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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말 한마디

커니 |2004.05.23 23:39
조회 34,595 |추천 0

"어?...장미가 벌써 피었네!"

제가 눈치 채지 못한사이 어느샌가 우리동네 길가에 넝쿨장미가

가득 피었습니다.

언제 부터인가 우리동네에서 흔해진 넝쿨장미...

 

하지만 저는

 저 흔한 넝쿨장미때문 흔치 않은 분을 만나  깊은 배움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넝쿨장미가 흔하지 않았던 고등학교 다닐 때 일 입니다.(벌써 10년)

 

우리 학교 근처에 있는 동네 안쪽길로 걸어 들어가면 버스를 타지 않고도 쉽게(?)

집에 갈 수 있었기에 저는 자주 그 길을 이용했습니다.

 

오월......

따스함이 짙어질 무렵

제가 지나다니는 그 골목길가 어느 집에 대문을 타고 빨간 넝쿨장미가 너무나 탐스럽게

피어있는것을 보고는 저는 감탄에 감탄을 했었고...

그 집앞을 지날때 마다  잊지 않고 꽃향기를 맡아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꽃을 꺽어 가지고 싶다는 욕심까지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단짝 친구와 욕심을 행동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기를 기다리면서 어느 꽃가지를 꺾을까? 꽃도 눈여겨 봐두며...

물론 그 중에서도 제일 탐스럽고 예쁜 꽃송이들만이  우리에게 찜을 당해

당장 꺾일 운명에(?)놓여 있었습니다.

 

"됐다!!!!"

친구와 눈이 마주쳤고 우린 재빨리 장미 가지를 낚아채서 미리 점 찍어둔 꽃가지를 꺾었습니다.

  잘못된 일인 줄 알았기에

두근두근 가슴은 뛰었지만 우린 이미 작정한 일에 집중했습니다.

한 송이,두 송이... 이제 한 송이만 더...(소심하지만 욕심도 많았던 커니)

하지만 ...분주한 마음과는 달리 손은 떨렸고 ,

장미가지 또한 보란 듯이 잘 꺾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땀나는 그 순간!!

갑자기 그 집 대문이 덜컹 열리며 아저씨 한 분이 나오셨습니다.

아마도 장미를 꺾고 있는 저희를 보고 나오신 듯 했습니다.

장미나무에 매달려 안간힘(?)을 쓰고 있던 우리는

주인 아저씨께 딱 걸려 도망갈 생각 조차도 못 하고 어쩔 줄 몰라하며

겨우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냈습니다.

"죄송합니다. 꽃이 너무 예뻐서..."

"그렇지? 꽃이 예쁘게 피었지?"

아저씨의 목소리는 뜻밖에 부드러우셨습니다.

'살았다.'

속으로 안도의 탄성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렇게 쑥스럽고 어색하게 웃음으로 대신 대답하고 있는 저와 친구를 향해

아저씨께서는 한 말씀 더 하셨습니다.

 

"그런데 참 안타깝다. 학생들이 꽃을 꺾는 바람에 그 꽃은 이제 학생들만 볼 수 있겠어!

그 꽃을 그냥 놔두었더라면 이 집 앞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예쁜 꽃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다음 부터는 꽃이 보고싶으면 그냥 이 집앞을 지나며 꽃만 보고 가면 안 되겠니?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예쁜 꽃을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우린 그냥 꾸중 한번 들을 것만 각오했는데

뜻밖의 아저씨의 깊은 마음에 감동을 하고 말았습니다.

 

 또 내것도 아닌것에 욕심을 부려 보았던 마음에도 부끄러워 졌습니다.

'잘가'라는 아저씨께 꾸벅 인사를 하곤 우린 바쁘게 그 골목을 빠져 나왔습니다.

바쁜 발걸음과 함께 가슴도 바쁘게 따뜻해지면서 말이죠

 

 

다음 해 에도 그 집앞엔 넝쿨 장미는 가득 피었습니다.

주인 아저씨의 특별하시고 넉넉한 마음을 알기에 그 꽃들은 더욱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만약 그 아저씨께서 그냥 꽃을 꺾은 우리의 잘못만 마구 나무라셨다면 우린 잘못을 해놓고도

반성하기 보다는 기분이 상해 이기적인 아저씨라고 흉을 보았겠죠

물론 그 꽃이 다음부터는 예전 만큼 예뻐 보이지도 않았을지 모릅니다.

또 만약 꽃을 꺾는 걸 주인 아저씨께 들키지 않았다면

우린 또 한번 쯤 더 그 집 앞의 꽃을 꺾었을지 모릅니다. 여전히 들키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이제는 그 집 앞을 지날일도 없어지고 꽃도 흔해(?) 졌지만

한번씩 넝쿨 장미를 볼 때마다 그 아저씨의 지혜로우신 말씀이 생각 납니다.

 

아마도 그 집 대문가에는 아저씨의 넉넉함을 닮은

장미가 다닥다닥 피어있어 지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겁니다.

아저씨의 지혜로움이 우리에게 오랜 즐거움을 주었듯

집 주인을 닮았을 장미도 오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오늘도 즐거움을  주고 있을겁니다.

 

 

 

sunh1080 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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