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벌이 부부 ※
매니아
|2004.06.11 18:52
조회 3,285 |추천 0
☆★☆★☆★☆★☆★☆★ 맞벌이 부부 ☆★☆★☆★☆★☆★☆★
1. 통금
우리 집은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신다.
어머니께선 선생님,
아버지께선 회사원.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늘 집에 늦게 들어오셨기 때문에,
나와 내동생은 항상 자유였다.
다른 친구들이 모두 5시 통금(?)시간을 꼭 지켜야 했던 반면에,
나와 동생은 늘 마지막까지 남아서
먼저 가는 녀석들을 의리없다고 매도-_-했었으며,
그로 인해 싸움-_-도 많이 했었다.
친구 : 나 집에 가야돼. 엄마가 5시까지 들어오랬어.
리나군 : 에이~ 의리 없는 놈 즐!
친구 : 어쩔 수 없잖아.. 엄마가 오라는데...
리나군 : 에이~ 가라 가~ 평생 엄마 말만 듣고 살아라~
친구 : 뭐어~
-_-.....
2. 생일잔치
어렸을 적.
친구들의 생일잔치에 가면,
그 집 어머니께선 항상 예쁘게 차려입으신 체,
요리를 하시며 친구들을 반겨주셨고,
나는 그 모습이 너무 부러워서
어머니께 생일잔치를 시켜달라고 졸라댔었다.
리나군 : 엄마~ 나도 생일잔치 하고 싶어~
개똥이 생일잔치 갔더니 어머니께서 한복입으시곤,
맛있는 것도 많이 주셨어~ 나도 해줘~
어머니 : 그래? 알았어.. 너도 생일잔치 시켜줄께~
그리고 내 생일 아침..
리나군 : 엄마~ 몇시에 친구들 오라구 할까?
어머니 : 응~ 엄마는 도저히 못 가보겠구,
오후 2시에 친구들이랑 같이 동네 부페가라~ 엄마가 예약해 놓을께~
리나군 : 안돼~ 엄마 와야 돼~ 엄마도 한복 입고 오란 말이야~ 엉엉~
어머니 : 얘가 왜이래! 엄마 학교 수업있어서 안된다니까!
리나군 : 안해~ 안해~ 시러~~
어머니 : 얘가 진짜!
결국 그날 친구들과 함께 부페를 가게 되었고,
나의 친구들은 굉장한 대접을 받았다고 나에게 고마워 했으며,
나는 자랑스럽게 어머니께 가서 그 사실을 말씀드렸던 기억이 난다.
3. 외출
우리 부모님은 늘 바쁘셨다.
한분이 시간이 나시면, 다른 한분이 시간이 안나시기 일쑤였고,
그로 인해서 예정된 가족외출도 파토나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부득이하게 우리가족은,
모든 외출을 갑작스럽게 결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렸을 적의 나는 그게 무척이나 싫었다.
한창 친구들과 놀고 있다가
갑자기 부모님께 억지로 끌려가는 일이 잦았고,
친구들과 주말에 약속을 잡아놨다가
갑작스런 등산계획 때문에 약속에 빠지는 일도 자주 있었다.
그 것 때문에 친구들에게 미안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고,
가기싫다고 떼쓰다가 울면서 끌려간 적도 많았다.
4. 졸업식
나는 한번도 졸업식 때,
부모님 두 분을 다 모셔본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한분만 오신적은 많았나?
그런 것도 아니었다.
아버지는 회사일 때문에 못오셨고,
어머니는 선생님이셨기 때문에 나의 졸업식과 겹치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나는 가족과 함께 한 졸업사진이
고등학교 때,
어머니와 동생과 찍은 사진 밖에 없다.
5. 돈
우리 집은 맞벌이를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평범한 집보다는 조금 잘사는 편이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돈걱정이라곤 해본 적이 없었고,
만약에 돈이 모자란다 싶으면,
어머니께 가서 거짓말로 둘러대곤 돈을 타다쓰면 됐었다.
다시 1. 통금.
지금의 나의 통금시간은 11시다.
11시를 어기면 부모님께 쫓겨난다;;;
친구들과 어울리다가도,
11시 근처만 되면 어떻게든 집에 가려고 발버둥치고,
그 때문에 의리 없는 놈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11시...
그 시간은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주무시러 가시기 시작하시는 시간이다.
다시 2. 생일잔치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는 어머니께 생일 날만 되면 돈을 얻어서,
친구들과 놀았다.
우리 부모님은,
당시 고등학생이던 내게
생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10만원을 주셨었고,
나는 그 돈으로 그날 하루를 친구들을 부려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께 돈을 얻어 쓸 때마다 편한 마음이 아니었고,
요즘은 내 생일이 되면,
아예 한달 전부터 돈을 모아서,
'부모님께서 내 생일이라고 돈주셨어.' 라고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다시 3. 외출
요즘의 부모님은 나와 내동생의 약속을 존중해 주신다.
갑자기 외식을 가려고 해도
절대로 억지로 끌고 나가시지 않으시며,
함께 가족등산을 권하시다가도,
내가 약속이 있다고 하면,
밥시켜 먹으라고 만원짜리 한장 쥐어주시곤
씁쓸한 표정으로 두분이서 등산을 가신다.
다시 4. 졸업식
고등학교 졸업식을 조금 앞두고,
어머니와 식사 중에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어머니 : 이번 졸업식엔 갈 수 있겠구나.
리나군 : 엄마 오지마요. 그냥 친구들끼리 놀꺼에요.
어머니 : 그런게 어딨어. 엄마도 그날 졸업식인데, 이번엔 담임이 아니라서
아마 중간에 나올 수 있을꺼야.
리나군 : 여태까지 한번도 졸업식에 와본적 없으면서, 갑자기 왜 온다고 그래요.
그냥 내후년에 동생 졸업식때나 같이 가요.
어머니 : ..................
그렇게 말 끝을 흐리시던 어머니...
어쨌거나 어머니께선 내 졸업식에 오셨고,
그래서 나는 어머니와 함께 찍은 졸업사진이
한장이라도 생기게 되었다.
다시 5. 돈
예전의 나는 몰랐다.
우리집이 잘사는 줄을.
하지만 조금씩 돈에 눈을 떠가기 시작하면서,
나는 우리집이 평범한 가정보다 조금은 더 잘산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가 그 사실을 인지할 정도로 커버린 후에,
부모님께 돈에 대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돈이 모자라면 친구들에게 빌려썼다가,
다음 용돈이 나오면 갚아주었고.
꼭 필요한 돈을 쓸 일이 생기면,
내 돈을 모아서 그 곳에 충당시켰다.
어머니께서 용돈이 모자라지 않느냐고 물으시면,
'지금만큼만 주시면 되요.' 라며,
어머니의 호의를 거절했고.
정말로 너무나도 큰 돈이 필요할 때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았다.
그게 21살이 넘어서이니,
나는 참으로 돈에 대해서 늦게 눈을 뜬 것같다.
6. 맞벌이 부부
맞벌이를 한다는 데는 장단점이 있다.
우선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울 지 모르나,
그로 인해 자식이 나같이 커버리는 암담한-_- 결과가 나올 수 있고,
나름대로 자식들에게 신경을 쓴다고 해도,
아무래도 전업주부보다는 적게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으니....
하지만 만약 우리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지 않으셨다면,
지금의 나는 좀 더 힘든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며,
어쩌면 이렇게 여유롭게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쓸 수도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따지고 보니,
부모님의 맞벌이로 인해서
나는 참 멋도 모르고 행복한 삶을 살면서 투정만 부렸었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 죄송합니다.
자존심이 강한 나에겐 '사랑합니다'라는 말보다 더 꺼내기 힘든 한마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나지막하게나마 읖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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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으셨습니까?
글이 무척이나 길어져버렸군요.
이 글을 읽으시 분들께서,
가슴 한구석의 시림을 느끼셨으면 해서 썼습니다.
제 지루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또 부탁하나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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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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