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셀(Maricel·33)은 8년 전 필리핀 민다나오섬에서 전북 장수군 장수읍 송천리로 시집왔다. 요즘 매일 아침 오토바이를 타고 집을 나서 4㎞ 떨어진 군청 주차장에 세우고 통근버스로 갈아탄다. 일터는 읍 동북쪽 장계면 금덕리에 자리한 ㈜썬즈웰. 장수에서 몇 개 안 되는 큰 공장이다.
나물류와 초밥 등을 영하 60도로 급랭시켜 패밀리마트·홈플러스·CJ푸드시스템 등에 판다. 마리셀은 하루 8시간 나물을 선별해, 이곳 컨베이어(Conveyor) 생산라인에서 씻고, 데치고, 가미(加味)하고, 냉동제품으로 포장한다. 명절 직전에는 특근으로 차례상 음식도 만들었다.
이 업체 생산직 사원 36명 가운데 외국 출신 주부가 14명이다. 필리핀인만 8명이고, 일본·중국·베트남 출신도 있다. 이들이 공장을 지탱하는 수출품 생산라인의 중심에 있다. 이택기(45) 총무부장은 “고령 인구가 많은 산골이어서 젊은 외국인 주부들 아니었으면 가동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음식에 쏟는 정성과 맛을 내는 솜씨가 한국 주부들 못지않다고 한다.
㈜썬즈웰은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나아진 교통과 산골의 청정 여건을 살려 장수에 왔다. 하지만 인력 확보가 쉽지 않아, 장수군에 부탁해 외국인 주부를 대거 채용했다. 모두 장수군이 개설한 외국인 주부 한글교실 수강생들이다. 장수의 외국인 주부는 총 133명. 장재영 장수군수는 “썬즈웰이 잘돼야 장수의 청정 농산물이 많이 팔리고, 고용도 늘어난다”며 “업체와 자주 대화하며 도울 일을 찾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생산직 주부들은 공장을 찾아온 모국 바이어들을 위해 통역에 나서기도 한다. 결혼 14년째인 일본 출신 가와사키(川崎由未子·44)씨는 “일본인 입맛과 한국의 조리법을 다 알고 있으니 자신 있게 설명한다”고 했다.
마리셀은 100만원 가량의 월급을 쪼개 초등 1년생 딸은 피아노 학원에, 5살 아들은 어린이집에 보낸다. 고국의 부모님께 용돈도 부친다. 더 좋은 것은 말동무들이 있고, 고국에서 온 벗도 있다는 것. 외국인 주부들이 서툰 한국말로 낯선 산골 생활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채롭기 그지없는 한국 음식을 금방 익힐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중국 산둥성에서 올해 시집온 정연(27)씨는 “여기 와서 한국말이 많이 늘었고, 부엌에 들어가기도 즐거워졌다”고 했다.
㈜썬즈웰은 작년 말 위생조리와 첨단 냉동시설을 갖춘 2000평짜리 공장을 세워 나물과 궁중요리로 일본 시장에 파고들었다. 나물은 콩나물·도라지·고사리·시금치·숙주·시래기 등 반찬용인데, 50g씩 포장해 냉동한다. 궁중요리는 새우찜·화양적·대합구이·중화전·삼색밀쌈·두부선 등으로 일반 가정 식탁에서 보지 못한 게 상당수다. 내수 기반을 넓히면서 앞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도 뚫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김남영(55) 썬즈웰 전무는 “장수에 사는 외국인 주부들과의 상생(相生) 없이는 생각하기 힘든 일들”이라며 “급여건 복지건 아무런 차별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장수=김창곤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cg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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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음식을 외국인 만들어서 수출하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