 검문소를 거치지 않고는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는 거대한 감옥이다. 예컨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검문소란 이런 거다. 어는 날 내 집에 낯선 사람이 들어와 아제 이 집은 자기 집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인심 쓰듯 이 집에서 계속 살게는 해 주겠지만 안방에서 건넌방, 부엌, 어디를 가든지 자기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과 같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 안에 이런 이스라엘 검문소를 설치하는 것 자체가 완전히 불법이라는 사실이다. 전쟁이 끝난 점령 지역 안의 자치권을 일단 인정하면 점령군 측 검문소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비야 지음, , 235쪽~237쪽, 푸른숲 펴냄, 200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