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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주정.....

찬바람 |2004.05.26 03:54
조회 678 |추천 0

티 없이 환한 꽃망울을 세상에 틔우고

아마도 그 탓에 자신이 바닥에 뒹구는 신세가 되었는지도 모를

녹색의 무도 복을 입고 살며시 부는 바람에 하늘거리는……. 이젠 그 이름마저

가물거리는 꽃나무들의 아우성…….

이미 봄은 내 곁을 지나고 있다.


이제 한두 달 후면 이년이다…….

얼마 남지 않은 자존심으로 버티던 앨범작업이…….

하루가 다른 날씨처럼 많은 일들이……. 때론 베란다 위에 올라서게 하고

정에 속아 술에 취해 운전을 하게하고 그 독한 술을 들이켜도 잠을 못 이루게 했었다.


그 외롭고 아득한 여행을 4월 초순 끝내고

무거운 여장을 풀고 적당히 뜨거운 물에 그 좋다는 반신 욕을 즐기며

시원한 맥주라도 한잔 하는 여유를 가져 봄직 하건만…….

또 그놈의 질기디. 질기게 꼬인 인생은 마지막 순간까지 실망 시키지

않으려 발목을 잡는다…….


16일 드디어 믹싱을 시작 했다.

엠알 작업은 일년 넘게 하고 보컬 녹음은 디렉터를 바꾸는 극단의 조치 끝에

한 달 만에 끝냈다. 정확히 11일 하고 이틀…….

20%정도 깨지 못한 벽은 다음의 과제로 남겨둔 체…….


보컬녹음은 끝났건만 끝나지 않은 편곡 작업에 화를 억누르며

유종의 미를 거두자며 이를 악 물다 결국 혀를 깨물었다.


100%로 끝나지 않은 데이터로 믹싱을 들어갔다.

디렉터를 봐준 선배의 연줄로 환경 좋은 녹음실에서 조금은 헐값에…….

믹싱을 해줄 엔지니어는 이미 섭외된 상태다. 이미 선불도 준 상태고…….

조금은 미덥지 않지만 작업실 선배가 그 친구에게 맡기겠다며 호언을 했기에

정확히 말하면 조금은 서먹해진 분위기를 더 악화 시키지 않기 위해…….


하지만 역시 나였다…….

16일 밤11시부터 그 다음날 새벽6시 까지 했건만 한곡도 못 끝냈다…….

조금은 우려 했던(솔직히 믹싱은 못 미더웠었다) 디렉터 선배는 아무런 터치도 하지 않았었다. 그 친구는

자질이 아니었다. 믹싱을 할 만한 실력이 없었다.


결국 계약한 6일 동안 한곡 밖에 끝나지 않았다.

무려 8시간 넘게 한곡을 했건만…….

6일째 되던 날 잠자코 있던 녹음실 사장님이 내게 말을 한다.

오늘까지만 하는 거로 하자고 자기가 총대를 메겠다고.

가수로써는 100%로 완벽 할진 몰라도 제작자로선 아니라며

나를 질책 한다. 그 정도 트랙이면 넉넉잡아 오일이면 끝내고 수정 들어 갈 거라고…….

6일째 까지 기다리며 잠 못 자며 몰두한 시간들이

산산이 부서져 내린다.


언제까지 난 실험용 쥐가 돼야 하나……. 이번에 하는 거 봐서 앞으로 믹싱을 맡길지

안 맡길지 판단을 하겠다고 말한 후배.... 언제까지 용서를 해야 할까? 참자...참자

참자…….


25년 음악 인생에 흠이 가 울부짖는 디렉터 선배의 술주정을 받아 주며

난 화를 낼 수도 슬퍼 할 수도 없었다.

기다려준 죄 밖에 아니 내 작업을 도와준 죄밖에 없는 고귀한 선배에게

결국 내가 찬물을 끼얹었다…….

결국 시작부터 내 잘못이었던 거다…….

녹음실 사장 말대로 제작자로서의 본분을 정에 이끌려

그르친 거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또

다행히 녹음 받던 후배의 도움으로 그 친구 집에서

열악하지만 다시 하기로 했다…….

차도 팔아 믹싱을 시작 했건만…….

결국 남은 건 무언가…….

남은 게 무언지……. 술 깬 뒤 찾아 봐야겠다....


(오랜만에 검을 칼집에서 꺼내 보았다..... 한동안 살피지 않아 먼지 가득한

검 집을 닦고.... 오래 홀로 두었지만 흠 하나 없이 여전히 퍼렇게 날 선 모습 그대로다.)

나도 그런가?

2004 . 5 . 26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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