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26살이지만 27살과 동갑내기인 초보엄마입니다.
작년 1월에 소개팅으로 만난 26살짜리 동생이랄지...ㅋㅋ
하여간 그 남자애가 어느덧 제 남편이 되어있구요..
남편을 꼭 닮은 아들이 이제 5개월이네요..
남편을 만나기 전 저는
삶의 낙이 없이 그저 부모님과 보이지 않는 마찰때문에
작은 일에도 짜증만 부리는 히스테릭한 제 모습에 자책하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가끔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산책도 하고
본래 제가 화난 것 짜증난 것 마음에 담지않고 얼른 풀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주변에서는 제가 무척 밝고 낙천적이라고 보고있어요.
엄마는 제가 음악쪽으로 나가길 원하시는데
저는 이것저것 여러가지 해보고싶고 자유롭게 경험도 하고싶어하는지라
스트레스가 엄청 쌓여있었죠....
엄마가 하는일을 도와주고(사실 이것도 엄마의 강압에 의해서죠...)
레슨받으러 다니고 집안일도 도와주고... 이러다보니
사실 제가 1년중에 맘편히 쉬는날은...
생각도 나지 않네요...
제가 이것저것 시도하고 실패를 경험하면서 마음이 지쳐가는데
부모님은 전혀 도움을 주지 않으실뿐더러 오히려 실패하면 할수록
점점 음악을 강요하시기에 더 삶의 의욕을 잃고 있었습니다.
그러던중 작년 1월에 학과 동기가 군제대를 하고
자기 친구와 소개팅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구요.
본래 소개팅을 좋아하지 않지만.. 혹시 기분전환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
그 자리에 나갔고, 그 아이한테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소개팅 직후에 저는 편입시험을 치르러 학교 이곳저곳 돌아다니게 되었고
좋아하지도 않는 음악입시를 준비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상태에서
그 아이한테 완전 의존하게 되었고
합격자 발표가 난 후에 제가 임신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었습니다.
꽤 여러군데 시험을 봤는데 합격한곳은 단 한곳
그곳은 학교 수준이 별로...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삼류대학 축에 끼는 곳이었습니다.
부모님은 1년 더 준비하라고 하셨고 저는 그 전 해에도 시험봐서 다 떨어졌기에
이 학교라도 가겠노라고 1년 더해도 이 학교보다 더 좋은데 갈거란 보장도 없다고
고집을 피웠죠.. 당연히 마음에도 없는 전공인데 좋은 학교 갈리가 있겠습니까...
학교를 끝끝내 등록하지 못하게되고 임신사실을 확인하게 되자
이렇게 된거 결혼이나 하자 하는 마음에 부모님의 반대에도
남자친구와 함께 도피생활을 했습니다..
결국 부모님이 두손 드시고 전 아기를 낳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임신했을때부터였습니다.
도피생활과 점점 불어가는 몸...
집에 갇혀서 밖에 나가기도 힘들어지고..
남편은 그때 학생이어서 정식으로 취업하기 전이라
사실 돈 걱정도 됬었어요..
시어머니가 남편읜 새어머니이신데.. 사이가 안좋아서 내외도 잘 못했어요.
하나 있으신 아주버님.. 말이 좋아 아주버님이지 사실 제 친구입니다..
(정확히는 제 동창의 친구)27살이거든요..
그 형님과 남편사이도 안좋아서 시댁은 거의 없는 느낌입니다..
좋아하던 술도 못마시고 밖에 나다니기도 불편하니
점점 우울해지면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죽이는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남편이 리니지라는 온라인 게임을 가르쳐줘서
하게되었습니다..
저희 집은 지금도 모릅니다..
제 남동생이 두명있는데 제 주민번호로 리니지를 하느라
학업도 뒷전이고 전화요금이 엄청나와서 집이 난리가 난적이 있거든요.
알게되면 난리납니다. 저 정신병원에 끌려갈지도 모릅니다.
저도 역시 리니지라면 치를 떨고 있었지만..
마음이 허전할때 접하게되자 무섭게 빠져들더라고요...
게임하는 재미도 좋았지만..
바깥에 외출을 못하는 나에게 게임상 케릭터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대화하고 게임 아이템을 나눠주고 받는다는게
현실에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것처럼 느껴졌었어요..
대리만족이랄까..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요 며칠째 게임을 안하고 있습니다..
못하게 된거랄까.. 남편과 이제까지 의좋게 지냈는데..
게임을 하는 방식도 서로 다른데다가 제가 게임에 너무 의지하고 있어서
남편이 아이한테 소홀한것 같다고 야단치더군요..
생각해보니 그런것도 같습니다.
아기 보행기에 태워놓고 게임하거나
게임하느라 깜박하고 집안일을 게으르게 한것도 생각나고..
더 싫은건 게임땜에 거의 매일 남편과 싸운다는 점입니다..
매일매일 바쁘게 살다가 어느날 임신해서 아무것도 안하고 지내려니
답답한데.. 이젠 제가 그나마 의지하던 게임까지 안하고 있으려니
마음이 더 우울합니다....
게임을 그만둔 뒤로는
아이가 울고 보채도 금방 짜증만 나고.. 저희집이 3층인데
옆 난간으로 뛰어내려 애기랑 동반자살할 생각도 했었어요...
멍하니 베란다에 창문하나 열어놓고 하염없이 해질때까지
하늘만 바라보다 남편 퇴근시간 되면 저녁반찬 해놓고...
티비 좀 보고 그냥 잠이 안와도 눈감고 침대에 드러눕습니다..
이렇게 사는 제가 싫습니다..
처음에 게임을 그만둔 날부터 지금까지
새벽마다 소리죽여서 베란다에서 눈물만 흘립니다..
마음에 쌓여온것들이 이제사 분출이 되나봐요..
글을 쓰는 지금도 마음이 너무 허전하고 외롭고..
사람이 그립고...
아직 결혼식을 안올려서 몇몇 친한 친구들빼고는
제가 애기 낳은것도 몰라요.. 결혼한지도 모르구요..
엄마아빠 체면때문에 쉬쉬하고 있거든요...
그때문에 더 행동반경도 좁아지고 있고.. 몇안되는 친구들도
취업하랴 결혼해서 살림차리랴.. 이래서 멀리 떨어져있습니다.
처음엔 애기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이라도 나가면 괜찮을라나.. 생각했는데
친정부모님이 애기는 엄마가 키워야된다면서 난리를 치셔서 못보냈습니다..
지금 사는곳이 고향이 아니라 친척도 없고.. 부모님도 맞벌이시라
맡길수가 없습니다... 결국 아기는 저한테 돌아왔죠...
하루종일 집에만 붙어서 애기만 보고있으니
더 미칠것같습니다.. 아기가 순한편인데도..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잖아요..
다치지 않게 위험하지 않게 항상 신경쓰고.. 지켜봐야되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만 나네요...
전 어떡하면 좋죠?
잘해보려고.. 잘살려고 하는데..
경제적인 여건도 그렇고.. 스트레스받은건 풀데가 없어서
점점 쌓여만 갑니다..
아기가 피부가 민감한편이라 바깥에 외출하면 태열이 막 올라와서
어디 나가기도 망설여지다보니 집에만 갇혀있는게 생활화되었습니다..
이젠 사람도 그립고.. 바깥공기도 그립고...
외출을 안하다보니 저 자신도 점점 꼬질꼬질해지고...
몸치장하는거 엄청 좋아했었는데.. 그 사실도 슬프네요...
저만 이런건가요? 행복에 겨운 소리인가요?
그것이알고싶다 재방송에서 위험한엄마들을 봣는데
저와 같은 생각하는 엄마들이 많으신거 같더군요..
저 그 방송 울면서 봤습니다.. 내 이야기같아서...
여기서라도 하소연하니깐 속이 시원해지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