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면의 떠오른 이미지는 투박한 질그릇 같은 것이었다.
영웅도 없고 한 시대를 관통하는 어떤 철학같은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임권택 감독이 직접 몸으로 겪은 한국 현대사가 그런가보다.
역사적인 사건이 어떤 개인사와 만나는, 그러니까 씨줄과 날줄이
절묘하게 맞닥뜨리는 지점에서 이른바 걸작이 탄생한다고 나는 본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 하류 아닌놈 있어?" 라는 카피가 참 적절한 것 같다.
거지왕 김춘삼, 제○공화국, 시라소니, 장군의아들 등 현대사에 대한
영화나 드라마가 수도 없이 등장했지만, 이제사 감독이 느끼는 것은
그런게 아니라는 것이다. 모닥불 사이로 불나방들이 몰려들었다가
사라져간 그런, 특별할 것 없는 다큐멘터리가 한국 현대사라는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영웅도 필요없고, 사필귀정 같은 것도 필요가 없다.
그저 한 시대를 살아간 한 남자의 자랑할 것도 별로 없는 이야기이다.
하류인생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최태웅은 의리있는 사람이라는 평판에 집착하여 자신의 마음과는
다른 행동을 하고, 그의 아내는 선생이지만 외도를 제외한 남편의
부정에는 별로 관여하지 않는다. 최태웅의 처남은 열혈 운동권이었지만
군사독재에 기대어 한몫 챙기기 위해 되려 최태웅을 이끌기도 한다.
최태웅의 장인은 대쪽같은 정치인처럼 보이지만 남의 돈 떼어먹는
비리 국회의원과 절친한 친구 사이이다.
내가 기억하는 십 몇 년 안되는 한국의 현대사도 다르진 않은 것 같다.
모든 게 한 바탕 농담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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