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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사 이야기 episode2 술래잡기3

전선인간 |2004.05.13 04:38
조회 739 |추천 0

// 전편에 이은 글입니다. 전편을 읽고 읽어주세요

 

 남형사 이야기 episode2 술래잡기3

 

 

 

“사장님 저 왔습니다.

이것 좀 드셔보세요 오늘은 제가 군만두와 사천짜장으로 가져왔거든요. 군만두가 기가 막힙니다.”


금은방 안 한켠에 놓인 테이블 위에 배달 가방을 내려두며

태민은 온통 오늘 자신이 가져갈 7부 짜리 다이아반지와

또 그것보다 더 빛날 미숙의 눈망울을 생각하며 행복에 가득찬 목소리로 말했다.


“어...그래...자네왔나?”


헌데 그날따라 왕사장은 무언가 불편한 일이 있는지 조금은 씁쓸한 얼굴로

태민을 맞이하였다.


“사장님 저 오늘 그날인데.........히히 감사합니다.”


다이아반지 달라고 하기가 부끄러웠는지 태민은 그저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허리를 90도로 꾸벅 꺾어 왕사장에게 그간의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왕사장은 그 순간까지도 감정용 돋보기를 한쪽 눈에 낀 채 태민을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저기 사장님 저 반지.........”


“그래 오늘이 그날이지. 거기 내 꺼내어 놓았네, 탁자위에

핑크색 종이상자 보이지? 그게 자네 꺼야“


태민은 그제서야 금은방의 탁자위에 놓인 핑크색 종이상자를 발견하였다.

6개월 전에 자신이 보아왔던 자주색 벨벳 상자와는 너무나 다른

태민은 이내 포장 상자를 신경써주지 않은 왕사장이 조금 섭섭하다 생각했으나

시세보다 훨씬 싸게 다이아반지를 넘겨주는 왕사장의 고마움을 생각하며

그저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너무나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조용히 핑크색 종이 상자를 열어보기 시작했다.


지난 반년간의 태민의 꿈과 노력 그리고 사랑이 커져왔던 그 상자 안에는

바로 그 종이상자 안에는 싸구려 하얀색 스티로폼 바닥위로 

굵은 반지가 투박스럽게 꽂혀있었다.


다이아반지가 아닌

아무렇게나 세공된 두꺼운 누런 빛을 띈 금반지가


“아니 왜 이게....... 사장님 저 반지가 잘 못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데요”


태민의 말에 그제서야 왕사장은 감정 돋보기를 오른쪽 눈에

그대로 낀 채 고개를 들어 태민을 쳐다보았다.

돋보기를 끼기 위해 찡그린 표정 탓인지 그날따라 왕사장의

눈빛이 탐욕스러워 보였다.


"무슨 소리인가? 자네. 그거 자네 반지 맞네?“


“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을 제게 주시기로 하신 반지는 이게 아니잖아요

7부 짜리 다이아반지를 주신다구 분명히 약속하셨잖아요?“


“이 사람! 젊은 사람이 벌써 치매인가? 내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다고 그래?

이봐 미스김 내가 그런 약속하는 거 들어 본적 있어?“


왕사장은 감정 돋보기를 떼내며 한쪽 책상에서

그날의 수입을 체크하고 있던 경리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아니요.”


“아니 그날 저녁에 왜 사장님과 저랑 단 둘이 있을 때 분명히 그랬잖아요.

아. 맞다. 여기 저희 계약서도 있는데....... 어떻게.......“


태민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더듬 더듬 거리며 품속에 고이 간직한

계약서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아. 그래 계약서 그래 우리 그거 작성했지? 어디 미스 김

이 계약서 좀 읽어줄래? 내가 눈이 침침해서 말야?

내가 무슨 반지를 주기로 되어있는지 미스 김이 좀 읽어봐요“


왕사장은 태민에게 받은 계약서를 경리를 보고 있는 미스 김에게 전해주었다.

6개월간 태민의 품속에서 하루도 떠나지 않았던 탓인지 계약서는

태민의 체온과 내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듬성듬성 빛이 바래져있었다.


“여기 6개월 동안 반지의 대금을 나눠 지급하면 6개월 후

금 5돈 짜리 반지를 주기로 되어있네요“


“네? 아니 그럴 리가 아가씨 다시 읽어봐요 그럴 리가 없어요. 그럴 리가

분명히 7부 짜리 다이아 반지라구요. 다이아반지.“


태민은 마치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 튼 TV에서 갑자기 공포물이 튀어 나오는 것을

본 어린아이 마냥 놀라고 당황한 듯 몸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이봐 자네 왜 생떼를 쓰고 그러나? 여기 계약서에 분명히 자네가

서명했지 않은가 더군다나 그때 자네도 충분히 읽어봤지 않은가?

내 특별히 세공엔 신경 썼으니 어서 가져가게 생떼 그만 부리고........“


왕사장은 다시 감정용 돋보기를 오른쪽 눈에 끼기 시작했다.


태민은 지금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이 일이 믿기지 않은 듯

쉴새 없이 자장면 배달 가방의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기 시작했다.


“아냐 분명히 다이아 반지였다구 다이아? 이건 사기야.

왕사장 당신이 내게 이럴수 있어?

제발 부탁이야. 왕사장

아니 왕사장님 제발 이제 장난 그만치고

주세요. 미숙이에게 끼워주기로 했다구요.

우리 미숙이에게요“


태민은 감정을 하고 있는 왕사장의 앞으로 가 왕사장의 팔을 붙잡곤

머리를 조아린 후 애걸하기 시작했다. 미숙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왕사장은 툭하고 태민의 팔을 치워버렸다.


“이봐 젊은 사람이 왜 이래 저 다이아 반지가 얼마하는 줄알아?

자꾸 생떼 부리면 경찰 부를 테니 저 반지 가지고 썩 가라고 가!“


태민의 얼굴이 자장면의 소스보다 더 검어졌다. 그는 멍하게 그 자리에 있다.

테이블 쪽으로 가 핑크색 종이상자를 손에 쥐었다.

그의 오른쪽 손 위에 태민의 얼굴로부터 짭짭한 액체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하......그래..... 그렇구나...... 그래.......이게 세상이구나.......

이게....... 하하“


그는 무언가를 꾹 참으려는 듯 세차게 배달 가방의 손잡이를 잡은 후

너무나 허탈한 자조적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태민의 뒤에서 왕사장은 감정 돋보기를 한손으로 돌리며

태민이 들릴 정도의 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병신 새끼 짱개 배달원 주제에 무슨 다이아 반지야.

식당에서 일하는 년 손가락에 끼워줄 바에는 차라리 돼지 목에나 걸어주지“


“머라구? 머라구? 우리가 머  어떻다구?

야이 이 개새끼야!”


태민의 가슴을 누르고 있던 분노가 왕사장의 중얼거림으로 인해 점화되었다.


배달가방을 꽉 진 그의 손이 수차례 올라가고 무거운 시계의 초침이

3~4번쯤 돌아갔을 무렵

황금당 금은방은 온통 태민의 배달 가방 안에 놓여있던 사천 자장면의

면발과 소스로 더럽혀 있었고

태민이 그토록 아끼던 알루미늄 철가방은 군데군데 핏빛으로 구겨져 있엇다.


왕사장은 머리가 터진 채 진열장 위에 엎드려있었고

경리를 보던 미스 김은 그저 지금 자신의 눈앞에 벌어지는 리얼 상황에

공포로 덜덜 떤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소리 내지 못하는 눈물을 꾸역 꾸역 삼키고 있었다.


태민의 이마에서 왕사장의 피가 흘러내렸다.

자신이 어떠한 잘못을 했는지 그도 알고 있었지만

지금 그에게는 자신의 그 어떤 잘못보다도 사랑하는 애인인 미숙에게

마음속으로 했던 약속을 지키고자하는 욕구가 더 강하게 일고 있었다.


태민은 다시 한번 피로 물든 철가방으로 진열장의 유리를 내리쳤다.

파편은 다시금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조각이 나 튀어져 나갔고

엇갈리게 깨진 진열장의 안으로 태민은 손을 넣어

다이아반지를 쥐었다.


허겁지겁 배달 오토바이에 오른 태민은 서둘러 시동을 걸었고

늘 밝은 색 톤으로 보여지던 “언제나 행복한 날만 계속되세요”라는

중화루의 파란 글씨가 왠지 우울한 블루색을 띄고 있었다.


“부르르릉”



태민의 오토바이 소리가 깨어진 진열장사이로 사라지기 무섭게

왕사장은 피투성이가 된 이마를 부여잡고 일어난 후 아직도 떨고 있는

미스 김에게 크게 외쳤다.


“어서 경찰에 신고안하고 머해!”






“네? 네 누가요? 그 놈이 그럴리가요?

네 알겠습니다.“


신도림 경찰서 안 박 철현 형사는 힘없이 검은 수화기를 턱 하고 내려놓는다.


“허....... 그놈이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럴리가.......”

박 형사는 깊은 한 숨을 고개를 젖힌 채 내 뱉은 후

책상위에서 개인 화기를 손질하고 있던 남형사의 어깨를 살며시 잡아 쥐었다. 


“나가자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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