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힐듯 가까이에 다다른 운무는 순식간에 내 온 몸을 에워쌓아버렸고, 눈 앞은 마치 물 속을 헤엄치며 지나듯 사방이 뿌옇게 짙어만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은 좋았다..
마치 아주 기분 좋은날 상쾌한 바람을 피부로 느끼며 달음질 치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좋은 기분으로 한참을 이리저리 사방을 오고갔다, 순간 분명 내가 들어 선곳은 숲속이라는걸 깨닫게 되었다...하지만 눈 앞이 사실 희뿌옇기는 했지만, 전혀 식별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걸 알 수 있었다...희뿌연 안개를 거치듯 밀고 나오는 나무들, 그리고,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의 느낌이 없었다..
땅을 발고 서 있는 느낌이 아니라 마치 물 안에서 아무런 저항도 없이 헤엄을 치고 있다는게 더 확실한 느낌인듯하다...
그걸 깨닫는 순간...내 눈 앞에 희뿌옇게 피어있던 운무들이.....군데..군데 엉켜가며 망울져 가는것이 보였다...
그렇게 엉켜가던 구름덩어리들은 어떤 특정한 사물의 모양을 띈것은 아니고, 뭐랄까 마치 찰흙으로 어떤 형상을 만들려 하다 실패한 그런 모습으로 휙~~휙...사방으로 사라졌다 나타나고 했다..
하지만 무섭지가 않았다 그 느낌이 마치 나에게 같이 놀자라고 하는 의미처럼 보였기때문이다...그래서 두려운 마음보다는 반가운 친구를 만나서 술래잡기를 하듯 이리 저리로 잡으로 쫒아다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디로 들어왔으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이리저리 헤매이는데....그것들은 계속 놀자고 하는것 같았다...
"안돼...할머니가 기다리셔 그만 가야해 내일 또 놀자~!!" 허공에다가 이렇게 외치듯 말을 던지고 무조건 아래로 내려간다는 생각으로 걸음을 돌렸지만, 그 안에서 얼마나 걸었으며, 얼마만큼 거리를 좁혔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 순간부터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기다리고 계실 할머니를 생각하니 그랬나보다...내 마음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자...희뿌옇게 옅은 빛을 발하던 운무가 순식간에 검은 낯빛을 발했고, 엉켜있던 작은 덩어리들이 침울해하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야 내일 다시 놀로 올게..지금은 가야해..할머니가 기다리고 계실테니까....내일 다시 꼭 꼭 올게....!!"
그렇게 말하는 순간....작게 뭉쳐있던 덩어리들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묵직한 느낌의 운무는 다시 희뿌연 빛을 발하며, 기분 좋은 상태로 변했다..그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던 작은 덩어리들이...환한 햇불처럼 빛을 뿜으며...일렬로 쭉 늘어서기 시작했다...
그들이 서 있는 곳으로 길이 보였고, 그 길은 시골 할머니댁 마당까지 이어져 있었다...
할머니네 마당에 들어서자 뒤에서 폭죽이 터지듯 그 밝은 빛을 바라던 덩어리들이 터져 나가며...마치 안녕이라고 인사하듯 운무 속으로 번져나갔다...
그렇게 기분 좋은 경험은 첨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난 너무나 신기한 경험을 한것 같아...할머니에게 말씀 드리려고 했지만, 할머니댁 마당에서 보이는 건너편 산 허리에 엉켜있는 구름띠를 보고 비밀로 했다...
꿈이라 아쉽기는 했지만...내겐 생시와 같은 경험이었다...
요즘도 간간히 산에 오르거나 운무가 피어오르는 호수를 거닐때면...그때의 그 녀석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