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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절수술 했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도움이 되고 싶어서요.

에효. |2009.07.06 04:48
조회 8,262 |추천 1

저 밑에.. 글 쓴 사람입니다.

테스트기 확인해 보고 딱 일주일만에 수술했네요.

수요일에 가서 초음파를 했습니다.

다행히 여선생이더군요.

아기가 제법 크더라구요... 신기해서 한참이나 들여다 봤습니다...

선생님이 그래요.. 6주 정도 됐다고..

제가 생각했던 기간이 아니라 생리하고 일주일 있다가 갖은 관계에서

임신된 거 같더라구요..

저희가 관계를 한달에 한번쯤 갖는데.. 전달에 갖게 돼었을때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먼저 말을 꺼내시더라구요.

제가 전에 갑상선 암에 걸려서 수술을 하고 방사선동위원소 한지 얼마 안됐다는

내용을 초반 기록지에 썼는데

그 내용을 보셨는지 애기는 어떻게 하실꺼냐고..

방사선동위원소를 하게 되면 일년간 불임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게 됩니다.

산부인과가 아니고 그 동위원소를 하는 핵의학과에서 그런 설명지를 주거든요.

저도 모르게 울먹거리면서 방사선이 아직 몸에 남아있어서 애기는 못낳을 꺼 같다고..

선생님이 위로 해주시면서 보험이 되는지 알아보신다고 하셨습니다.

금액은 얼마냐고 했더니 보험이 안되면 약 40~50만원 든다고.,.

영양제 값이 10만원 고정이더라구요..

 

토요일로 수술날짜를 잡고 왠지 선생님 손에 들려 있는 초음파 사진을 바라 보니

선생님이 제 손에 쥐어 주시더군요..

그걸 들고 비틀비틀 회사로 와서 일을 다 마치고 남자친구를 만났습니다.

남자친구는 그 초음파 사진을 보더니 신기한 듯 한참을 들여다 보더군요..

뺏고 태워 버렸습니다. 남친 눈에 눈물이 살짝 고였지만.. 내가 가진 이 고통 힘듬..

아무것도 모르고 단지 어색하고 신기하기만 하겠죠..

 

토요일이 되었습니다.

이른 아침 가슴이 계속 쿵쿵 뛰더라구요..

남친 손을 꼭 잡고 병원문을 들어서니 간호사선생님이 옷을 갈아입고

자궁에 약을 넣어서 녹여야 한다고..

초음파를 했던 그 의자에 앉아 약을 집어넣고 침대에 누워서 3시간 가량

자궁을 넓히는 링겔을 맞았습니다.

약이 거의 떨어질 무렵 배가 살살 아프더니 생리통이 오는 것처럼 계속

콕콕 찌르더라구요..

간호사언니가 계속 와서 아프냐고 어느정도냐고 체크하시더니

시간이 되고.. 수술을 하러 가자고 왔습니다.

그 전에 화장실을 갔는데 휴지로 뒷처리를 하는데 피가 살짝 배더라구요..

수술실에 누워 손발을 고정하고.. 사지가 묶인채로 그렇게 멍하니 있는데

간호사 언니가 와서 보시더니 피가 언제부터 났냐고 물으시더라구요.

그래서 아까 화장실갔을 때 첫 발견이라고 했더니 잘 되고 있는거라고..

아기 죽이러 온 주제에 나도 모르게.. 아기가 죽었나요?? 왜 피가 나나요..

간호사 언니는 아까 넣었던 약이 아기 집같은 걸 녹이는 작용을 한다고..

그러시더니 굉장히 슬픈 목소리로.. 아기는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러면 마음이 더 아프니까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글썽해지고.. 참 내 자신이 부끄럽고..

 

선생님이 들어오고 수면 마취를 한다고 간단히 설명을 하시더니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마취를 했습니다.

배를 콕콕 찌르는 통증에 눈을 뜨니 남자친구가 손을 꼭 잡고 앉아 있더라구요.

배가 계속 살살 아파서 아프다고 하니 어찌할 바를 몰라서 간호사 언니를 부르더라구요

간호사 언니가 오시더니 진통제를 아까 놔드렸는데 또 놓게 되면 몸에 안 좋다고

남친더러 계속 등을 문지르라고..

남친이 계속 등을 문지르고 수면마취라 그런지 깨자마자 정신은 말짱하더라구요.

배는 계속 살살 콕콕 찔렀지만 생각만큼 그렇게 아프지 않았고

딱 생리통정도.. 시계를 보니 수술실 들어간 시간보다 딱 40분 지났더라구요.

내가 수술실에서 얼마만에 나왔냐고 했더니 10분정도 있다가 나왔다고..

영양제도 금방 떨어지고 언니가 가도 된다고 해서 일어섰습니다.

일어서니 갑자기 피가 주루룩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대형 생리대를 대 놓았다고.. 하시더라구요.

 

남친에게 설명과 설명지를 주었다면서 그 사이에 남친은 약도 타오고

그렇게 아무생각 없는 상태로 병원문을 나섰습니다.

걷는데 하나도 안 아프더군요. 배 통증도 금새 사라지고..

아무렇지도 않은 몸이 되어버렸어요 수술에서 깬지 20분만에..

병원 문을 나서는데 비가 오더라구요.. 소나기가..

남친이... 우리 애기가 흘리는 눈물인가봐.. 그러는데 또 하염없이 눈물이..

 

또 이 거지같은 속물 근성에 수술비는 얼마 결제했냐고 물었더니

방사선으로 인한 중절로 보험처리가 되어 15만원 들었다고 하네요.

그것도 다행이라고 ... 참... 나도 한심하지..

몸 관리 해야 한다고 푹 고은 사골국물에 밥 말아먹고 남친이 미리 잡아둔

모텔에 들어가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 사이에 남친은 내가 아까 중얼거린 과일을 이것저것 사오고

한 두시간 잤나.. 일어나니 몸이 말짱하더라구요...

멍하더군요. 아무생각도 안나고. 그런데 다른 분들처럼 미안함이나 죄책감도 없고

남친이랑 꼭 껴안고 그냥 티비랑 디비디만 계속 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피도 멎었더라구요. 중형 생리대로 교체했는데 피가 거의 묻지 않고..

그렇게 오늘 오후에 나와서 남친이랑 계속 같이 있다가

집으로 왔습니다. 같이 사는 동생에겐 놀러 갔다고 거짓말 하고

피곤하다고 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안오네요..

아프진 않아요. 마음이 아플 뿐이지.. 그런데 계속 아프지도 않아요.

어쩔 수 없었다고. 내 몸이 준비가 안됐었다고.

일년뒤에 다시 와 달라고 스스로 정당화만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웃고 있네요.

계속 미안한 마음을 갖고 우울하고 싶은데 당연히 아이와 헤어졌어야 할 결정이었다고

잘했다고 방사선이라 어차피 수술했어야 한다고..

방사선 아니었어도 수술했을꺼면서.. 그렇게 나를 속여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려운 일도 아니예요.

그냥.. 눈 감고 없었던 일로 하면 내 몸은 물론 상했겠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살 수도 있을꺼예요. 남친과 저는 이번 일을 잊지 말자고.. 하지만 생각하지도 말자고

그렇게 결론 내렸어요. 일년 뒤 우리가 결혼하며 그때 다시 와 달라고.,.

그렇게 빌면서요.

 

전에도 썼지만 원치 않는다면. 준비가 안됐다면 무턱대고 낳는 건 반대예요

하지만 정말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꼭 아기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피임이나 관리는 꼭 해야 할 꺼 같아요.

남친과 저도 결혼전까지는 하더라도 정말 철저한 준비를 하고 하자고

굳게 약속햇어요.

사실 그때 임신한것도 생리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방심했기

때문이었거든요. 평소 꼭꼭 콘돔을 쓰다가 ...

선생님이 배란이 평소보다 빨리 돼서 그런거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냥.. 생각하지 않고 살래요. 생각하면 가슴이 콕콕 찌르는 기억이니까요.

잊고 살기엔 마음이 너무 아파서 이렇게 글 써 봐요,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잊지는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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