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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축구 역사에 가장 실망스러운 이근호의 J리그 구단 이적

조의선인 |2009.04.06 22:52
조회 544 |추천 0

[엠파스 토털사커 2009-04-06 ]

 

 

 

내 친구가 경험한 엄청난 소개팅들에 대해 소개해볼까 한다. 지난 몇 달간 그 친구는 여자 친구를 사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처음 만난 소개팅 미녀는 이효리였는데 아름답고 관능적인 이효리와의 만남이 무척이나 짜릿했다고 했다. 그 다음에는 김태희와 식사를 했고, 이후에는 이영애와 쇼핑을 갔다고 했다. 마지막 소개팅의 테마는 송혜교와의 나이트 클럽 댄스 파티였다고.

하지만 나는 그다지 질투심을 느끼지 않았다. 그 친구는 대한민국 전체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남자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를 원하는 여자들도 무척이나 많았다.

인천에서 자라난 그 친구는 대구로 이사를 간 뒤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그 명성이 한국을 넘어 외국까지 전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난 주 그 친구와 우연히 마주친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최고의 여성들과 소개팅을 하던 그가 결국에는 동네 김밥천국 사장 아줌마와 팔짱을 낀 채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던 싱글남이 전성기를 넘긴 중년 아줌마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은 뭔가 아쉽고 이상한 것이 당연했다.

정식으로 소개할까 한다. 내 친구의 이름은 이근호다.

어제 나는 한 일본인 기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이근호 말인데요, 국제무대에서 그토록 좋은 득점력을 보여주던 선수가 어떻게 하다 주빌로 이와타에 처박히게 됐을까요?”

좋은 질문이었지만 뭐라 답해주기가 쉽지는 않았다. 누가 봐도 이해가 안가는 움직임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이근호의 주빌로 이와타 이적은 한국 축구의 최근 이적 역사 중 ‘가장 실망스러운 이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전에도 이에 대해 쓴 적이 있어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근호 사태가 이런 결말을 내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몇 개월 전만해도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였던 선수가 팀을 구하지 못해 방황한 끝에 J리그에서도 약체로 꼽히는 팀에 가다니…….

블랙번, 파리 생제르망, 빌렘II, 오덴세의 영입설은 다 어디로 가고, 6개월 전보다도 더 나쁜 상황에 놓였다. 그 뿐이 아니다.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했던 그의 경기력은 대표팀에서의 입지마저 위기에 빠뜨렸다.

이근호가 여전히 유럽행을 원한다면 이와타로의 이적은 그리 좋은 선택이 못된다. 9개월 계약은 지난 몇 달의 과오를 반복하겠다는 의미인가? 이근호가 이와타에서 FA가 되는 시기는 유럽의 축구 시즌의 중반기와 또다시 겹친다.

물론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이번에 얻은 교훈처럼 유럽 구단들의 선수 영입은 겨울보다는 여름에 더 적극적이다. 그래야지만 구단도 선수의 적응을 도울 수 있고, 선수는 프리시즌 훈련에 참여하며 팀이 원하는 축구를 익힐 수 있다.

입단테스트가 꼭 필요했던 것이라면 왜 FA자격을 얻자마자 시도하지 않았던 걸까? K리그의 새 시즌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FA가 된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가 ‘가고 싶지 않다’던 리그의 약체 팀에서 뛰는 일이 어떻게 발생한 걸까? 이적료도 없는 젊고 유망한 스트라이커의 이적 건이었다. 유럽으로의 진출은 쉽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유럽 구단들이 이근호의 기량을 좋게 평가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라면 우리도 딱히 불만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많은 유럽 팀들이 이근호에게 관심을 보였고 다양한 의견들도 나왔다. 아쉬웠던 것은 부족했던 시간과 미래에 대한 치밀한 계획의 부재였다.

여전히 나는 이근호가 대구와 단기 계약이라도 맺어 K리그의 전반기까지는 머물렀어야 했다고 믿고 있다. 그랬다면 동계 전지훈련을 충실하게 소화했을 테고, 리그에서 지난 시즌과 같은 멋진 기량을 발휘하며 조국의 월드컵 진출에도 상당한 힘이 되었을 것이다.

유럽은 K리그 전반기와 6월의 월드컵예선들을 마친 뒤에도 갈 수 있었다. 홀가분한 마음과 완벽한 컨디션으로 유럽 구단의 전지훈련에 참여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였다.

하지만 실전 감각이 떨어진 현재의 이근호는 강등될 지도 모르는 J리그 약체 팀의 유니폼을 입을 예정이다. (주빌로 이와타의 과거는 훌륭했지만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지금이다) 소속 팀이 없는 상태에서 치른 2번의 대표팀 경기는 그 동안 쌓아온 명성에도 흠집을 냈다.

이근호가 경험했던 대단한 소개팅들에 비하면 현재의 여자친구는 너무 초라하기만 하다. 물론 아직도 기회는 있다. 이근호가 여전히 ‘이효리’의 전화번호를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

〈엠파스 토털사커 존 듀어든 골닷컴 프리랜서 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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