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거 올리는것도 참...힘들구나...ㅠㅠ
1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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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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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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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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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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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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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륵 쿵
아주 조금씩이었지만 확실히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다가오는 것 보다는 옮겨진다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았다.
경비는 엎드려 죽은 모습 그대로,
머리를 약간 들면서 몸을 스륵하고 전진 한 후에,
다시 머리를 바닥에 내렸는데,
그 때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이 모습이 계속 반복 되면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다행인 것은,
움직이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데 비해,
다가오는 거리는 아주 짧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조금씩이지만 다가오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현재 우리는 여기서 나갈 수가 없는 신세니까.
“민혁이 정말로 죽은거야!? 그리고 방금 무슨 소리야. 무슨 일 있어?”
아직도 눈을 못 뜨고 있는 조장이 말했다.
“무슨 일 있어요. 어서 정신 차리세요 제발.”
말이 끝나자,
-찌지지직 찌직 꿈틀 찌지지직
이번에는 윤철의 배에서 나는 소리가 귀에 박혀온다.
아까 전에 종이 찢어지는 소리와는 비교가 안 되는 소리였다.
그야말로 동물의 가죽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이제 조금씩 괜찮아진다. 조금만 기다려보라구!”
조장이 약간 들 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야 조금 나아지는 모양이다.
“예. 아 그리고 눈 뜨자마자 기절 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시고요.”
농담 섞인 말투였지만 진담 쪽에 훨씬 가까웠다.
일단,
방금 전 민혁이 뿜은 피로 온 사방이 피투성이인 데다가,
변기 앞에서는 죽은 경비가 머리를 땅에 박아가며 조금씩 앞으로 오고 있었다.
모두 조장의 눈이 안 보일 때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손’이었지만.
-찌지직 투둑 투두둑 푸욱!!
과격한 소리에 앞을 바라본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윤철의 배에서 아까보다 더 심한 소리가 나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푸욱’하고 구멍이 하나 뚫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길죽한 무언가가 올라왔는데,
다름 아닌 손가락이었다.
-투툭 푸욱! 투투툭 푸욱!
하나의 구멍이 뚫리자,
곧 있어 연달아 두 개째, 세 개째도 뚫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나 손가락이 나왔다.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들이 윤철의 배를 뚫고 나와 꿈틀 거리기 시작했다.
피로 범벅 된 바닥에는 경비가 움직이고,
죽어있는 윤철의 배에서는 ‘손’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이걸 제 정신으로 보고 있는 스스로가 신기했다.
나는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여기서 나갈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초조하게 발만 동동 구르며 실내의 이 곳 저 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세면대 위쪽 선반에는 수건들과 각 종 세면 용품이 가득했다.
쓸모없었다.
변기 바로 오른 편에는 휴지가 반 쯤 채워진 휴지통과, 변기를 뚫는 압축기가 보인다.
압축기를 보면서 조금 고민했지만,
역시 쓸모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엔 고개를 돌려 왼 쪽 바닥을 바라보았다.
구석 모퉁이에 욕실용 세제들이 널려있었다.
천천히 그것들을 살펴보는 중,
빨간 작은 통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장. 잠깐 옆으로 비켜 보세요.”
나는 대답도 듣지 않고 조장을 옆으로 밀쳤다.
조장은 이제 약간 실눈 정도는 뜰 수 있었는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야. 거기 뭐라도 있어?”
나는 대답 없이 그 통을 집었다.
역시 예상대로 염산이었다.
급박한 상황에 그나마 쓸모 있는 물건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나갈 방법은 여전히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계속해서 주변을 살펴보지만 헛수고였다.
“어억!! 뭐야 이건!!!!”
조장의 깜짝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눈이 보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으아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네. 여기 왜 이래! 그리고 저건 또 뭐고!”
정확히 내 예상대로였다.
온통 피 칠갑이 된 공간에,
어떤 시체는 움직이고,
어떤 시체는 배에서 손이 튀어나오고.
그래도 기절은 안 했으니 다행이었다.
“이제 좀 눈이 보여요? 설명 길게 못 드릴 것 같아요. 우리 어서 여기를 나가야 합니다. 당신은 119대원이
니까 쓸 만한 물건 좀 있나 찾아보세요.”
조장이 힘겹게 눈을 껌뻑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찾아는 보겠는데, 내가 맥가이버는 아니니까 그렇게 기대는 말라구.”
그런 힘 빠지는 농담을 하다니.
나는 대답은 생략하고 쓰러진 아내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언제까지고 정신을 잃은 채 둘 수는 없었다.
“여보! 자기야! 자기야!”
아내가 눈을 떴을 때,
처참한 광경에 또 다시 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아내의 얼굴을 품 안에 꼭 껴안았다.
-툭툭툭
“자기! 일어나. 어서! 김주희! 야 김주희!!”
등을 두드리면서 아내의 이름을 불러본다.
“으.....”
아내의 나지막한 신음소리.
조금씩 정신이 들고 있는 모양이었다.
“김주희! 일어나! 어서 일어나!!”
아내의 눈꺼풀이 조금씩 흔들리더니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
나는 아내의 얼굴을 더 꽉 껴안았다.
“으...으음..음...어.. 자기..야?”
아내는 잠시 신음을 내뱉는가 싶더니 드디어 말을 꺼냈다.
“주희야. 주희야. 내 말 잘 들어야 돼. 알았지?”
여전히 품 안에 아내의 얼굴을 묻은 채 말했다.
“무슨...일이야? 숨 쉬기 힘든데 이것 좀 놓고 말 하면 안 될까?”
“그래 그래. 지금 놓을 거야. 있잖아. 상황이 많이 안 좋거든? 많이 놀랄 수 있으니까 마음에 준비를 좀 하라고.”
어쩌면,
피로 온 몸을 샤워한 내 모습만 보고도 기절할지 모른다.
품 안에서 아내의 숨 고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응... 안 놀랄게. 그러니까 손 놔도 돼 이제.”
아내의 말에 나는 잠시 머뭇했지만 서서히 손을 풀기 시작했다.
“내 얼굴 봐도 놀라지 않기다?”
“알았어. 그런데 여기 왜 이렇게 비린내가...”
아내는 나와 얼굴이 마주치자 갑자기 하던 말을 중단한다.
적잖게 놀란 표정이었고,
입술이 떨리는 게 보였다.
그리고는,
“자기야!!! 얼굴이 왜 그래!! 어쩌다가 이렇게 다쳤어!!”
갑자기 아내가 소리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나 뿐 아니라 조장도 화들짝 놀란 표정이었다.
“어이쿠 목청이 참 크시네요. 여기 생각보다 아늑하니까 걱정 마세요 허허허”
조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아내를 위로하지만,
여전히 힘 빠지는 농담일 뿐이었다.
“나 다친 거 아냐. 지금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어! 그러니까 잘 들어. 하나만 알면 돼.”
진지한 나의 모습에 놀랐는지 아내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거린다.
“지금 저 변기 위에 솟은 ‘손’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고, 우리는 지금 이 곳에서 나갈 수가 없어! 무슨 말인지 알겠지?”
나름대로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략하고 알기 쉽게 말 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내의 표정은 그게 아니었다.
나는 침을 한 번 삼키고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저 ‘손’이 사람을 죽인다고. 여기서 나가야 돼!”
아내는 더욱더 아리송한 표정을 짓더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경악에 가득 찬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입술이 조금씩 움직이는 걸로 보아 소리를 지를 모양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역시.
고개를 돌리는 족족 처참한 광경이니,
아내는 그저 소리만 지를 뿐이었다.
계속 소리를 지르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다리를 휘청하기 시작했다.
저대로 두면 분명히 다시 정신을 잃을 게 뻔했다.
나는 손을 뻗어 아내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주희야. 내 말 들어. 주희야! 지금 너가 또 정신을 잃으면 우리 정말 큰일 나는 거야. 참기 힘들겠지만 조금만 기운 내! 니 서방이 옆에 있잖아!”
아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소리를 질렀다.
아내는 정신이 번쩍 든 표정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한다.
“정신이 좀 들어? 우리 지금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희야!”
아내는 여전히 거친 숨이었지만,
조금씩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나, 나, 지, 지금 꿈꾸는 거 아, 아니지?”
아내가 여전히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움직이며 말했다.
“꿈 일거야. 꿈이라고 생각하자 주희야. 그리고 마음을 편하게 먹어.”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적어도 정신을 잃지는 않을 것 같아 보였다.
나는 한 쪽 팔로 아내의 어깨를 감싼 후 조장을 바라보았다.
조장은 바닥에서 세제 통들을 살피고 있었다.
“뭐 좀 쓸 만한 게 있나요?”
조장은 락스 통 하나를 손에 들고 이리저리 돌려본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을 꺼낸다.
“음.. 이런 걸로는 안 되겠는데. 이 집은 오일 같은 거 안 쓰나?”
“오일이요? 기름 말씀하시는 거예요? 화장실에 그런게 있을 리가...”
“베이비오일이라면 있어요. 그것도 괜찮나요?”
내 말이 체 끝나기 전에 아내가 입을 열었다.
아직 몸을 떨고 있었지만,
아까보다는 진정이 조금 된 것 같았다.
조장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곧 대답을 했다.
“음... 괜찮겠네요. 베이비오일도. 어디 있나요?”
“자기야 잠깐만 손 좀 놔줘.”
아내가 내게 말했다.
나는 아내의 어깨에서 손을 내렸다.
아내는 조금 비틀거리면서 문 오른편 구석으로 다가갔다.
그 곳에는 샴푸나 린스 등이 놓여져 있었다.
아내는 쪼그려 앉아 이리 저리 통 들을 헤치더니,
푸른색으로 투명한 얇은 통을 하나 꺼내들었다.
안에는 투명한 액체가 반 쯤 차 있었다.
“자 받아. 그리고 나, 이제 괜찮으니까 조금 상황을 설명해 주면 안 돼?”
아내가 내게 오일 통을 건네며 말했다.
나는 그 오일 통을 받아 조장에게 전해주며 아내에게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일단 변기에서 ‘손’이 나왔는데 내가.....어?...어어!?”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왜 말을 하다가 말아? 자기야??”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내 눈앞에 ...
“뒤.. 뒤로 최대한 붙어!!”
경비의 입 밖으로,
‘손’이 손목까지 튀어나와서는,
손가락으로 바닥을 디디며,
아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꺄아아아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소리.
안 그래도 쇠약해진 아내에게,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정말 가혹한 모양이었다.
사람의 입 안에서 ‘손’이 튀어 나오다니.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변기에 있는 ‘손’과는 달랐다.
이번 ‘손’은 그 긴 손가락을 이용해 이동하는 게 가능한 모양이었다.
-타닥 타닥 타다다닥
마치 타자를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경비의 아래턱은 거의 가슴팍까지 내려와 있었고,
양 입 꼬리가 어금니까지 보일정도로 찢어져 있었다.
‘손’은 허연 손목을 드러낸 체,
경비의 시신을 끌고 우리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대..대체 저게 뭐야 저..저건 반칙이잖아!!”
조장이 문으로 뒷걸음질 치며 소리쳤다.
나 역시 그 자리에서 소리만 질러대는 아내의 허리를 붙잡고,
최대한 문 쪽으로 붙었다.
하지만 고작 네 걸음 정도의 거리인지라,
순식간에 ‘손’은 우리의 바로 앞 까지 다가왔다.
이대로라면 ‘손’에게 당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무슨 방법이 없을지 다급하게 이리 저리 눈길을 옮기다,
퍼뜩 어떤 생각이 들었다.
“염산 통!”
아까 전에 발견해서 바지 주머니에 찔러뒀던 염산 통이 이제 서야 기억났다.
다급하게 주머니에 손을 찌른다.
어느새 ‘손’은 조장의 발 앞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주머니에 꽉 낀 염산 통이 도통 빠지질 않는다.
“조장! 나한테 무기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시간 좀 끌어주세요!”
조장은 오만상을 찌푸린 채,
대답 없이 발만 이리 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손’은 조장의 발을 잡으려는 듯,
움직임에 맞춰 조금씩 타이밍을 재고 있는 듯 했다.
-파악
“아아악 잡혔어! 잡혔다고! 어떻게 좀 해 봐!!”
‘손’이 조장의 발목을 움켜잡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조장은 실내가 떠내려갈 듯,
큰 소리로 애걸복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염산 통은 주머니에서 반도 안 나온 상태였다.
마음이 급해지니 더 안 빠지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한 손으로는 아내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놔! 놔! 놓으라고! 놔! 강아지야! 놔!!”
조장은 잡히지 않은 발로 손을 밟기 시작했다.
하지만 ‘손’은 꿈쩍도 하지 않고,
-꽈당!
오히려 조장의 발을 당겨 넘어뜨리는데 성공했다.
“으..으...으악 으아아악!!”
얼마나 악력이 강했는지,
조장의 발목에 벌써 핏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조금만, 조금만 참아요! 거의 다 뺐어!”
‘손’은 조장의 발목을 꽉 잡은 채,
손가락만 하나씩 천천히 위로 올려 전진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일어나려 발버둥 치는 조장이지만,
손의 악력에 경비의 무게까지 더해져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 순간,
염산 통이 드디어 주머니에서 빠졌다.
나는 다급하게 뚜껑을 돌리기 시작했다.
겉면에 그려진 해골마크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조장! 잘 들어요! 지금 염산을 부을 거예요! 이게 최선의 방법이니까 참아주세요 알았죠?”
“뭐든 해 어서!! 아? 그, 그건 안 돼! 사람 다리에 염산이라니!!”
‘손’이 조장의 발목을 타고 있었으므로,
염산을 부으면 조장의 다리까지 큰 상처를 입을 게 뻔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주춤하는 사이에,
‘손’은 이미 조장의 정강이를 넘어 무릎으로 막 검지를 올리기 시작했다.
“조장! 손이 더 올라가면 이제 붓고 싶어도 부을 수가 없어요! 어서!”
“이런 개! 지랄! 염병!!! 니미!!!! 부어! 부으라고!!”
드디어 조장의 동의가 떨어졌다.
나는 재빨리 뚜껑을 열고,
지독한 냄새와 하얀 연기를 내뿜는 염산 통을 조장의 다리 위로 가져갔다.
“붓습니다! 이 악 물어요!!”
-촤아아아아아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조장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살이 타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손’과 조장의 다리에서 기포가 나기 시작한다.
‘손’ 또한 대미지가 상당했는지 그 상태에서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살점들이 점점 녹아내리며 허연 뼈를 드러내고 있었다.
‘손’은 심각한 타격에도 불구하고,
움켜 쥔 조장의 발목을 놓지 않고 있었다.
염산을 계속 붓는 수밖에 없었다.
조장의 비명소리가 더욱 처절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통의 반 정도를 부었다고 느끼는 순간,
‘손’이 드디어 조장의 발목을 놓았다.
다시 바닥으로 돌아온 ‘손’은,
부글부글한 기포에 둘러싸여 고통스러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손' 밑에 있는 경비의 얼굴까지 염산의 영향을 받았는지,
얼굴 곳곳이 녹아내려 알아볼 수 없는 형체를 띄고 있었다.
“콜록, 콜록, 콜록!!”
옆에 있는 아내는 지독한 염산 냄새에 괴로워하며,
양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계속해서 기침을 하고 있었다.
나 역시도 속이 메스껍고 정신이 어질했다.
그리고 당사자인 조장은,
“끄으윽, 어, 어떻게 됐나?”
땀을 그야말로 비 오듯이 흘리고 있었다.
“일단. 시간은 조금 번 것 같은데, 콜록 콜록, 음. 좀 어떠세요?”
“헉, 헉, 오른 쪽 다리에 감각이 없어. 상태 좀 봐주지 않겠나?”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조장의 오른 쪽 다리는 적어도 내 소견으로는 회생불가였다.
살점이 녹다 못 해 뼈가지 녹아내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상태였는데,
무릎 아래에서 발목 윗부분 그러니까 정강이 쪽이 그러했다.
만약 '손'이 허벅지 위로 허리춤까지 올라왔다면,
조장은 하반신 전체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음. 음... 구급대원 생활 오래했으니 제가 꼭 말을 안 해도...”
어쩐지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어쨌건 조장의 다리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내가 아닌가.
“헉, 헉, 그래, 아마 이 쪽 다리는 가망이 없어 보이는 모양이군.”
예상하고 있었다는 말투였다.
“희석하지 않은 염산은 강철도 녹이는데, 하물며 인간의 다리가 온전할 리가 없지.”
조장은 힘겹게 숨을 골랐지만 고통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건 ‘손’도 마찬가지여서 지금 이 때를 놓쳐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조장, 아직 ‘손’이 당신 바로 앞에 있어요. 괴롭겠지만 한 번만 더 참아주세요.”
조장은 눈을 꼭 감은 채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나는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손’에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아
-탁 타타탁 타닥 타다다탁
사정없이 바닥을 디디는 손.
저 ‘손’을 컴퓨터 자판 위에 두면 어떨까 하는 우습지도 않은 상상이 머리에 떠오른다.
-탁 타닥 타다닥...풀썩...
거친 몸부림 아니 손부림 끝에 ‘손’이 쓰러졌다.
하지만 기뻐할 세가 없었다.
이번엔 윤철의 배를 뚫고 나온 손이 서서히 바닥을 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조장, 조장! 정신 차려요! 조장!”
눈을 감은 채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 하는 조장을 다급하게 부른다.
“끄으윽. 나, 나 조금만 쉬면 안 되겠나. 너무 괴로운데.”
“조장! 아까 그 베이비오일 어디에 쓰려고 했던 거예요? 예?”
조장은 힘겨운 표정이 역력했지만,
억지로 입을 떼기 시작했다.
“부, 부, 불... 불을 붙일 수 있어. 그, 그걸 문, 문 손잡이 쪽에.”
길지 않은 말이지만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베이비오일도 기름이기 때문에 가연성이 있는 모양이었다.
단순히 화장품의 종류라고 생각했던 난, 그런 발상에까진 도달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불이었다.
아까 전 조장과 민혁의 대화를 미뤄 보아,
이 둘에겐 분명히 없을 테고.
나는 아내를 바라봤다.
아직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쪼그려 앉아 괴롭게 숨을 쉬고 있었다.
“자기야. 혹시 라이타 있어?”
“후욱, 없어. 후욱 후욱”
있을 리가 없지.
나는 다시 조장을 부르는 수 밖에 없었다.
“조장! 불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요! 정신 차려보세요!”
조장에겐 너무나 가혹한 시간이 분명했다.
“부, 불. 호, 호영이한테 이, 있을거야.”
조장의 말을 들은 나는,
순간 멍 한 표정을 지어야했다.
호영이라 함은,
변기에 있는 ‘손’과, 윤철의 배에서 나온 ‘손’.
그 사이로 엎드린 채 죽어있지 않은가?
설마 저길 뚫고 가야 한다는 건 아니겠지.
“저, 조장. 민혁 대원과, 호영 대원을 혼동한 거 아니에요?”
하지만 내 기대를 무참히 무너뜨리며 조장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오전에 불을 빌렸거든”
아까 전 손에게 당한 뒷머리가 갑자기 욱신거려온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다리를 크게 다친 조장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고,
독한 염산 냄새는 아내도 나도 점점 쇠약하게 만들고 있었다.
거기다,
윤철의 배에서 나온 ‘손’이 바닥을 디디며,
서서히 이쪽으로 다가올 채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호영의 몸을 쳐다봤다.
참혹하게 찌그러진 얼굴에서 시작해 피로 물든 그의 전신을 천천히 훑었다.
“찾았다!”
혼잣말이 튀어나온다.
호영의 바지 주머니 위에 라이터만한 크기로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보인 것이다.
나는 손에 든 염산 통을 흔들어보았다.
남은 양이 반에 반도 체 안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든 저 라이터를 가져와야 한다.
어금니를 한 번 꽉 깨물어본다.
-탁, 타닥
윤철의 배에서 나온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으아아아아!!!!!”
나도 앞을 향해 움직였다.
1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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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ann.nate.com/index/index.do?action=index_main&body=board&boardID=43051316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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