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맞벌이부부입니다.
말이 좋아서 맞벌이지, 제 월급으로 생활비하고, 남편수입은 남편이 따로 관리합니다.
그 이유는 남편이랑 큰 시누이랑 함께 사무실을 하는데...시작한지 이제 얼마 되지 않아서 제대로 된 사무실을 얻기 위한 대비책으로 저축을 하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시누이랑 남편이랑 몇십만원정도 각자 인출해서 그걸로 차량 유지비랑 용돈 정도만 하는 모양이더군요. 시누이도 남편이 직장생활을 하니, 생활은 예전처럼 아주버님 수입으로 하시는 거 같아요.
저희는 결혼한지 일년 조금 넘었는데...저는 남편 월급을 여태 한번도 받아 본 적이 없어요.
처음 몇달간은 사무실 차리는 준비로 수입이 없었고, 수입이 생기고 부터는 위에 말씀드린 이유로 그랬지요. 그 점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없습니다. 허튼 곳에 쓰는 것도 아니고, 또 아직 애기도 없어서 제 월급으로 기초생활정도는 가능하니까요.
시댁은 3남 2녀이고, 제 남편이 막내입니다.
시부모님은 정년퇴직하신지 몇년 되셨고, 두 분이 그냥 집에서 연금으로 생활하시구여.
시아버님이 공무원이셨기에 연금이 어느 정도는 나오는 모양이던데....금액은 제가 잘 모릅니다.
시댁에 가면, 처음에는 어머님, 아버님께서...아이고..우리 누구가 아직 돈을 제대로 못 벌어서 어쩌겠냐...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여. 근데..뭐 제가 어렵다고 우는 소리를 한다고 돈이 어디서 튀어나올 것도 아니고, 또 아직 젊으니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니라서 그럴 때마다 항상 ...걱정 마시라구, 나중에 돈 많이 벌어올거고 잘 살아서 효도할테니 그런 걱정 마시라고 늘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제 월급에서 떼서 무슨 날이나, 김장때나...항상 얼마씩이라도 봉투에 넣어서 챙겨 드렸구여. 저희 친정이 크게 잘 살지 않아도 행사랑, 날 챙기는 거에 굉장히 예민해서 저도 그런 습성이 몸에 뱄습니다. 뭔가 꺼리가 있는 경우에 안 챙기면 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어서 돈이 없어도 꼭 챙기는 편입니다.
5월은 시댁에 행사가 많습니다.
어버이날 뒤로 어머님, 아버님 생신이 일주일 간격으로 있지요.
큰 아주버님이랑 작은 시누이가 서울에 사는 관계로 어머님, 아버님 생신의 중간 휴일에 식구들이 다 모여서 식사를 합니다. 시댁이 대식구라서 삼촌, 숙모님들까지 항상 다 모이시는데, 다 오시면 저희 형제, 자녀들까지 다 해서 오십명이 족히 됩니다. 외식을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백이삼십만원이 나옵니다.
여태까지는 삼촌분들께서 대접을 하셨던 모양인데....올해부터는 저희 형제들이 나누어서 대접하자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사실...너무 당연하지요, 저희 아주버님 나이가 사십대인데...여태 삼촌분들한테 의지했다는 사실 자체가 저는 이해가 안되더군여. )
어느 식당을 할 것인가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금액이 너무 많다고 집에서 회를 떠다 먹자, 조금 싼 식당 없느냐....얘기가 많았지요. 큰 시누이랑 신랑이 섭섭해 하더군여. 저도 짜증이 났습니다.
일년에 한 번 식사 대접해 드리는 거 다섯명 형제가 나누어 내면 삼십만원 정도 하면 될텐데.... 그걸로 자꾸 이 얘기, 저 얘기가 나오니 저도 기분이 안 좋더군여. 물론 저는 아직 애기도 없고 하니깐 저희 형님들이랑은 입장이 좀 다르지만....뭐 또 솔직히 제가 크게 더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지요. 저도 제 월급으로만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결국 어떤 식당을 예약하기로 합의가 된 가운데...제 신랑이 그러더군요. 큰 시누이랑 신랑이 식대를 다 부담할거고, 다른 형제들한테는 얘기 안하고 밥값 걷는다고 다 받아서..그 돈은 아버님, 어머님..용돈으로 드릴거다... 저, 아주 흔쾌히...잘 생각했다고, 그러라고 말했습니다. 아주 약간...환갑도 아니고, 칠순도 아닌 그냥 평범한 생신인데...백만원이 넘는 식대외에 또 몇십만원의 용돈을 따로 챙겨드릴 것까지 있을까...싶었지만, 부모한테 잘하고 싶은 마음을 너무 이해하는데다 돈 문제로 이러쿵 저러쿵 잘 얘기하지 않는 성격이라 눈꼽만큼의 다른 의견없이 정말 기분좋게 흔쾌히 잘 생각했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 생각으로 아무리 식사를 대접하지만 그래도 어머님은 좀 섭섭하시겠다 싶어서,,,생신날 아침에 미역국 끓이고, 용채 단돈 10만원이라도 봉투에 넣어서 출근길에 넣어드리고 갈 계획이었지요.
따로 살지만, 조금만 일찍 일어나면 출근길에 미역국 정도는 끓여다 드리고 갈 수 있으니...작년에도 그렇게 했구여. 또 다른 형제들은 선물 생각도 안하더이다만...그래도 10만원 없으면 안 쓰면 그만인 돈인데 성의문제다 싶어서 챙겨드릴 생각이었습니다. 김장때고, 무슨 날이고....솔직히 손위 형님들 여유없단 이유로 그냥 넘어가던데 ..저는 형님들 몰래 꼭 챙겨 드렸거든요. 따로 뭘 잘보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결코 아니라, 형님들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형편때문인데 그 앞에서 저혼자 봉투 내미는 게 경우 아니다 싶어서 항상 안 보일때 살짝 살짝 드리곤 했습니다. 물론 그래봐야 몇 번 안되지만여. 결혼한지 이제 일년됐으니...
그런데....그런 제 생각과 행동이 결코 옳은 게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을 이번에 하게 됐습니다.
어버이날, 아버님이 저한테 그러시더라구여. "내가 너희 신랑 사무실에서 밥값 다 낸다고, 네 큰 아주버님한테는 그냥 몸만 오면 된다고 말했다..". 약간...뜨~아~..한 생각이 들었으나, 바빠서 잊고 있다가 어제 밤에 신랑한테 지나가는 말로 물어봤습니다. 혹시 어머님, 아버님께 자기 사무실에서 밥값 낸다고 말씀드렸냐구여. 그랬더니, 신랑 말이.."아니...누나랑 나랑 아무 말씀 안 드렸고, 몰래 그럴라고 우리 둘이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안 그래도 엄마가 누나랑 통화하면서 그러셨다더라....당연히 니네 둘이 내야지`~ 하셨다네." 저 그 얘기 듣고 순간 확 열이 올랐어요. 형편이 좋으면야 둘이서가 아니라, 혼자서라도 식사 대접 얼마든지 할 수 있지요. 그렇지만 사무실 연지 아직 육개월도 안됐고, 저는 제대로 된 월급한번 받아본 적 없고....또 ..다 떠나서 어찌 거기에 '당연히'라는 말이 붙을 수가 있습니까?
참 너무하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여. 큰 아주버님 고시 패스하셔서 고위공무원 하십니다. 의사, 판검사만큼이야 안되겠지만..월급 어지간한 직장인들보다는 낫습니다. 서울에서 애들 공부시키고 하자면 아주 여유있지야 않겠지만,,, 장남이 부모님 생신상 한번 못 차려드릴 정도로 어렵운건 분명히 아닙니다.
얘기를 듣고 보니...아주버님, 형님만 장남, 맏며느리로서 무심한게 아니라, 부모님이 자식을 그렇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더군여. 그냥 가만히만 계셔도 될것을....저리 말씀하시니... 큰 시누이랑 신랑도 아주 조금은...어이없어 하는 듯 하더라구여. 그러더니, 아버님이 그렇게 벌써 전화를 하셨다니, 우리가 다 내야지 뭐...합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부모님은 정말 어렵단 소리를 앞에서 안 드리니, 우리는 아주 여유있는 줄 아시고, 형님들...어렵다 어렵다 하시니 정말 어려운 줄 아시는 모양이라구여.
앞으로 나도 좀 우는 소리 해야겠네..했습니다. 순간 감정이 너무 격해졌으나, 괜히 우리 사이에 싸움 만들일은 없다..싶어서 딱 그 한마디만 웃으며 농담처럼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생신 때 용채는 없다. 마음 먹었지요.. 뭐, 돈이 아까워졌다거나, 어머님께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이런 게 아니라 (어머님....저한테 평소에 잘해주십니다. 이상한 어머님들처럼 억지 쓰시거나 그런 거 전혀 없으시고, 잘해 주십니다.) 아....내가 아무 내색을 안하니..저렇게 모르시는구나 ..싶어서 이제 돈 없으면서 카드로 선물사고..하는 행동 안하려구여. 꼭 바라고 뭘 한 건 아니지만, 비록 푼돈이지만....제 딴에는 그래도 경우 껏 그렇게 하면...어머님이 형편 안되면서 지 할 도리 할라고 애쓰는구나...생각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근데..그게 아니라, 아....형편이 되니깐 한다....생각을 하셨던 거 같아요. 그러지 않고서는 이제 몇 달 되지도 않은 사무실...그것도 보증금도 제대로 없이 1년 기한 세들어 지내는 막내아들 사무실돈을 그렇게 넉넉히 생각하실 수는 없을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