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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여동생에게..

흑도야지 |2009.06.27 13:07
조회 694 |추천 2

안녕하세요.

판이라는 곳이 글을 처음 써봅니다.

밑에 분이 누나의 입장에서 글을 쓰셨던데..

저는 '오빠'의 입장에서 글을 한 번 써보려고합니다.

아 저는 24살의 오빠의 입장이고 동생은 17살의 고등학교 1학년생입니다.

(나이차는 많이 납니다만, 겪을 일은 다 겪어봤다 생각합니다^^;)

 

여동생들에게하는 오빠들의 위한 변명 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심이니.. 한번 읽어주세요.

 

오빠들에게 여동생이란 어떤 존재일 것 같습니까.?

제 지인들과 이야기한 결과는 여동생이 모든 인간관계에서 no1입니다.

 

여동생>부모님>애인 순입니다.

이렇게 순서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웃기지만, 비교 대상도 아니란 거 알지만 그정도라는 사실을 미리 숙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들은 저희를 보살피고 키워주시죠. 부모님들은 자식이란 짐을 가지고 살아가십니다.

그래서 응석도 부리고, 보호도 받는 입장이죠.

 

오빠에게 있어 동생이란 그런 존재입니다. 조금씩 늙어가시고, 작아보이는 부모님 대신에, 이 험난한 세상에서 지켜야할 대상, 책임져야할 대상이 바로 동생이죠. '여동생' 이라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 여동생의 입장에 계신 분들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을지 모릅니다. 우리 오빠는 저렇지 않다.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요..

저는 그 생각에 또 도리도리.. 고개를 젓고 싶네요.

오빠들의 진심을 잘 모르는 것이라고..

 

어느 오빠든.. 다정다감하게 애정표현하는 오빠는 참 드뭅니다.

오빠는 강해야하거든요. 감정표현도 잘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바보들이 많습니다.

힘든거 다 자기가 이겨내야하고, 아픈거 내색하지않고, 특히 동생에게, 부모님에게는 더더욱 감추고 싶어하죠. 자기로 인해 걱정할 가족들이 너무 싫고, 자기가 어느정도의 능력은 된다고 보여주고싶어하기때문이죠. 그로 인해, 동생에게, 부모님에게 실없이 감정표현 하는것을 꺼리게 되는것같더군요. 자연스레..

 

 

저 역시 동생과 참 많이 다투면서 컸습니다. 7살 터울이나 나는데 어떻게 싸우냐면서.. 그렇게 반문하시던 분들도 계셨는데.. 싸웁니다. ^^ 싸울꺼 다 싸우고.. 다툴거 다투고..

 

동생에게 심부름도 정말 많이 시켜보았고, 때려도 봤습니다.

못난 오빠였던 거 인정합니다. 너 잘되길바래서 때렸다. 이렇게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당시에 동생과 싸울 때만해도 정말 그 한순간의 욱하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 기억이.. 동생에게는 참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우리 오빠는 동생 때리는 오빠 맨날 귀찮아서 동생에게 다 미루는 오빠..

 

지금의 제 동생 역시 제가 세상에서 제일 못된 녀석, 제일 못 생긴 녀석, 제일 미운 녀석 으로 생각하고 있거든요.. ^^ 오죽하면 제 모습과 정반대인 녀석을 이상형으로 꼽겠습니까. ㅎ

(속이 쓰리네요 ㅠ..)

제가 잘해주었던 것은 하나도 기억 못 하니 말이죠. ^^

어릴때 동생 괴롭히던 녀석 찾아가서 엄청나게 혼내주었던 일..

동생한테 불평등하게 대우하시는 선생님 찾아가서 따졌던 일..

매년 학교에 찾아가 먹을꺼 사들고가서 동생 기살려줬던 일..

(요것만 기억합니다. 올해는 왜 안오냐고..-,.-;;

오빠도 먹고살기힘들단다.. 이제 공부하는 입장이잖니;;;)

매번 친구들오면 용돈주는일.. 숙제해줬던 일..  저도 생각하면 참 많은데 ㅠ

여기서 생색 내고자합니다!! 우핫^^

 

 

이제, 오빠의 입장에서 변명을 한번 해볼까합니다.

여동생들이 설겆이며, 갖은 심부름.. 에 오빠로 인한 짐을 지고 살아간다는거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한 여동생의 오빠로서 살면서, 지는 짐은 한번 생각해주길 바랍니다.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나름 바둥되면서 살고 있습니다.

(왜 니가 경찰이냐 니가 뭘 지켰냐? 하고 반문하실 줄도 알겠지만)

 

사실.. 저희 또래쯤되면, 부모님들은 40후반에서 50중반이십니다.

예전에 비해 힘도 많이 없어지시고, 주름도 많이 늘어나셨죠.

그런 부모님을 보면서, 오빠의 경우는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가장은 아니지만, 가장 예행연습을 하는 것이죠.

 

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합니다.

밖에서 일을 하면서 경제적인 보탬을 하기도 하며, 집안의 대소사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각종 제사에서부터, 우리 집이 어떻게 나아가야할 방안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야만, 사랑하는 가족이.. 내 동생이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이때, 많은 오빠들은 이미 동생은 내가 키워야겠다. 내가 동생만은 힘들지 않게하고 살아가게해야겠다는 생각합니다.

 

오빠란 그렇습니다.

사회에서 자기가 온갖 더러운 꼴, 간 쓸개 다 빼주는 한이 있어도, 남자의 자존심 다 뭉개지는 일이 있어도.. 자신의 여동생만은, 그런 꼴 보이게하지않고,.. 힘들게 하지않고 정말 한없이 티없고 맑게, 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거 다 해주고싶고.. 능력이 안되는 자신의 무력함에 한탄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단 자기관리도 동생을 생각해서라도, 꾸준하고 철저히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조금 귀찮아서, 나태해지는거.. 저 역시도 풀어지고 싶을때 많습니다. 하지만

동생과 부모님을 생각해서 더 힘냅니다.

내가 좀 더 잘 되어야지.. 우리 동생이 더 편하게 살 수 있으니까..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오빠들은 '남자'로 세상을 살아오다보니 '남자'란 동물의 습성을 잘 압니다.

그러니 세상이 참 위험해 보이는거죠. 믿을 놈 하나 찾기 정말 힘들거든요.

 

여성분들이 어떤 한 이성에 대해, 참 좋은 감정을 가져도, 남자들은 같은 남자를 알기때문에 금방 파악할 수 있고, 이미 대다수의 같은 남자들을 접해보았기때문에, 편견아닌 편견이 생겨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참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분들끼리 말씀하시는 '내숭'이 남자들 사이에서는 '가식'으로 '위선'으로 보입니다.

여러분들이 푹 빠지시는 '매너'가 '가식'이 아닌지.. 잘 생각해보시길바랍니다. ^^

 

그것 외에도 세상이 워낙 흉흉하잖습니까. 보통 남자들은 제 몸 하나는 충분히 지켜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여리디 여린 여동생은 아니지요..

항상 약한 동생이라고 생각하는게 오빠들의 일반적인 관념이에요..

그래서 조금만 늦어도, 오빠들은 초조하게 되고, 걱정대신에 역정을 내는 것이지요.

이것만은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늦게 들어올때 화를 내면 낼수록 그만큼 동생을 생각했다는 것이고, 걱정을 많이 했다는 것을요..

 

그래서 외박에 더 민감한가봅니다. 동생을 못 믿어서가 아닌, 세상을 못 믿어서이죠..

 

이정도면 반론이 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요점은 이 것 입니다.

 

세상의 오빠들은 (여)동생을 가장 사랑하고,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며, 가장 예쁘게 여기고, 내가 더러운 꼴 당해도 좋으니, 내 동생만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 동생만은 다 잘 되었으면 좋겠고, 내 동생이 힘들면, 내가 배로 아프고,, 힘들고,, 동생을 힘들게 한 녀석이나 무엇인가에 대해 격렬한 분노를 느끼고, 세상은 위험한 것 같아, 동생에게 간섭하게 되고, 또 세상에서 우리 동생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자랑스럽다는거..

 

하지만.. 그걸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말로서는 표현 잘 하지 못 한다는 것..

 

사랑한다 내 여동생아..

 

p.s) 몇 일전에 술을 한껏 먹고왔는데, 새벽까지 공부를 하는 동생을 보고..

제가 이렇게 말했어요.. "너는 공부만 해라. 오빠가 다 해줄게."

참 넉넉치 않는 집안형편속에서도 열심히하는 동생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동생한테는 와닿았나 보더군요. 어머니에게 말했다더라고요..

그걸 기억해주었다니.. 이상하게 찡하고.. 기분도 좋더군요..

감정표현 조금씩 해야겠습니다. 부산놈이라 쉽지않겠지만요.

 

오빠들은 밖에 가면 팔푼이가 됩니다. 어디가서든 동생 자랑이고,..

자신이 못 난 점에 대해 동생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려고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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