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X클럽에 윈엠프로 들을수있는 개인 인터넷 방송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때는 아침에 출근하면 매일같이 그 방에 들어가 방송을 들었습니다. 매일 같은방에 들어가 음악을 듣고,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던 시절...
그녀를 그렇게 만났습니다.
몇개월간 그렇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방 사람들과 친해지게되고, 만나게 되더군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고,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가고... 참으로 전국구로 놀았던 시절이었네요. ^^ 여럿이 모여 저녁도 먹고, 술도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적은 많았지만, 그녀가 나온건 아니었습니다. 그때까지만해도 그녀는 천국이라는 아이디로만 머리속에 남아있었습니다. 꼭 한 번 만나야겠다는 다짐이나 생각도 없었죠. 어쩌다가 전화번호를 알게되서 가끔 전화만 했었죠.
어느날엔가는 동료 선생님들과 우이동 계곡으로 1박2일 놀러간다더군요. 참 그녀는 선생님입니다. 유치원 선생님.!!
천국 : 저 이번주 토요일에 놀러가요
나 : 좋겠네. 어디로 가는데?
천국 : 우이동이요.
나 : 우이동?
천국 : 네
나 : 뭐입고 갈건데?
천국 : 네?
나 : 집에서 가까우니까 시간 나면 가서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이라도 함 볼라고^^
천국 : ㅋㅋㅋ 곤색 면바지에 후드티입고 곤색 야구모자 쓰고 갈거에요.
나 : 알았스.
천국 : 꼭 와야돼요.^^
이렇게해서 전 차를 타고 우이동 민박촌을 이잡듯이 뒤졌습니다. 참 한심하더군요. 다들 엠티니 뭐니 해서 끼리끼리 모여 놀고 떠들고 하는데 저혼자 그 많은 사람중에 곤색바지와 후드티 곤색 야구모자를 찾는다는게 참으로 한심하게 느껴지더군요. 물론 처음에는 살짝 긴장되는게 즐거웠으나 차차 지루해지고 곤색바지와 후드티 야구모자를 쓴 아낙네는 무지 많더군요.ㅡ.ㅡ;.....결국 포기.
여기서 전화하지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렇습니다. 전화만 했어도 이런 일은 안생겼겠지요. 근데 그때는 왜 전화할 생각은 못했는지... 몇일뒤 들은 말이지만, 장소를 바꿔서 대성리로 갔다는...헐....
얼마뒤 만났습니다.
누군가 일요일 아침에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보자고 했고 저를 포함해 4명이 만나기로 했습니다. 4명중 그녀도 있었습니다. 긴장되더군요.ㅋㅋㅋ. 약속은 일요일이고 토요일 저녁에 친구넘들 만날 약속이 있어 만났다가 술이 떡이 됐습니다. 떡도 아주 개떡이 됐습니다. 일요일 약속이고 뭐고 정신없이 자야할 판인데 눈이 떠집니다. 술냄새 팍팍 풍기면서 삼성으로 갔습니다. 어떻게 갔는지...
조금 기다리니 한 여자가 다가와 말을 겁니다... 그렇게 제 첫인상을 보여줬습니다. 술냄새 팍팍 풍기면서... 담배냄새도 팍팍 풍기면서...
천국 : 짱이오빠죠?
나 : 어!
위의 대화 참으로 어색한 대홥니다. 그 담에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머리속이 멍해지더군요.
그녀의 첫인상은... 음...귀여우면서도 예뻤습니다.ㅋㅋㅋ 맞습니다. 제눈에 안경입니다. 적어도 제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말도안돼는 기가막힌 영화를 보고 술을 먹기는 이른시간이었지만 마셨습니다. 헌데 영화보러 모인 4명중 한명이 진로(이슬 이전의 술)를 먹자는 제안을 하고 저도 흔쾌히 승락하고 망가졌습니다.ㅡ.ㅡ; 노래방도 가고... 넘어지고... 어찌어찌해서 그녀의 집 근처까지 오게 되고 또 술마시고... 저도 집으로 왔습니다. 어찌 왔는지는 모릅니다.ㅡ.ㅡ;
다음날 출근해서 곰곰히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얼굴이 생각나질 않습니다. 이건 또 무슨 조환지...아님 치맨지... 암튼 용기있는 자만이 미인을 차지한다는 일념으로 대담하게 전화를 해서 만납니다.
제가 영화본날 실수 엄청했더군요. 하지만, 항상 웃어주는 그녀! 너무 이쁩니다. 제가 만나자고 해서 만나는걸 보니 그녀또한 남친은 없나봅니다. 물론 그냥 만나자고 한건 아닙니다. 그동네에 일이 있어서 일 보고 곧장 퇴근할거 같다는둥... 온갓 뻥은 다 칩니다. 오직 만남! 그 하나만 위하여.
몇번 만남이 있었고...
이여자다 싶더군요. 이젠 고백을 해야할 시간입니다. 그냥 계속 만나면서 "우리둘 지금까지 사귄거야" 이럴수는 없잖습니까? 잘 생각해보니 그럴수도 있겠군요.ㅡ.ㅡ; 하지만 저는 확실한 선을 그어둘려고 했나봅니다.
"당신은 이제부터 내 여자요" 라는...
타이밍!
정말 중요합니다.
언제 고백할까? 뭐라고 근사하게 말할까? 다짜고짜 당신을 사랑하오. 이러면 안되겠죠?^^ 우리 결혼하자... 이것도 아니고... 맥주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말하는 입, 듣는 귀, 생각하는 머리 모두 다 따로 놀수도 있다는걸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인간의 능력에는 끝이 없다더니 그저 놀라울따름입니다. 결국 그자리에서 말 못하고 집까지 데려다 줍니다. 집에는 다 와가는데... 가슴이 그렇게 꽝꽝댈수가 없습니다. 말해야 하는데... 힘겹게 힘겹게 집에 다 와서 말했습니다.
나 : 나 할 말 있는데.
천국 : 말씀하세요
나 : 음...
천국 : ...
나 : 우리 사귀자!
천국 : 생각좀 해 보고요.
나 : 그...래. 너무 오래 기다리게는 하지마
전 퇴짜구나! ㅋㅋㅋ 그렇지...그렇게 못볼꼴만 보여줘 놓구선 사귀자고 하면 사귀냐? 하는 자책과 함께 쓸쓸히 집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조금 있으니 전화 옵니다. 사귀자고... 좋다고... 세상 참 아름답더군요.
그렇게 세상에 연인이란 이름으로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잘못하고 있다는걸 알면서도 안되는게 사랑인가봅니다.
그녀를 만나면 그녀의 귀가시간은 새벽입니다. 새벽까지 뭐하냐구요? 찻집에서 차도 마시고 술도 먹고 보통 연인들이 하는거 다 합니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합니다. 집에 보내고 싶지않고 같이 살고 싶습니다.
크리스마스 새벽에 고백했습니다. 만난지 10일 조금 넘겼을때...
나 : 우리 결혼하자
천국 : 엄마한테 물어보고요
허걱!!! 이건 왠 세일러문 변신하는 소리냐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당시는 참 진지하게 들리더군요.ㅋㅋ
한번은 이런일도 있었습니다.
여지없이 새벽에 그녀를 집에 데려다 줬습니다. 헌데 어쩐 일인지 그녀가 그만오고 빨리 가라는 겁니다. 뒤로 가라고 손짓을 하면서... 저는 왜그러냐고 묻지만 막무가네요 가라네요. 가려고 돌아서는 순간 그녀에게 빠른 걸음으로 성큼 성큼 다가오는 건장한 사내를 봤습니다. 그녀의 위험을 보고 그냥 갈순 없겠죠? 따라갔습니다. 크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 정체불명의 남자를 노려보며...그 여자 건드리면 넌 나랑 죽는거야! 이런 각오로...
그렇습니다. 그녀의 아버지 였습니다. ㅡ.ㅡ;
매일 늦는 당신의 딸이 걱정되어 새벽까지 안주무시고 대문 앞에 나와서 기다리고 계셨던 거죠.
새됐습니다. X된겁니다.ㅋㅋㅋ
결혼이고 뭐고 아예 쫑나게 생겼습니다.
대홥니다. 들어보세요.
그녀의 아버지 : 넌(천국) 들어가 있어! 빨리. <-큰소리, 화난 목소리로..
나 : ...(이건 아닌거 같은데....)
그녀의 아버지 : 너 뭐하는 놈이야?
나 : ***이라고 합니다.
그녀의 아버지 : 필요없어! 필요없어! 늬 집에서는 이렇게 늦게 다녀도 된다고 해?
나 : 아버님 그게 아니고
그녀의 아버지 : 빨리 집에 가! 그리고 우리딸 만나지 마!
ㅋㅋㅋ
이건 그녀의 아버지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온갖 역경과 고난 속에 우린 지난 2002년 결혼했습니다.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지금은 이제 하루만 더 있으면 이세상에 나온지 꼭 한 달되는 제 2세가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 곁에서 몸조리 중입니다.
우린... 이렇게 결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