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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오늘도.. 그 인간 집에 자러 갔다...

그러면 안... |2004.04.30 23:45
조회 7,710 |추천 0

아직도 그 말이 귓가에 생생하다..

 

2001년 겨울.. 아빠 손을 잡고 엄마가 그랬다

 

당신보기 부끄럽지 않게 애들 잘 키우고 나중에.. 나중에 따라가겠다고 울면서 말했다..

 

2002년 여름이 다가오기 전.. 난 아직 졸업을 하지 않아 타지에 있었고

 

아직 초등학생인 동생이 캠핑을 가던 날..

 

어떤 남자가.. 우리집에서 자고 갔다.. 한참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찌됐든 그 인간이랑 엄마는 어쩌다 멀어지게 되서 헤어졌고

 

2002년 겨울.. 아빠 제사가 다가올 무렵 엄마가 많이 다쳐서 병원에 서너달 동안 입원을 하게 되었다..

 

물론 두달 정도 후 퇴원해도 된다고 주치의가 말했지만 엄마는.. 무슨 이유에선지 병원에 계속 있겠다고 했다..

 

잊을 수가 없다.. 입원 첫날..

 

아빠 첫제사 준비 못하는 걸 맘 아파하는 게 아니라..

 

어느덧 새로 사귀게 된 남자랑 가기로 한 여행약속을 못지켜서 속상해하며 밤새 목소리 낮춰 침대에 누은 채 통화하던 걸..

 

엄마 아픈 거 걱정이 되기 보다.. 정말.. 혼란스럽고 속상하고 해서 며칠 아무생각도 안 들고 잠도 못 잤다..

 

밤마다 소리낮춰 통화했지만 엄마 폰은 유난히 송화음이라고 하나?? 상대편 목소리가 또랑또랑하게 다 들릴만큼 커서.. 잠도 못 잤다.. 

 

입원하기 전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다.. 둘이 심상치 않은 사이라는 거..

 

맨날 친구집에서 자고 온다면서 외박하기 일쑤였다..

 

어느 친구가 사별하고 혼자된 친구랑 맨날 집에서 같이 자는가...? 자긴 가족이 다 있는데..

 

여튼.. 내가 병원에서 생활하며 간호하다 엄마가 혼자 생활해도 무리가 없을만큼 회복이 되어 하루이틀 병원을 비울 때가 있었다..

 

물론 밤에 집에 자러 와서 아침에 병원에 갈 생각이었다.. 엄마는 피곤한데 집에서 좀 쉬라고 했고..

 

아침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간호사들 허락도 받지 않고 집에 가서 잔 거 같은데 빨리 엄마 병원에 보내라고.. 아님 퇴원조치 하겠다고..

 

이모에게 알렸다.. 이모 웃으면서.. 그런 거 아니랜다.. 엄마를 좀 이해하랜다.. 니가 오해하고 있는 걸 꺼라고..

 

괜히 얘기했다 싶었다..

 

퇴원하면서.. 내가 은근슬쩍 안다는 얘길 돌려서 했더니 그 뒤론 노골적으로 집에 안 들어온다..

 

저녁 무렵 그 인간 퇴근할 시간이 되면.. 나가서 아침에 그 인간 출근할 때 우리집 앞에 데려다 주고 간다

 

그 인간 농협에 다닌다..

 

동네 농협만 봐도 치가 떨리고.. 가슴이 터질 것 같고.. 가서 다 엎어버리고 싶어서 일부러 먼 길이라도 돌아다닌다..

 

그 인간..

 

금요일 퇴근하면 엄마랑 같이 주말 보내고 엄만 월요일 아침에 들어온다..

 

엄마가 택시를 타고 올 때도 있다..

 

한 번 울며불며 난리를 쳤다.. 미안하댄다.. 헤어지진 못하겠단다..

 

한 일주일.. 집에서 자는가 했다..

 

그 뿐이다.. 또다시.. 한 번 난리치고.. 일주일 잠잠.. 또 다시 그 인간 집으로..

 

정말 속상하고 이해가 안 가서.. 엄마 데이트하고 하는 거 다 좋은데..

 

인생 즐기는 거 다 좋은데..

 

왜 밤에 그 남자 집에 가서 자는 걸 당연하게 여기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그런다..

 

직장 다니는 사람이랑 연애하는데 그 시간 아니면 언제 만나냐고..

 

정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왔다..

 

그럼.. 연애하는 사람은.. 직장을 안 다니던가..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연애를 안 하던가.. 하려면 같이 살림이라도 차려야 연애를 한단 말인가?

 

퇴근하고도 얼마든지 만날 시간이 되고 주말이며 휴일.. 시간 많다고 생각하는 내가.. 좀 모자란 애인가보다..

 

요즘 젊은이들 성풍속도 엉망이라고 말이 많지만..

 

꼭 성관계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가족들한테 예의 지킬 건 지키는 사람들은.. 바보인가...

 

그 집 자식들 보기 안 챙피하냐고 하니까.. 애들이 자기를 넘 좋아하고 잘 따른댄다..

 

그리고.. 엄마가 해주는 밥 그 집 식구들이 맛있게 먹어주면 넘 행복하댄다

 

한번은.. 그냥 그 인간한테 아예 가서 살라고.. 그냥 우리끼리 살겠다고 했더니..

 

우리 다 키워놓고 시집 장가 보내면 그 때 합칠 꺼란다..

 

참나.. 지금 하는 게 뭐 있다고.. 남들 보는 눈이 무서우니.. 그러는 거.. 다 알고 있는데..

 

그러다.. 새로운 사실을 한가지 알게 되었다..

 

그 인간.. 부인이란 사람은.. 우리 아빠가 돌아가시고 몇 달 후 갑자기 돌아가셨다..

 

왜 세상을 뜨셨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하겠다.. 이거야 원래 알고 있던 거지만..

 

어느날 아침 엄마가 전화를 받으면서 굉장히 당황해하셨다..

 

엄마랑 그 인간은 동창이었는데.. 또 다른 동창 아줌마가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아무래도 얘길 해야 할 꺼 같다고.. 말을 꺼냈다.. 난 자는 척 하면서 다 듣고 있었다...

 

그 동창이란 여자분.. 이제부터 A라고 하자..

 

A란 여자분은.. 그 인간.. 아니.. 그 쓰레기 같은 놈은 자기 아내가 세상을 뜨기 전부터.. 여기저기 모텔을 전전하며 A와 함께 잠자리를 했다고 한다..

 

A는 남편이 있었는데 이 일로 인해서 이혼을 했다고 한다..

 

첫사랑이라며..  값비싼 선물에.. 다정하게 챙겨주는데 안 넘어갈 수가 없었단다

 

하긴 울 엄마한테 문자 보내는 거 봐도 그만큼 자상한 인간도 없을 듯 싶다

 

어디 시집이나 책에서 베낀 건지 여자들한테 감동을 줄 만한 문구만 한가득이다..

 

여튼.. 그 아줌마랑 그러다가.. 몇 달 후 우리 엄마한테 연락을 하면서..

 

내 동생 아직 어리니 (그 쓰레기같은 놈 자식도 아직 어리다...) 애들 바깥 바람 쐬주고 하자면서..

 

연락하고 지내다가.. 그러다가.. 우리 엄마랑 그 지경에 간 것 같다..

 

그러다가.. A가 귀찮아졌는지.. 우리 엄마가 더 맘에 들었던지.. 그 A를 멀리하니.. A는 이유도 알지 못하고 답답해하다가.. 동창회에 나왔는데..

 

그 인간이.. 그 아줌마를.. 차에 태워 외진 곳에 가서 싸우다가 안되니까 그 한밤중에 차도 안 다니는 다리 밑에 버리고 왔다고 한다..

 

참 대단하다.. 여기.. 경상도다.. 그 아줌마 과천이었나? 하여튼 집은 서울 근처다..

 

전국구로 트리플이라.. 대단한단 말밖에 안 나온다..

 

전화 통화 뿐 아니라.. 자세히 글로 적진 못하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내가 알게됐다..

 

난.. 엄마가 그 인간이랑 싸우고 헤어질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더 가까워졌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 엄마 재혼하는 거 반대하는 거 아니다..

 

엄마도 엄마 인생이 있지 않은가..

 

엄마한테.. 무슨 조선시대처럼 헌신적이고 자기 한 몸 희생해서 자식에게 불사르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그냥.. 그 자리에만.. 자신의 최소한의 본분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난 그렇다치고 아직 어린 동생 보기 부끄럽지 않은가보다..

 

자기가 자신의 이성대로 통제를 못할만큼 사랑한다해도 아직 나이어린 자식한테 보여줘서는 안될 모습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결혼하는 거.. 누군갈 만나서 사랑한다는 거.. 참 무섭고 두려운 일인 것 같다..

 

왜.. 그 많은 인간 중에 왜 그런 쓰레기 같은 말종한테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는지..

 

그 인간이.. 정말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약간이라도 맘 씀씀이가 넓고 사려깊은 사람이라면..

 

자기 자식도 엄마가 없으니..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크고 가슴 아린지 알텐데..

 

밤이고 낮이고 불러내는 거 하며 그런다고 부르는 족족 나가는 우리 엄마나..

 

그 인간들은.. 겁나지 않은가보다..

 

하긴.. 겁날 게 뭐가 있겠나.. 귀신이 있다면 벌써 잡아갔을 인간들인데..

 

자세하게 안 써서 그렇지.. 그 외 엄마로서 아직 어린 동생에게 챙겨줘야 할 것.. 당연히 하나도 못 챙겨주고 있다.. 소년가장이랑 다를 게 별반 없다.. 불쌍한 내 동생..

 

나름대로 챙겨준다고 내가 챙겨주고 있지만.. 그래도.. 불쌍하다..

 

내 동생 이젠 내가 집에 올 무렵되면 설거지도 해둔다..

 

전엔 부엌 근처에 오지도 않더니..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 힘들까봐.. 먹을 꺼 해달라고 하기 미안하다면서 설거지도 한다.. 그거 보고 정말 눈물이 났다..

 

내가.. 부엌에 손 안 대면..

 

전기밥솥에.. 밥이.. 누렇게 뜨다못해 쉰내가 나고 곰팡이가 필 때까지 다 못 먹을만큼 한가득 밥을 해둔다..

 

그래야.. 엄마 맘이 편한가보다..

 

반찬은 아예 만들지도 않는다..

 

밥상엔 다 말라붙은 김치 그릇 하나.. 정말.. 바짝 말라서 처치곤란한 김치 쪼가리 서너개 있는 김치 그릇 달랑 하나..

 

동생이 엄마한테 배고프다고 누나 오늘 좀 늦는다고 찡찡대면서 전화하면 자장면 시켜주거나 김밥같은 거 사다준다..

 

그래도 아예 모르는 척은 안해서 다행이다..

 

그 남자랑 있을 때 배고프다고 전화하면 짜증내고 편의점이랑 슈퍼 다 문 닫았다고 담에 사준다고 하긴 하지만..

 

밥상에 아무것도.. 그 말라빠진 김치 접시 하나 없어도 좋으니깐..

 

그딴 건 상관없으니.. 제발.. 제발.. 그 인간 집에서 자는 건 그만 뒀으면 좋겠다..

 

...............................

 

우릴 친자식만큼 아껴주시는 작은 아빠께 말씀드릴까 했지만.. 요즘 형편이 갑자기 안 좋아지셔서 신경쓰실 데가 많지 싶어 말씀드리지 못하겠다..

 

아빠도 없는 내 동생.. 엄마까지 뺏아간 그 인간 죽여버리고 싶다..

 

그 인간 죽여버리겠다고... 열심히 운동도 다녔다..

 

죽도로 머리를 박살내주고 싶다.. 아니 갈아마셔도 시원찮다..

 

지금 생각해도 우습지만.. 사제폭탄 같은 것 만드는 법도 알아뒀다..

 

제대로 작동을 할라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저기서 주워듣고 찾아본 정보로 폭약 같은 걸 만들어볼까 생각도 했다..

 

통채로 날려버리게..

 

농협 홈피에 올릴까.. 아님 그 인간 자식도 우리처럼 아프게.. 고통스럽게.. 학교에 소문을 내버려서 바보를 만들까.. 별별 생각을 다 했다..

 

그 인간 딸도 불쌍하다.. 울 엄마를 엄청 잘 따른다..

 

그치만.. 내가 그 쓰레기 딸 걱정까지 하게 생겼는가...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동생도.. 모든 걸 다 알고 있다..

 

삐뚤어질까봐.. 정말 걱정이다..

 

내가 왜.. 내가 왜 이 나이에.. 한창 친구들이랑 어울려 재미있게 놀고 연애도 하고 즐겁게 살 내가..

 

왜 이딴 걱정이나 해야하며..

 

아직 엄마아빠 품에서 어리광 피울 내 동생이 왜 입에 "나쁜 새끼.. 나중에 다 죽일꺼야" 이런 소리를 입버릇처럼 달고 살아야 하는걸까..

 

그래도 난 세상에서 가장 우릴 아껴주고 사랑했던 아빠 사랑이나 담뿍 받았지..

 

내 동생은.. 불쌍해서 어쩌냔 말이다..

 

내가.. 아빠한테 좋은 딸이 되어주지 못했어서.. 내 동생까지.. 별받는 거 같아 미안하다..

 

엄마고 뭐고.. 이젠 그냥 나가줬으면 싶다..

 

우리 생각해주는 척.. 아침이면 들어오고 낮엔 친구들 만나 놀고 쇼핑하고.. 술 마시고.. 밤만 되면 나가서 들어올 줄 모르는 그런 사람.. 더 이상은 필요없다..

 

우린..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아빠가 안 계서 엄마 외로울까 별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하고 특별한 날 아니라도 선물 사 드리고..

 

그래도 엄마는 외로웠던 걸까..

 

이해하고 싶어도.. 이젠.. 이젠 더 이상은.. 못 견디겠다..

 

방금... 엄마가 나갔다.. 원래 내가 퇴근하기 전에 나가고 없기 때문에...

 

그리고 동생 있으니까 얘기하기 불편해서 그 담날 들어와도.. 내가 대충 티 안내고 넘어갔는데..

 

이제 내가 집에 있는데도 이 시간에 나간다..

 

어디가냐고 물었다..

 

장 본 거 친구한테 갖다주러 간댄다.. 씨팔...

 

정말.. 이때까지 살면서.. 착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입밖으로는 커녕 생각으로도.. 욕을 한다는 거 생각해본 적조차 없다..

 

이젠.. 그냥.. 자연스럽게.. 저렇게 욕을 되뇌이곤 하는 날 봐도 별로 놀랍지가 않다.. 

 

엄마가 당연한 듯 대답하는데.. 화가 났지만.. 동생 있어서 좋게.. 내 딴엔 좋게 얘기한다고 언제 들어오냐고 물으니.. 대답을 안한다..

 

약간 짜증스럽게 물었다.. 이 시간에 왜 나가냐고 언제 오냐니까 째려본다..

 

내일 들어오겠단다.. 왜 내일 들어오냐고 소리 지르니까 그냥 나가버린다..

 

지금 찾아가서.. 둘 다 칼로 깊이 쑤시고 오고 싶다...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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