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싫다. 누구보다 비를 좋아했는데 반대가 되어간다.
5월1일자로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시부모님과 산다, 총 4가족.
우리 부모님을 속이고 한 결혼이라 내 안에서는 하루에도 수없는 감정이 교차한다.
나 아직 인생 별로 많이 살지 않았는데...,
후회에 내 자신을 말아먹는 일은 없게 할거라고 그렇게 믿고 살고있는데
그치만 지금 나는 청개구리신부다.
지금 네식구 월세다.
우리집에선 전세로 알고 있고, 시댁이 IMF때 보증선것까진 얼핏 아시지만
사돈두분과 사위가 빚이 합쳐서 억대인건 모른다.
나, 다 알고 결혼했고 남편이 나 하나 믿고 가자 하고, 야근 잦고 흔한말로 빡씨게 일하지만
자기는 인생공부하면서 직장생활 한다는 말이 좋았는데...
결혼 한달반째, 자꾸 그의 기를 꺾는말을 한다. 반대로 내가 남편이라면 꽤 화날것 같다.
물론 남편도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을 한다. 대화많이하지만, 가끔 성질 부린다.
내가, 남편에게 빚 얼추 갚고 2년후에 결혼하쟀는데 그러면 나를 놓칠것 같다했다.
나는 연애를 별로 안해봤고 25살까지 남녀간 사귐에 두려움이 많았다, 누군가 상대를 배신할까봐,
특히 남자가 시들해져서 변할까봐 결혼해서 알콩달콩은 별루 상상해보진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상상은 무지 했을거고 거기에 나를 집어넣을순 없었다고 보는게 맞다.
예쁘게 사는분 많을텐데 지탄받을 말인지 모르지만, 여자 20초반에 나이차 큰 남자 만나 사는게 안되보였구, 좀 있다가 꿈좀 펼쳐보고 하지 안타깝다 이런 식이었다.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건 좋은데 여자는
대개 기회가 적고 환경영향을 아직까진 받지 않는가...
그런나도 권위적에 보수적인 아빠가 싫고 다정다감한 지금의 남편이 든든해서 결혼을 하게 됐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현실도피를 한거지...
남편 앞으로만 5천여만원이 남았다.
네사람(아르바이트해서 겨우 내앞가림만 하는 나 포함) 모두 서로에게 바라지 않고 살기로 했고
그래서 남편과 나는 생활비도 안드리고, 가끔 우리돈으로 장을 보는 정도다. 거기에 불만없다.
집세/각종공과금 이런 큰덩어리는 한사람씩 맡았고, 나는 돈없는 남편대신 신행경비일체와 울아빠,
시어머님의 건강검진비의 50%를 부담했다. 신행경비의 50%와 시부모님 생신비 50%는 남편이 나중에 줄건데 나도 그리 급히 받을생각은 없다. 내가 돈이 있다면 남편의 빚 떨어주고 싶지만 못그런다.
우리집과 시댁은 부모님이 그저 평범한 소시민에, 교육수준도 비슷하지만
우리집도 사기 두번, 속썩이는 사업가 삼촌 둘(나의 곗돈과 적금에서 대출도 이쪽으로 흘러갔고 받을가능성 없다.) --- 이런상황이지만, 생활력 강한 친정엄마덕에 부모님소유아파트 세 놓구 우리는 전세살며, 미혼큰오빠도 신불자 되기전에 아파트를 어렵사리 당첨받았다.
보수적인 울아부지, 항상 하시는 말씀이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하니라~" 이거였고,
이혼한 큰딸때문에라도 둘째딸, 나 잘되길 바라셨는데
둘째딸과 사위가 감쪽같이 속인줄 아시면 거품 무실게다.
아빠가 알고있는 비빌언덕이란 바로 부실공사에 포장뿐이었으니까...
울집, 친척&이웃간 교류가 잦고, 엄마 갖은 정성다하는 흔히 알고있는 장모님 전형적인 모습인데,
시댁, 일주일에 7회내외 술드시는 시부(기본2병이상), 혼자음식점하시는 시모(안되셨지만 집안 너무
나몰라라 살림안하신다.) --- 예상 훨씬 이상의 환경, 이거때매 숨이 너무 죄어와 나는 손에 마비될정도로 울고, 남편에게 나 정말 못하겠다고 놓아달라고 울부짖었다. 남편은 내가 그때 찻길에 뛰어드는줄 알았다고 한다.
6월초에 혼인신고 한 마당인데도 그순간은 직업없는 이혼녀의 장래생활에는 아무생각이 없고
오로지 시집을 벗어나면 불행끝일것 같은 심정이었다...아마 아이들도 나보다는 판단력이 나을것이다.
남편은 항상 익숙한 환경에서 시작된 신혼, 한분있는 누나는 결혼해 외국살아서 우리둘이 다해야한다.
반면에 난 여섯가족속에 가끔 가족다툼도 있지만, 막내로 큰 고생안하고 이제껏 고생은 늦게간 대학학비벌고 아르바이트 연달아 한거 정도의 고생뿐이었다.
같이고생하고 꿈을 좇는게 부부겠고, 현재 내가 아르바이트비로는 오빠에게 도움을 못주는것도 아는데
알콜중독 직전인 시부와 비만인 시모(그래서 검진해드린거다, 병수발들기전에 미리 막고싶은 며느리 맘에)의 존재 자체가 나를 죄어온다.
아침에 지하철역까지 남편이 태워다주면서 다시한번 이런다, " 나 하나만 보구 가자"라고.
하지만 어떻게 핏줄을 외면하겠는가, 추적60분프로에 부모 나몰라라 하는 자식들 보면 누구보다 욕하던
내가 지금 누구보다도 부모님 모시기기가 겁난다.
나, 보험회사에서 일하는데 귀에 꽂히는건 항상 미래보장이니 연금이니 보험금 이런건데
집에만 들어서면 XXL 사이즈 가족이 세명이니 역부족을 느낀다.
뉴스에 나오는 건강보도와 아주 정확히 반대적인 생활을 하시며 현재 줄이는 노력도 안하신다.
술과 밥이 비슷한 존재인 시부와, 변화를 싫어하고 항상 "에이 대충 살자~"하시는 시모를 보면 숨이 막힌다.
간밤에 월급타신 시아버님(첨엔 몰랐다 월급날인지)이 탕수육을 시켜주셨다.
퇴근늦은 오빠 오기전까지 몇시간인가, 아버님은 소주에 탕수육, 나는 사이다에 탕수육을 먹으며 얘기를 했다. 나한테 딱 한가지 서운한거 얘기하셨다. 나도 잘못했다 했고 ,앞으로 남편에게보다 아버님께 더 여쭙겠노라 하고 내생각도 얘기드렸다. 이런저런 말씀끝에, 당신이 들고있는 여행계가 3구찌(이게 일본말로 입같은데 암튼 '3가지'로 보면 될것 같다)를 들고계시고 내년에 중국여행계획중이시라고 하셨다.
내가 탕수육과 함께 먹고 있는건 술이 아닌 사이다인데, 여행계가 무려 3가지라는 말씀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숨이 모자라왔다. 차마 말못하고... 그돈이면 차라리 월세를 전세로 바꾸시든
아님 우리두사람 옥탑방이라도 내보내주지... 속으로 눈물만 흘렀다.
사람들이 신혼재미 좋냐 한다. 지금 내 혀엔 혓바늘이 돋고 잘안나는 뾰루지가 얼굴에 두개,
극도로 심신이 피로하다. 하지만 주변사람들에게 마지못해 배시시- 웃어준다. "깨 좀 넉넉히 드릴까요?" 이러면서...
그날이 얼른 와얄텐데... 비오는 주말, 이 글을 쓰면서도 읽는분들께 미안하다.
하지만 얘기할데가 없다. 아니 해선 안될것 같다. 여러분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