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넌 그림도 제대로 못그리면서 왜 그림한다고 했냐 "
무심한 그녀는 오늘도 나에게 핀잔을 주고 있었다
'바보 .. 내가 왜 그림을 배운지 정말 모르고 있니 ,난 너와
잠깐이라도 같이 있고 싶어서였어'
하지만 난 이말을 끝내 하지 못했다 학교 서클에서 만난우리는 각자 다른 학교였지만 일주일에 한번 있는 모임에서
만날 수 가 있었다 항상 다소곳히 앉아있던 그녀는 유난히도
얼굴이 하얗게 보였었다
'소영아 , 우리 친구하자 ..이거 내 삐삐번호다 ..니 삐삐번호도 갈켜주라 음성같은거 많이는 안남길께..'
몇달 몇일을 망설이고 망설여 한 말이였다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서슴없이 번호를 적어주었다
"음성 많이남겨두돼 .. 근데 이상한 번호 남기면 죽어 "
'알았어 .. 그럼 우리 친구하는 거다 삐삐친구..알았지'
그날부터 난 몇번이고 공중전화앞에서 녹음할 말을 연습하고 연습을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한번도 제대로
녹음한 적이 없었다
'소영아..오늘날씨가 춥다 나 집에가는 길인데 ....(우리 낼 만날까) 올라오는 말을 도저히 꺼낼수가 없었다
'....집에가는 길인데 공중전화에 동전이 남아있길래 녹음
남긴다 . 이거 듣고 잘자라 그럼 담주에 보자 .'
어김없이 매번 똑같은 말만을 되풀이 했다
그렇게 조용히 1년반이 흘러갔다 하지만 조용히 흐르는동안
그녀와 나는 친구로써 가까워 지고 있었다 .. 내가 느끼긴엔
그러던 어느날 뜻밖에 그녀의 메세지가 녹음되었다
"나 이제 학교 못다닐껏 같아 1년 남았는데 유학가서 공부하려고 학교 그만두고... "
순간 당황했지만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갑자기 무슨 유학이야 ..그것도 학교를 1년 남기고 자퇴를
한다니 나도 모르게 난 흥분되있었다 하지만 좀더 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난 멍하니 전화기를 들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동안 너무 고마웠어 항상 걱정해주고 근데 나 당분간 못볼꺼야 유학준비때문에 바쁘거든 내 삐삐도 이제 없앨꺼야
연락은 내가 니삐삐로 할께 그럼 내 연락 기다리고 그때까지
잘지내..."
이게 무슨말인지.. 난 녹음을 다시듣고 또 다시들었다
다시 들어도 분명 같은 말이였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그동안 ..그동안이라면 더이상은 없다는 말인가 ..
난 황급히 그녀의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그녀의 번호는
지워지고 없었다 이렇게 떠나는 건가 난 그녀를 찾아갈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 찾아갈 용기가 전혀 나질
않았다 그후론 그녀소식은 전혀 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4년이나 가슴속에서 그녀를 잃어가던 중이였다
우연히 누나와 같이 누나 친구가 하는 쌀집에 가게 되었는데 가게 오른쪽 벽에 걸려있던 가족사진 난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 다시한번 보고 또 보았다 분명 소영이였다 하얀얼굴의 소영이였다
'저 혹시 여..여기 이 여자애 이름이 소영이 아니에여 ?'
"어..너 얘 아니? 내동생인데 그러고 보니 같은 나이구나
어떻게 아는데"
'고등학교때 같은 써클이였어요 참 고3때 유학간다고 했는 데 지금 한국에 있나여'
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할수없었다 한국에 있다는 말이 나오길 은근히 바라고있었다
"유학? 무슨유학?"
'어..학교 자퇴하고 유학간다고 했는데..안 갔어요?'
"너 진짜 얘 소식모르고 그러는거니?"
무슨..갑자기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이게 어찌된일인지
난 그때까지도 또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메세지를 그동안 고마웠다고..반드시 연락하겠다고..
"내 동생 하늘나라간지 벌써 2년이되가는데...너 진짜 모르고 있었어 고등학교때 친했으면 왜 학교 그만두었는지 알았을텐데.."
난 더이상 말이 나오질 않았다 하늘나라 ...분명 하늘나라라면 내가 있는 이곳.. 이땅이 아닌 다른 곳이 였기에..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아니 믿을수가 없었다
그때 갑자기 가슴이 아파왔다 그동안 참아왔던 기다림과
서러움이 한번에 박차고 올라오는것 같았다
마른침만 되풀이하면 삼키고 있었다
'바보 ..왜 그때 아프다는 말을 한번도 하질 않은거야'
그녀는 고1때 유행성출혈열이라는 병을 얻게되었고
그후로 계속해서 한달에 두세번씩 피를 걸러내는 크나큰
고통을 견뎌내고 있었던 것이였다
고3이 되던 그해 그녀는 더이상의 투석으로는 버티기 힘들었다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어쩔수없이 병원에 입원을해
힘든 자기와의 싸움을 지내고 있었던거다 ..
유난히도 희던 얼굴이 ...그런 고통속에서 생겨난 아픔일
줄은... 정말 생각치도 못했다
그녀는 그런 자신에게 아무것도 모르고 철없이 굴었던
날... 마지막까지 고마워했었다 아마도 나에게 그런 얘기조차 꺼내기 힘들었나보다 내가 그녈 좋아한다고 말 못한것
처럼.....
'바보.한마디라도 하지그랬니 ..아프다고 힘들다고 이제 못견딜것 같다고 ...'
그렇게 7년이라는 시간이 다시금 흘렀다
그런데 우연히도 군대에서 만난 동기이름이 "소영"과 같은
이름이였다 그래서 그친구 땜에 내가 소영이를 지울수가 없었다 그 친구는 제대하자마자 중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나랑은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었다
어느날이였다 한참동안이나 연락이 없던 중에 간만에 그녀석한테서 메일이 왔다 ..보고싶다고 ...
난 그메일을 보다 멈쳐버리고 말았다 바로 그 녀석한테 메일을 받던날 그녀가 세상을 떠난지 7년째가 되던날이였다
사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진짜 잊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도 같은이름의 친구가 그날 하필이면 그날
메일을 보내다니...
너무도 당황했다 아니 진짜 무서울정도로 소름이 끼쳤다
순간 그녀가 자기를 기억하라고 친구를 빌려 말하는듯
보였다 ..지금도 그녀가 날 보고 있는듯 했다
너무도 미안했다 자신의 고통을 숨기며 조용히 가슴속에
묻혀지게 하던 그녀..
'소영아 지금 여기는 겨울이야 니가 제일 좋아하던 겨울
니가 언젠가 말했지 첫눈이 가장 좋다고 첫눈은 일년에
한번밖에 안내리니깐 소중한 눈이라고 ...꼭 맞아야 한다고
얼마전에 첫눈이 내렸단다 넌 하늘에서 보고 있었겠지...
정말 미안하다 잠시나마 내가 널 잊고 있었다는거..
이젠 순간이라도 널 잊고 있지 않을께.. 부탁이있어
그곳에선 아프지마...절대 아프지마 언젠가 내가 널 보게
되면 그땐 건강한 모습으로 웃고있어야 해 그러면 내가
너에게 못한말 사랑했었다는 그말 꼭 할께 ..... 이쁘고
해맑은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어야해 ...
미안하고 사랑한다 ...
어느 겨울날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