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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비디오 - 루지탕

메로빈지언 |2004.04.23 22:09
조회 660 |추천 0

루지탕/1978  

< LE GITAN : 르 지탕이 맞는발음인데, 비디오 타이틀은 루지탕이네요. > 

주연 : 아랑 드롱

(제 개인적인 사연이 깊게 얽힌 영화라서, 미셀러니하게 이야기하니 양해해 주십시요.)

 

지난 4월초 경기도에 있는 부모님 묘소에 성묘갔다가 오는 길에, 집에 돌아 오는 길이 심심하지 않으라고 그랬는지, 옆자리에 관광차 경주에 가고 있는 프랑스인 젊은 여자가 앉았길래, 경주 산다고 가이드를 자처하며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가, 아랑 드롱 얘기까지 나오게 되었죠.

Is he stll handsome? 하고 물었더니,

No. He is very old now. 하면서 양손으로 얼굴이 쭈글쭈글이라는 표현을 하며 웃더군요.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But, his blue eyes are still attractive. 하더군요.

1935 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일흔살이죠. 

제겐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운 40대의 모습이 언제나 눈에 선한데 말입니다.

르 지탕에서 보았을 때에도 강렬한 눈빛 하나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던 모습이 정말 멋있었는데, 여전히 그 눈빛만큼은 매력적이라고 하대요.

 

아버지의 영향으로 전쟁 영화광이 되었다는 어느 젊은 여자분의 취향처럼, 영화에 대한 선호도는 각자의 개인적인 체험과 직접적인 상관 관계를 가지겠지요. 저 역시 예외가 아니라서 르 지탕은, 지극히 제 개인적인 사연이 보태지면서 젊은 시절의 커다란 상처를 간직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 사연을 잘아는 제 친구가 르 지탕의 비디오 테이프를 구해서 재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죠. 그 친구가, 서울에서 경주로 택배로 보내는 바람에,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는 제 모습을 못봐서 너무 아쉽다고 하더군요.

 

고3과정이 끝나 가고 대학 입시 준비를 하던 78년 겨울에 피카디리 극장에서 개봉된 르 지탕은, 극장에서 처음 본 아랑 드롱의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고교 졸업하던 79년초에 봤슴다.)

그 이전까지, 영화의 포스터나 양복 모델 사진에서 본 그의 모습은, 너무나 쌈박하게 생겨서 별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이미지였는데,

이 르지탕 한편으로 완전히 아랑 드롱에게 매료되어 그의 팬이 되어 버리면서, 그가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보리라고 작심을 했습죠. 또, 르 지탕이 빅 히트를 치면서 연이어 체이서, 르 갱 등 그의 영화들도 속속 들어 왔고요. 그런데 르 갱은 못봤슴다. 작심도 무색하게 체이서만 보고 군대를 갔거든요.

군 복무 마치고서는, TV 주말 영화나 유선 방송에서 아랑 드롱이 나온다고 하면 열일 제쳐 두고 - 설령 내일 당장 시험을 본다고 하더라도 - 봤습죠.

 

제목 르 지탕은 영화 속 아랑 드롱의 이름이기도 한데,

르 지탕은 일자 무식 까막눈의 집시입니다. 아는 것이라고는 의리와 권총이 전부입니다.

신문도 보지만 그림만 보고 눈치로 때려 잡죠. 소외 당하고 배우지 못해, 구박 받고 냉대받는 집시들을 위해, 르 지탕은 돈 많은 데를 털어서 나누어 주며 살아가는 집시들의 의적이자, 수호천사죠.

사실, 줄거리라고 할 것은 별로 없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탈옥해서, 은행강도, 친구의 죽음, 응징, 경찰의 추적 등 이런저런 과정을 겪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르 지탕에서 아랑 드롱의 눈빛 하나 정말 죽입니다.

스크린에 눈빛만 클로즈업 시켜서 관객들을 사로 잡을 수 있는 배우가 있다면, 그많은 남자 배우들 중에 아랑 드롱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은데,

저만 반한 줄 알았더니, 저희 누나와 그 친구들도 르 지탕 보고 나서는

"아랑 드롱 눈빛 정말 굉장하더라.!"면서 난리가 났더라고요.

 

특히 기억에 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모습이라면,

친구가 죽고 나서, 호수 옆 갈대밭에서 - 스패니쉬 기타 소리와 허밍이 배경으로 흘러 나오는 가운데 -

하늘을 향해 원망하듯 소리 없이 절규하는 장면과

영화가 끝날 무렵, 열차 안에서 집시 소년과 헤어지면서 그를 바라보던 눈빛인데,

저만이 아니고, 그 당시 르지탕을 본 젊은 남녀들 거의가 매료된 모습이었죠.

 

한 가지 말씀드리면,

영화적 재미는 별로일 수 있다는 겁니다.

프랑스 느와르는 홍콩 느와르가 교본으로 삼고 베껴 먹다 시피한데다가,

아랑 드롱의 경우, 본인 스스로 외로운 늑대의 이미지를 좋아해서 주연 여배우라고 할 여자 파트너가 없는 영화에 종종 나왔는데, 나이 40줄이 되면서는 그 멋진 모습때문에 여배우들이 옆에 갔다가 시들어 버리는게 두려워서, 아랑 드롱과의 공연을 기피하는 바람에 영화 속 외로운 늑대의 이미지는 더욱 공고해졌고, 이는 더더욱 홍콩 느와르에서 줄기차게 우려먹은 대목이라는 겁니다.

홍콩 느와르 많이 보신 분들은 르 지탕에 식상한 맛을 느낄 수 있겠습니다만, 오히려 그러한 홍콩 느와르의 원형이 되는 영화라는 것이죠.

 

혹 보실 분들은, 동네 작은 비디오 가게에는 없을 수 있으니, 큰 곳으로 가시면 테이프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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