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그 녀석의 여자②
난 한번 궁금증에 빠지면 그것만 파고드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그 녀석이 가고 나서도 밤새 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난 참 억울했다. 그 녀석은 나보다 무려 10살이나 위였고, 그정도면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시기이며, 또한 내가 모르는 숫한 과거가 있을 수도 있었다.
혹시.... 소설 속 이야기처럼 언젠가 애를 2~3명 데리고 올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그 궁금증은 꼭 밝히고야 말리라는 굳은 의지로 이어졌다. 난 해뜨기가 무섭게 시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지금 당장 학교로 와봐! 할말있어!!!”
“왜....무...무슨일인데....”
“하여튼!! 빨리 빨리!”
난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목소리마저 가라앉은 시아를 붙잡고 한참을 다급한 듯 말했고, 정말 그 당시에는 그게 가장 다급한 일이였기에 시아에게 미안한 마음은 없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시아의 반으로 달려갔다.
"도대체 무슨일인데 그래?!!“
시아는 아직 잠이 덜깼는지 하품하며 말했다. 하긴 지금 시각 5시 하고도 이제 막 2분이 지나고 있었다. 아직 일어나기도 전인 시간에 깨웠으니....
“너 기상씨에 대해서 좀 아는거 있어?!”
“기상오빠??!”
“응....”
“음...아는거야 많지!......”
시아는 갑자기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표정은 마치 알고는 있지만 맨입으로 안된다는 표정이였기에 다급해진 나는 시아가 가장 좋아하는 고구마 피자를 흥정물로 내놓으며 연신 빼고 있는 시아에게 재촉했다.
“내가 아는 기상오빠는 ....음....바람둥이에! 여자알기를 우습게 알고! 인기 만빵인 남자지! 암!”
- 그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고!!!
“ 그것 말고 다른 건 없어??!!”
“ 다른 거??! 어떤 거??!”
이제 저 여우같은 지지배는 나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아마 이런 내 모습이 처음인지라 놀리고 싶은 욕구가 마구 솟는 분위기라니...정말...평소의 나 같았으면 이런 분위기를 못견뎌 해 나혼자 알아냈을 테지만 이번은 달랐다. 내가 모르는 그는 너무 많았고, 그를
알기 위한 방법은 이것밖엔 달리 없었다.
난 여전히 흥정하는 표정으로 이젠 아예 팔짱 까지 껴대며 방실 방실 웃고있는 내 앞에 있는 여우같은 기지배와 거래를 해야 했다.
“난 고구마 피자 까지 말했어...다른 어떤걸 원해??!!”
“너 역시 내 친구지만 너무 똑똑 한거 아니니?!! 다른 어떤걸 원하는건 없어. 다만 앞으로 기상오빠와 너 사이의 일이 궁금할 뿐...앞으로 일어날 너희 사이의 일을 말해줄것! 어때??!”
하긴..난 친한 시아에게 마저 그 녀석과 나의 일을 말하지 않았다. 사실 시시콜콜 하게 얘기하는것도 조금 웃겼고, 그렇게 얘기할만한 사건도 없었다. 뭐 따로 다른 사람한테는 비밀이라고 약속한적은 없었지만 그 녀석도 그 녀석 나름대로 다른 사람한테는 비밀이였고, 그게 무언의 약속처럼 되어버렸기에 시아의 제안에 선뜻 응하지 못했다. ‘
고민하는 듯한 나를 보던 시아는 여전히 방실대며 예의 그 얄미운 미소를 풍겨대고 있을때 즈음...난 또다시 그 녀석이 애 2~3명을 손에 잡고 내 앞에 나타나는 상상통에 승낙을 했다.
“좋아! 말해줄께! ”
“진작 그렇게 나올것이지.... 궁금한게 뭐야?!!”
“기상씨의 여자관계!”
“기상씨의 여자관계라.....”
난 시아의 입모양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고, 시아는 생각에 빠진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있지...미진아! 도대체 어떤 여자를 말하는거야?! 여자가 좀 많아야 설명을 하지....”
애초부터 그 녀석에게 여자가 많을 거라는건 예상 하고 있었다. 연애의 쑥맥인 나도 대충 친구들의 애정이야기를 귓 동냥으로 들은적이 있었고, 그리고 그 녀석은 상상외로 멋있는 구석이 좀 많기 때문에 그럴거라는건 예상했었지만 막상 친구의 입을 통해 '여자가 좀 많아야지‘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땐 불쑥 그 녀석의 뒷통수를 갈겨주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그 녀석에 관한 이야기를 다 듣고 싶었지만, 가장 궁금한건 그녀에 관한 이야기였다.
“주란이라는 여자! ”
“아! 주란언니!”
시아는 익히 아는 사람마냥 주란이란 여자의 이름에 언니라는 호칭까지 붙이고 있었다.
하긴..시아는 그 녀석의 가장 친한 친구의 여동생이며, 자주 어울려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그 녀석 주변에 대해 가장 빠삭하게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이런 이야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시후오빠일테지만 내가시후오빠에게 달려가 이런 이야기를 물은 것을 그 녀석이 듣는다면 또다시 질투하냐며 하하 거릴테니 그건 삼가는 편이 좋았다.
그럴 때 웃는 그 녀석의 웃음은 정말 만화영화에서의 악당 웃음소리만큼 얄미운 구석이 많았다.
“일단 그 여자 신상 명세 먼저 말해봐!”
“그 언니?! 하는 일은 미술관 큐레이터이고, 나온 대학은 서울대학교, 기상오빠랑 동기야!
최근까지 영국 유학 다녀와서 이번에 들어왔고, 취미는 jazz dance고 특기는 직업이 그러하다보니 그림 그리기! 몇 번 입상할 정도로 능력도 있었지만, 자긴 지금 하는 일이 더 좋다면서 그만 두고 가끔 취미생활로 그리곤 해!
한마디로 멋진 여자지..내가봐도 부러운 구석이 많아. 공부도 잘하고....게다가 집안도 빵빵하지 아마??!
그 언니네 집안이 서울은행장 집안이고, 언니 어머님이 유명한 최명희화백이니깐....“
듣지 않는 편이 더 좋을뻔 했다. 정말 들어도 대단한 여자였고, 내가 봤을때도 미모 역시 빠지지 않는여자였다. 나랑은 게임이 안됐다. 젠장! 그런 그녀에 비해 난 턱없이 부족하잖아......
난 애써 흥분되고 또 억울한 감정을 (그땐 왜 억울했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 당시에는 엄청 억울했다. )억누르며 말했다.
“그럼 그 여자랑 기상씨랑은 어떤 관계였어?!!!”
나도 모르게 억양이 높아졌다. 그런 내 목소리에 시아 고 얄미운 계집은 호호 거리기 까지 하며 날 놀려대고 있었다.
“너 지금 질투하는거야??!”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건 엄연한 질투였다. 난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나와 기상씨와의 관계를 아는 유일한 친구인 시아 앞이였고, 또 내 감정을 숨길 만큼 난 그렇게 능수능란한 작업녀가 아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초짜였다. 난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아는 그런 내 행동에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긴 시아는 내가 부정할줄 알았나 보다. 그런 내 행동에 조금은 심각하다고 느꼈을까?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이였다. 나에게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표정이였다.
“그냥 말해...나 상처줄까봐 그렇게 대놓고 고민하는 표정 짓지말고...”
“눈치 챘어?! 그래...나 숨기는거 잘 못하는거 너도 알테니깐 그냥 말할께..그게 너한테도 좋을테니깐....사실 주란언니 기상오빠 무지좋아했어. 내가 듣기론 그 언니 고등학교때 기상오빠 처음 만났는데.... 그때부터 좋아했었다고 들었어. 학교도 그래서 기상오빠랑 같은 곳으로 들어간거고.... 나도 잘 모르겠지만 들은 이야기인데.... 주란 언니네 부모님이 기상오빠네 부모님 만나서 설득중이신가봐...둘이 맺어주자고...기상오빠는 물론 반대이고... 그 이상은 나도 몰라. ”
그랬다. 역시 상상했던 것 이상이였다. 고등학교때 부터면 몇 년째인가???
요즘 그래서 였을까?! 집에 일찍 일찍 들어가야 한다고 날 보내버리곤 쏜살같이 집으로 향하던 그였다. 아직 기상오빠네 집에 인사를 가진 않았지만 그 언니의 조건 정도면 내가 부모라도 결혼 시키고 싶을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두둑 눈물이 떨어졌다. 난데 없는 눈물이라니... 내 눈물에 시아는 많이 당황했는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 눈물을 말없이 닦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