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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슬픈그림 |2004.05.24 14:25
조회 10,101 |추천 0

정말 아주 오랜만에 노래방엘 갔다.

한꺼번에 두 개의 약속이 겹쳐버린 토요일 밤, 할수 없이 나는 그 두 팀의 친구들을 함께 모아

조금은 거나한 맥주파티를 벌인뒤, 한껏 흥에 오른 그들과 함께 노래방으로 향했다.

다들 처음만난 어색함이 조금씩은 남아있었지만

"나"라는 인간을 중심으로 엮인 사람들이었기에 대부분은 경계심을 풀어헤치고 각자의 본색을 드러내며

즐겁게 그 밤을 보내고들 있었다.

 

인원수에 맞게 그 곳에서 제일 커다란 방으로 안내된 우리는 얼마전 출장에서 돌아온 친구가 면세점에서 사온 잭다니엘 한병을 몰래 꺼내 놓자 환호성을 지르며 다들 한 개뿐인 종이컵이 자기에게 다가올 순서만을 기다리며 잔을 비워내는 사람들의 표정을 일일이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먼저 잔을 비운 친구 한명이 안무를 곁들인 댄스곡을 부르며 분위기를 돋구자 사람들은 모두 일제히 그 흥에 취하기 시작했다.

 

즐거운 동그라미를 그리듯 한 바퀴쯤 순서를 돌린 마이크가 드디어 내 앞에 다가왔을 때, 화면에서는 어느샌가 벌써 내가 입력한 노래의 전주가 흐르고 있었다.

잔뜩 열이 오른 분위기는 내 노래로 인해 잠깐 쉬어가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그 때다 싶은 친구들은 얼른 전화도 확인하고, 화장도 고치면서 일제히 고요해졌다.

 

"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기억하지는 않아도 지워지지가 않아요. 슬픔~뒤 밀려드는 그리~~움............"

 

그 때였다.  잠깐 감았던 눈을 떴을 때, 내  두 눈에 이미 가득 눈물이 고여있었다. 순간 나는 이 즐거운 분위기를 망쳐선 안된다는 생각으로 간신히 억누르려고 애를 썼지만, 어느 틈엔가 낌새를 알아챈 친구 한 명이 다가와 내 어깨를 감싸고 있었고, 때를 기다렸다는 듯 고였던 눈물은 주르르 흘러내려버렸다.

 

아주 잠깐의 내 눈물로 조금은 슬픈 모드가 될 뻔 했지만, 미술 심리 치료사로 일하는 한 친구가 벌떡 일어나 부른 " 오리 날다"로 다시 분위기는 업 되었다.

역시 직업은 무시할 수 없는건지 그 친구의 치료로 우리들의 슬픈 모드는 이내 곧 바뀌어갔고

보너스시간을 다 쓰고도 30분을 더 보낸 후에 밖으로 나와 다음을 기약하며 서로의 사는 동네를 묻기도 하고, 전화 번호를 나누기도 하였다.

 

남편이 있는 친구는 남편이 데리러 오기도 하고,  다정한 남친을 가진  친구들은 이미 남자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차로 행복한 구두소리를 날리며 뛰어가기도 했다.

친구들을 보내고 남겨진 나와 두 명의 초라한(?) 싱글들은 길가에 서서 지나가는 택시들을 향해 열심히 손을 들었다.

 

집으로 들어가기 전,  잠깐 벤취에 앉아 맥주와 잭다니엘이 섞인 복잡한 위장 속으로 싸아한 밤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그러면서 나는 속으로 다짐하고 있었다.

" 다시는 노래방에서  그 노래는 부르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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