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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를 두는 호주제 폐지운동 배경에 대한 담론..

몽블랑 |2004.05.22 03:26
조회 114 |추천 0

호주제 폐지운동 배경에 대한 파파라치(sukyoon) 님과 12000(gross)님의 담론..

=========== 파파라치(sukyoon) ===========

나름대로 관심있게 호폐 논쟁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호폐가 주장되는 정치적 동기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나는 호폐론에는 크게 세가지 동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첫번째는 연혁적인 이유이고, 두번째는 호주제가 여성운동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비중 때문이며, 세번째는 호주제의 구조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이다.

첫번째 연혁적인 이유는 호주제가 과거에 가졌던 가부장성, 남성우월주의성이 대다수 호폐론자들에게 깊이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1990년 가족법 개정 이전에는 호주는 단순한 기준자가 아니라 입적동의권, 가족에 대한 거소지정권, 분묘 등의 승계권, 상속에서의 우선권 등의 막강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존재였다. 그나마 1977년 개정 당시보다는 진일보한 가족법이었음에도 그러할 정도였다. 그러므로 그당시의 호주제는 분명 여성차별적이며 가부장적인 제도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현재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아줌마들이 처음 여성운동을 시작할 때의 호주제가 바로 그러한 가부장적인 호주제였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들이 지적하는 호주제의 문제점이라는 것들을 들여다보면 현재의 호주제와는 맞지않는 주장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음이 발견된다. 물론 그들도 1990년의 가족법 개정으로 호주의 권한이 유명무실화 되었음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뼈속에 깊이 박힌 호주제에 대한 피해의식은 이성으로는 지울 수 없는 것이다. 마치 평생을 가부장제 하에서 살아온 시골농촌의 할아버지가 남녀평등의 사상을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능한 것과 같다.

그외 호폐에 동조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사실 호주제에 대해 잘 모르며, 민법조문 한번 들여다 본 적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지적일 것이다. 이들의 호주제에 대한 지식은 앞에서 말한 과거의 호주제에 대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페미니스트들로부터 얻은 것들이 전부이며, 따라서 편향된 피해의식까지 고스란히 주입받고 호주제가 자신들을 억압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호주제로 인해 무슨 피해를 입고 있느냐고 질문했을때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여성을 나는 지금껏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저 남녀차별사상이니 여아낙태니 하는 풍월로 주워들은, 호주제와는 관련도 없는 이야기들을 열을내며 풀어낼 뿐이다.

두번째, 호폐론은 이제와서 주워담기에는 이미 여성운동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상징성이 너무나 커져 버렸다.

정치를 관찰해 본 사람이라면 정치적 힘을 획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슈를 창출하여 이를 관철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것이다(물론 관철 방법이 부적절할 경우 후에 치명타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정치지향적인 페미니스트들은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따라서 그들이 창출해낸 이슈인 호폐를 관철시키는 것이 여성운동의 헤게모니 장악에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하고 있다.

사실 호주제로 인한 피해가 있느냐 자체는 이미 그들에게는 그다지 관심사가 아니다. 대부분의 "피해사례"는 왜곡되거나 부분적 수정으로 해결될 수 있음은 이미 여러 논쟁들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호주제라는 가족법의 근간이 되는 제도를 여성주의의 이름아래 폐지시킨다는 것은 페미니즘 운동의 위상을 드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금껏 호폐를 주장해온 페미니스트들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호폐 논쟁은 이미 무엇이 옳으냐의 범주를 떠나, 누가 헤게모니를 장악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호주제가 가지는 남성중심주의적 상징성을 들 수 있다. 이것은 반호폐들로서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기 어려운 문제로, 나를 비롯한 일부 반호폐론자들이 한때 호폐를 지지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부계를 원칙으로 하는 호주승계 및 부성강제는 여성에게 불평등한 제도임을 부정할 수 없다. 비록 호주승계나 부성강제가 실질적인 권리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 형식적이며 상징적인 것이라 해도 말이다. 내가 여성이라도, 다른 대안이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왠지 불공평하다는 느낌만은 어쩔 수 없을 것임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단지 상징의 문제인 불평등한 호주승계나 부성강제를 전면적으로 폐지할 경우에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그 긍정적인 효과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크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반호폐론자들이 수차례에 걸쳐 설명한 바 있으므로 되풀이하지 않겠다.

흥미로운 현상은 호폐론자들이 호폐가 상징의 문제임을 공공연히 주장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그들로서는 호주제가 "실질적으로" 여성을 억압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상징의 문제는 단지 상징이라고 넘겨버리기에는 중요한 문제이다. 다만 그것이 전부는 아님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지만 말이다.


=========== 12000 (gross) ==============

세가지 모두 동감하면서, 특히 세번째 지적하신 "상징성"의 문제임을 호폐론자들이 숨기려하는 경향이 있는 이유는, 말씀하신 대로 그것을 인정하면 곧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차별에 의한 권리침해는 사실은 존재치 않음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일 겁니다.
이미 퍼뜨린 소위 "피해사례"의 허구성이 지적될 수밖에 없게 되겠죠.

저도 개인적으로 호주승계 순위 등의 현행규정이 비록 아무런 실질적 권리관계에 영향이 없는 상징적인 것이긴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차별적인 인식을 재생산하는 등 실제생활의 성차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비록 관념적이나마 차별이라 할 수 있으므로, 이 문제가 현행제도의 차별적 성격을 논하는 중심논제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을 중심으로 현행법률의 개정이 주제가 되어야 하구요.

비록 관념적이고 상징적인 것이지만, 법규정 자체가 차별인가 아닌가..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논하는 것을 피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 자체가 차별이고 그것이 차별적 인식을 재생산한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파파라치님 말씀대로, 호폐론자들은 의식적으로 그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여전히 왜곡된 "피해사례"만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 중 태반은 아무 관련도 없는 허위이고, 나머지도 사실은 관념적인 인식의 문제에 불과한 것을 마치 법에 의해 실체적인 차별과 권리침해가 있다는 듯이 왜곡하여 말합니다.
이것이 사실은 상징성과 관념적 차별인식의 재생산 문제임을 숨기려 합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라서 누구보다 자신들이 앞장서서 주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생각으로 호폐론자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법률규정이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그 규정 자체의 상징성이 가지는 차별성과 실제생활에 대한 영향력을 신중하게 검토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기가 망설여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주장은 <법률상 가족규범의 삭제가 향후 가족생활에 영향을 미쳐 실제 가족의 파괴와 해체를 촉진할 것이다>라는 호폐반대측의 주장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아무런 실체적 권리/의무가 없는 것일지라도, 법률이 얼마나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즉, 그동안 외면했던 호적제도 전면폐지와 개인별 신분등기의 위험성이 당연히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겠죠.

<법률상 가족이 삭제돼도 실제 가족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는 그동안의 주장이 스스로 모순될 뿐 아니라 아무 근거도 없는, 오직 상대방의 주장을 일축하기 위한 추측성 단언에 불과했음이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위의 주장을 고수하려면, 호주승계순위나 부가입적 등의 규정은 아무런 실체적 권리/의무관계도 수반하지 않으므로 실제 국민생활에 아무 영향도 없고 아무런 실질적인 차별도 발생시키지도 않는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법에서 가족을 삭제하면 미래에 실제의 가족도 파괴된다... 는 호폐반대측의 주장이 만일 그들의 주장대로 '억측'이고 '오버'라면...

아무런 실체적 영향력도 없는, 단지 규정에 불과한 호주승계순위와 부가입적 등의 현행제도가, 가정폭력 / 여아낙태 / 양육권 분쟁 / 남아선호 / 등등의 온갖 것들의 원인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훨씬 더 심한 억지이며 넌센스가 되기 때문입니다.

뭐... 단적으로,
여자가 결혼하면 친정부모와 가족이 아니므로 남남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 호적부에 가족이라고 기록되는 것을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인일적을 하면 친정부모는 물론이고 현재의 가족마저 가족이 아니게 된다는 것을 꼭꼭 숨기려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겠죠.

사실 호주제폐지론이 우스꽝스럽게 된 것은, 단기간에 국민감정을 자극하여 동조를 얻기 위해 너무 이것저것 말도 안되는 것을 무분별하게 끌어들인 것도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가 그들의 주장 속에 사실은 모두 들어있습니다.
(A부터 Z까지 모든 논거와 이유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폐지주장이 아직까지도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 한 말을 뒤에서 부정해야 하기때문이겠죠. 지금도 설득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폐지론은 그 논거가 손바닥 뒤집듯 정반대로 바뀌기도 합니다.)

최근들어서 호폐론의 일부에서는 비록 실질적인 권리침해나 사실상의 차별은 없지만, 승계순위나 부가입적 원칙 등의 법규상의 관념적 차별이 국민의 인식과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므로 그 상징성 자체가 차별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일반 국민들에게는 자신들조차 보기 민망해하는 허위 "피해사례"를 주입시키고 있기는 하지만요.^^ (설득대상에 따라 내용은 다양하게 바뀝니다. 누군가는 크게 속고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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