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물러나겠습니다........
저의 꿈속에 한 청년이 나타났습니다. 그의 얼굴은 흉측한 괴물처럼 온통 화상으로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그의 눈에서 눈물과 피가 섞여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는 환희 웃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환한 미소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20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잊을 수 없는 그 얼굴이었습니다. 그는 허리를 숙여 나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더니,
“당신이 한 걸음 더 물러나세요.”
그의 음성은 차분하고 온화했지만 단호했습니다. 나도 침착하게 앉아서 그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이 땅의 자유를 위해 온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젊은 나이에 죽었는데, 억울하지 않습니까?”
“아니요. 지금도 저의 선택과 행동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자유가 억압된 절박한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그것뿐이었지만, 결코 억울하다거나 원망은 없어요.”
“오늘날 상황이 안타깝지 않습니까?”
“물론, 안타깝지요.”
“그런데, 왜 저에게 물러나라고 하시나요?”
그는 나를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당신처럼 저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유의 소중함에 대한 절박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태예요.”
“그럴수록 더욱 가까이 그들에게 다가가서 자유에 대한 소중함과 감춰진 진실에 대해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래야겠지만, 상황과 장소에 맞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당신이 목소리를 높여도, 그것은 공허할 뿐이에요.”
“어째서, 당신처럼 자유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있고, 방관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모두의 소중한 자유인데.......”
그가 웃어 보이며,
“20년 전에 당신과 탁자에 마주 앉아서 토론하던 내용이 반복되는군요. 하지만 결론은 변함이 없어요.”
“나도 그 결론은 알고 있지만, 혹시 논리적으로 그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지 잠시 실험을 했을 뿐이오.”
“알고 있어요. 그러나 이젠 당신이 물러서야 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알겠어요. 빗길에 조심히 가시오.”
나는 그에게 절을 했다. 그도 나에게 웃으며 절을 하고 뒤돌아섰다. 새벽에 나는 굵은 빗소리에 눈을 떴다. 창밖으로 하염없이 눈물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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