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는 지금 녹음실에서 엔지니어로 2.5년차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여성(!) 입니다ㅎㅎ 대학생활을 안하고 사회로 뛰어들어서 시작한거라
다른 엔지니어들에 비해 나이가 많이 어리지만요 *-_-*.. 후훗;;;
톡에 올라오는 글 사랑얘기는 많이 봤는데 오늘 처음 공포글을 발견하고
'엇 나도 한번 써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써 봅니다 ㅋㅋ
저희 녹음실에서 있었던 일들이예요.
1. 킥
일단 첫 시작의 발단은 제가 들어오기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 녹음실은 밴드 녹음을 주로 하고 있어서, 부스(녹음하러 들어가는 곳)에
드럼과 기타엠프 베이스엠프 등등이 있어요..
그날도 어김없이 저희 실장님은 녹음실에서 밴드녹음을 하셨답니다.
밴드녹음의 첫 시작은 드럼 녹음이기에 드럼을 치는 사람이 부스에 들어가서
드럼 셋팅을 하고 있었습니다. 실장님도 녹음 준비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으셨지요..
여러분들 드럼의 구조를 알고 계시는지요..
드럼은 작은 북 2개와 4개의 심벌, 그리고 큰 북 1개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 아셔야 할 것은 제일 큰 북. 일명 kick(킥) 이라고 부르는 발로 밟아서
소리를 내는 북입니다.
발로 그려서 ㅈㅅ....
여튼 저겁니다.
저 북이 지금 그림처럼 앞에서 보면 표면이 검은색 인데, 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저 표면이 투명합니다. 속이 들여다 보이는거죠..
그렇게 드럼치는 사람은 셋팅을 하고 있고 실장님은 계속 기계를 만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으아아악!!!!!!!!!"
하면서 드럼을 셋팅하고 있던 사람이 부스에서 뛰쳐 나오더랩니다.
깜짝 놀란 실장님은 뛰쳐 나온 사람한테 가서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이 하는 말.
"키...킥에 여자아이가!!!!!"
자세히 말 해보라고 했더니
그 큰 북속에서 여자아이가 쪼그리고 앉아서 자길 보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 사람은 결국 무서워 하면서 녹음하러 다시 못 들어가겠다며 그날은 철수했대요.
이게 첫번째의 일 이었습니다.
그 후에도 녹음실에서 잠시 잠이 들었던 사람이라던지,
같이 밤새서 녹음했던 사람들도
다들 하나같이 '여자아이 귀신'을 봤다고 했댑니다.
이 이야기를 해 주실때에는 제가 들어온지 겨우 3달쯤 되었을때..
그 부스 안에서 공부하며 드럼과 함께 자고 있을 때였죠 -_-;;;;
소리가 새어나가면 안되기 때문에 창문하나없어서 불을 키지 않으면
온통 암흑뿐인 부스에서 저는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_-;;
괜히 한번 실장님께 무서운얘기 해 달라고 졸랐다가 되려 제가 당한거죠.
그 이야기를 들은 후에도 그 부스에서 여전히 생활을 했지만,
저는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2. 여자 목소리
그러던 어느날,
제가 처음으로 기계를 잡고 녹음을 하던 때였습니다.
모든 녹음을 마치고 이제 보컬녹음도 막바지에 이르러서,
여러명의 사람들이 함께 떼창부분(관객이 함께 따라부르도록 유도하는 부분)을
녹음해야 하는 때였습니다.
남자 4명이 들어가 마이크 앞에 서서 녹음을 하고 있었지요..
그 남자들이 노래를 쭉 부르고, 잠깐 멈춘 뒤,
"한번 들어보세요." 하고
다시 재생을 하는 그 순간.
부스 안에있던 4명의 남자들도, 그걸 같이 듣고있던 저도 굳어버렸습니다.
녹음 된 남자 4명의 목소리 위에
여자아이의 높은 목소리가 함께 따라부르고 있었거든요...
안에서 듣고 있던 사람들도 깜짝 놀라 소리지르고 난리나고
저는 이걸 지워야 하나 아니면 놔둬야 하나 우물쭈물 하고 있었습니다;
실장님은 "소리가 굴절되고 반사되면서 어쩌구저쩌구" 하며
놀란 저희들을 진정시켰지만 그런것 치고는 굉장히 선명하게 들리는
그 소리가 정말 소름끼쳤었습니다.
더 웃겼던건
다시 들어봤을때는 그 목소리가 안나왔다는 거였지요..
그 이후 저는 괜히 무섭고 그래서 부스에 들어가 청소를 할때면 혼잣말을 했습니다.
그 여자아이에가 말을 거는 것 처럼요.
"아우~ 어제 녹음했던 사람들 진짜 지저분하게 썼네.." 라던지
"오늘은 비가 와서 습기가 많다..." 라던지 하며;;
미쳤구나!!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선택했던 무서움을 이기는 방법이었습니다;
그 존재를 인정하면 해꼬지를 하진 않을꺼야!!! 하면서 말이죠;;
그 때 당시에 제가 녹음실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을때면 꼭
뭔가 그림이나 글을 보고 있다.. 하면 조금 멀찌감치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고
제가 키보드를 보면서 뭔가를 쓰고 있으면 제 왼쪽 어깨 바로 위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던지..
둥글고 약간 반투명한 검은색의 무언가가 옆으로 휙 지나간다던지..
유머사이트 들어가서 웃긴거 보고 있다가 내가 막 웃으면 옆에서도
여자 목소리로 웃음소리가 들린다던지..
컴퓨터로 노래를 틀어놓고 청소를 하고 있으면 따라부르는 소리가 들린다던지..
하는 일들이 줄줄이 일어나기 시작했지만,
어디까지나 저 혼자서 녹음실을 지킬때 뿐,
실장님이 함께 계시면 그런일은 없었습니다.
제가 이런 이런 일들이 있었다며 실장님께 말씀드리면
실장님은 장난스럽게 "그 여자애가 널 좋아하나보다." 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지요.. -_-;;;
3. 등
그러다가 1년이 지난 시점에..
저는 잠시 다른 녹음실로 공부하는 셈 치고 들어가서 일하게 되었고,
실장님은 대구에 녹음실을 새로 하시는 분을 도와주신다며 내려가셨습니다.
고로 원래 일하던 곳은 잠시 휴업을 가지고 아무도 출입하지 않았지요..
제가 다른곳에서 일한지 한 2일정도 지났을때.
갑자기 오른쪽 날개뼈 아랫쪽 부근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등을 계속 꾹 찌르고 있는 느낌..
처음 그랬을 때는 정말 누가 찌르는 줄 알고 뒤를 돌아봤었는데
그건 아니더라구요..
처음에는 하루에 2번정도 2~3시간 정도 지속되었었는데,
나중에는 하루 종일 그 느낌이 들어서, 혹시 근육에 문제가 있나 하여
병원에도 찾아갔었지만 별 다른 이상은 없었습니다.
나중에는 너무 익숙해 져서 별 생각 안하고 있었습니다.
4. 계단
그러던 어느날, 녹음실에 새 식구가 생겼습니다.
밴드 보컬을 지망하는 한 오빠였어요.
실장님 밑에서 트레이닝 하며 밴드 멤버를 찾는다고 하시더군요..
서울에서 살만한 곳이 없다고 해서 마침 녹음실도 비어 있었고,
하니 녹음실에서 생활하라고 실장님이 말씀하셨지요;
그래서 그때부터 녹음실에서 그 오빠는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물론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었으니 그곳에 들어갈 일이 없었지요.
곧. 그 오빠 혼자 녹음실에서 생활한다는 것.
그러다가 나중에 한달정도 지나서 실장님도 올라오시고 하여
같이 밥이나 한끼 먹자고 해서 모인 녹음실 가족 -_-;; ㅋㅋ
그 자리에서 오빠가 말씀하셨습니다.
"나 귀신봤어. 녹음실에서."
그 얘기 듣고 제가 그 전에 내가 이 오빠한테 그 얘길 했었나.. 하고
골똘히 생각 해 봤지만 아직 얘기하기 전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슨 귀신을 보았는가. 하고 물어보니,
하시는 말씀.
녹음실이 지하에 있는데, 내려가는 계단 바로 옆 벽에 컴퓨터가 있었습니다.
대략 이런 구조.
또 이상한 그림 ㅈㅅ..
여튼 저 검은 색으로 칠해져있는 네모난건 컴퓨터고 앞에 동그라미는
오빠 머리, 그리고 사선으로 있는게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니다.
그 오빠는 컴퓨터로 영화를 보고 잘 생각으로 틀어놓고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는 곳이 신경쓰이더랩니다.
왠지 보면 안될것 같고... 안보자니 괜히 궁금해지고.. 해서
마음을 먹고 위를 봤는데,
딱 저 자리에서 여자아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 오빠는 너무 놀라서 바로 고개를 돌렸는데, 다시 돌아보니 없어졌다더라구요..
이 얘기를 들으면서도 다시 확신 했지요.
아. 그곳에는 정말 여자아이 귀신이 있는거구나. 하고요.
그리고 뭔가 공통점이 생겼습니다.
여자인 저에게는 인기척이나 소리 등밖에는 들리지 않았고,
남자인 다른 손님들이나 오빠 한테는
소리같은거나 인기척은 없고 그냥 형태로 나타나는 겁니다.
이것도 저것도 못 보고 못 듣고 못 느꼈다는 실장님은...
뭔가 예외였지만요 -_-;;;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고장
그 이후 저는 또 다시 다른곳에서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있었고,
다른 식구들도 제각기 자신의 일을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녹음실에 살고 있던 오빠였지요.
"OO아, 녹음실에 스피커가 안나와"
잉?
그럴리가 없는데... 하며 오랫만에 녹음실 방문.
오빠 혼자 살고있는 녹음실이 엄청 지저분 한것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며
스피커를 확인해보니 정말 나오질 않는겁니다.
그와 동시에 프린터기가 고장.
욕실에 따뜻한물 만들어주는 온수기도 고장.
이렇게 3개가 고장나 있었습니다.
한숨을 쉬며 내일 수리하는곳에 맡겨야겠다고 생각하며
일단 청소부터 시작하고 있는데,
계단쪽을 청소하려고 허리를 굽힌 그 때
갑자기 제 머리를 누군가가 쓰다듬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깜짝 놀라서 위를 보니 아무것도 없고.
그냥 기분탓이겠거니.. 하며 넘겼습니다.
고장난것들은 생각 이외로 하루만에 다 수리센터에 맡길 수 있었고,
모든 용무가 끝난 저는 다시 일터로 향했지요..
그 후 일주일
다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번엔 물이 샌댑니다.
물 샐곳이 어디있다고 그래. 하며 녹음실에 갔는데..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한 곳에서 조금 새는것도 아닌
여러곳에서 콸콸 새고 있더군요;;
녹음실이 그야말로 물바다가 되었습니다 ;
일단 급하게 장비들은 물이 안 닿는 곳으로 옮겨놓고
건물 주인을 불러 원인파악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이 와서 봐도 도저히 원인을 못 찾겠다고 하여
거의 한달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서
공사하는것을 보기에 바빴습니다.
결국엔 원인은 끝까지 찾지 못하고 임시 방편으로 물이 새어나오는 곳을
방수처리하여 메꾸어 놓고 공사는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지요.
그 후 몇달간은 또 그곳에 출입을 하지 않고 있다가,
실장님이 장비 하나를 택배로 보내라고 하셔서 오랫만에 방문을 하였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예전에는 녹음실에 딱 들어서는 순간부터
알게 모르게 이상한 인기척이나 약간 냉기가 돌았었는데
그게 전혀 나질 않는겁니다.
정말 그냥 집에 들어온 것 마냥 너무 편하고 조용했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장비를 가지고 나와 문을 잠그고 택배를 보낸 뒤,
집에 돌아와서 문을 여는데 문을 열어주던 동생이 하는 말이라는게..
"누나, 아빠가 침대 밑에 여자 귀신이 있대."
...ㅎㄷㄷㄷ.......
그 순간 아무것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던 녹음실이 뇌를 스치는데
소름이 쫙 끼치더군요....
그땐 막 무서워 했는데 지금은 그냥 그 여자아이 귀신이
내가 너무 좋아서 붙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별로 해가되는 일은 하지 않으니까요 ㅎㅎ
지금은 가끔 옆을 흘긋 보면 하얀 치맛자락이 보인다던지
하얀 발이 보인다던지 합니다. ㅋㅋ
글이 너무 길었네요 ㅋㅋ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