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싫은 남자

유희수 |2004.06.25 20:02
조회 223 |추천 0

나는 이런 남자를 좋아합니다.
눈빛이 고정되어있고 목소리를 내리지 않는 단정한 음을 지닌 남자를 좋아합니다.
몸가짐이 자연스러워 누구라도 살짝 반기는 솔직한 표정을 지닌 남자를 좋아합니다.
나는 너무 자신을 낮추기보다 스스로에게 지나친 관심을 갖지 않는 남자가 더 그럴듯해 보입니다.

나는 타인의 매력을 지나치게 잘 파악하는 남자가 싫습니다.
이런 남자는 너무 명석해서 우뚝 홀로 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여자를 꼭 여자로 보는 남자를 좋아합니다.
여자의 얄팍한 정신세계와 올록볼록한 육체의 아름다음을 진정 탐미할 줄 아는 남자의 자랑하지 않는 자신감이 좋습니다.
이런 남자는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겁니다.


어머님이 반대하니까 군대가기 전에 혼인신고 먼저 하겠다고 제법 나서는 듯 하더니 막바지에 침묵보다 못한 말을 내뱉고 떠나는 남자.
“혼인신고 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하는 줄도 모르고 해서.”

“내 아이 나아줘” 매일 물먹듯이 말하던 그가 임신했다고 하니까 침울해 합니다.
“나 군대 가는데 당신 혼자서 너무 힘들 것 같아서...다른 뜻은 없어.”
설득력 있게 말을 해보려고 하는데 변명 맞습니다.

음주운전 때문에 변호사를 고용했는데 비용을 다 지불하지 못한데 이어
대학 다닐 때 친구에게 꾼 돈도 아직 갚지 않았답니다.
천박해 보이는 눈두덩이에 처량 덩어리가 비천하게 매달려 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그 돈 다 갚아 줬다고 합니다. 하하하.

전화통을 붙들고 삽니다.
이 사람 저사람 이 여자 저 여자,
같이 잔 여자도 여자, 후배도 여자, 선배 여자도 여자,
다들 친구라는데 모라 하겠습니까. 매일 전화하고 열심히 만나랄 수밖에.

키우는 강아지를 제법 아끼는 것 같더니 산보 중에 잃어버렸습니다.
그런데 허둥대기는 커녕 어슬렁 걷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
좀 이상한 남자입니다.
눈동자가 풀려 나갔나 봅니다.
복도에 자기 강아지가 싸놓은 똥을 치우지도 않고 유유히 외면하는걸 보면.

미국의 음모와 횡포로 인해 북한이 고립될 수 밖에 없으며 한국전쟁도 북한이 쳐들어 왔다는 근거가 없다고 합니다. 미국의 농간에 휘말린 우리나라의 처사에 분개 합니다.
반미 감정이 극에 달해 흥분을 일삼던 그가 카츄사로 입대를 못해 안달입니다. 있는 힘을 다해 통역병에 합격했는데 미군들과 근무하게 되어 편안하다고 합니다. 자기와 함께 근무하는 미군 애들은 정치군 들에게 이용당하는 순진한 아이들이랍니다.
합리화의 명수는 말재주도 여간 아닙니다.

그는 말 꼬리 잡고 이죽거리다가 술을 퍼 마십니다. 벽을 부수고 의자를 내동댕이칩니다.
노래방 종업원, 택시 기사, 그리고 나에게 욕설을 퍼붓습니다.
100원주고도 볼까 말까하는 싸구려 쇼가 다 조작된 대가리 쇼입니다.
정신이 비틀 비틀 고정이 안 되나 봅니다.
이론만 멀쩡하다보니 무척 헐벗어 보입니다.
처절한 그의 일인극은 아무리 봐도 웃음만 납니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는 자기 존중 자기 중심이 단단한 사람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는 내가 내미는 마음과 손을 편안한 자세로 답례해주고
자기 분수의 울타리를 만들어 나를 초대해 줄 것이며
마음의 그릇으로 나를 담을 것입니다.
그는 한 개의 귀로는 항상 나의 말을 들어 줄 것이며 차분한 행동으로 내편이 되어줄 것입니다.
나는 나의 매력을 평가 하지 않고 나의 매력을 감상해 주는 남자가 정말 좋습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