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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여자' 장진 감독의 '부조리' 코메디...

ZIRO |2004.06.29 14:12
조회 2,392 |추천 0

장진 감독의 4번째 장편 영화 ‘아는여자’ 를 봤다.

 

국내에서 ‘누구의 영화’ 라고 불리울 만큼 자신의 스타일을 명확하게 갖춘 감독은 몇명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장진 감독은 분명히 그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감독중에 하나다.

 

예전에 일요일 오전에 하던 코메디 프로그램에서 장진 감독은 ‘헐리웃 통신’라는 제목의 코너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잠실철교를 거닐면서 금문교 위에 있다고 우기고, 놀이공원에 서 있는 미니 자유의 여신상 앞에 서서 뉴욕이라며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모습이 참 특이했었다.

 

장진의 코메디는 이처럼 ‘부조리’에 근간을 두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 비현실적 설정, 비현실적 인물들과 대사 등... 사실은 캐스팅 부터가 정말 안어울릴것 사람들로만 짜여져 있어 과연 어떤 그림이 나올지 의구심부터 들게 만든다.

 

‘아는여자’ 는 그런 면에서 일단 성공적이였다.

 

외계인 같은 여자 이나영과 얼굴과 절대 안어울리게 코믹스러운 배우 정재영의 조화는 정확히 계산된 상황과 연기에 힘입어 완벽한 배합을 이룬다.

◇두 배우는 그냥 나란히 놓고 보기만 해도 너무 안어울려 보인다.  

장진은 절대 슬랩스틱이나 관습적 웃음을 배치 하지 않는다.  배우들도 과장을 완전히 배제한채 정극 연기를 펼친다.

 

일반적인 코메디는 웃기는 캐릭터와 웃기는 연기를 통해 결국 웃기는 장면까지 만들어 내지만 장진의 코메디는 완벽한 드라마적 상황속에서 관객들의 훈련에 의한 예측을 어긋나게 만들면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마치 최민수 시리즈가 그가 가지는 이미지와 상치되는 상황 설정을 통해 유머를 만들어내는것과 비슷하다.

 

그에게는 웃기게 생긴 배우가 필요치 않는다. 코메디 배우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심각하게 진지한 대사를 눈하나 안깜빡이고 내뱉을수 있는 배우가 필요하다.  그런면에서 정재영과 이나영의 조합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정재영은 입만 다물고 있으면 터프가 줄줄 흐르는 비운의 캐릭터에 딱 어울릴것처럼 보이지만 대사를 치는 순간부터 희안하게 웃음을 유발시키는 배우다.

이나영은 ‘내 멋대로 해라’ 에서와 유사한 톤의 연기로 엉뚱하고도 귀여운 여주인공을 완벽히 소화 하고 있다.

 

장진의 첫번째 로멘틱 코메디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자못 기대가 컸고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중간에 삽입되는 액자 스토리는 관습적인 로맨틱 코메디의 플롯을 장진 스타일로 꼬집고 있어 색다란 재미를 주지만, 후반부에 정재영의 질주씬에서 그 역시 완전히 자유로울수는 없음을 보여준다.

 

‘간첩 리철진’ 에서 주인공 류오성을 죽여 나를 당혹스럽게 했던 장진의 행보는 킬러들의 수다에서 부터 나를 충분히 만족시켜 주고 있다.

 

아 ... 한가지 덧붙이자면 그의 영화에 항상 얼굴을 내미는 익숙한 조연들을 보는것도 한 재미다.

 

마치 캐빈 스미스가 그의 짝패들을 자신의 영화에 늘 출연시키듯이 장진의 패거리들도 항상 영화속 곳곳에 배치되어 짧지만 특이한 웃음을 전해준다.

 

장진을 한마디로 정의 하자면... 웃음의 맥을 집을줄 아는 감독이라고나 할까... 충분한 흥행력과 기획력을 가지고 작품마다 적절한 성공으로 돈도 벌줄 아는 감독들이 흔치 않은 상황에서 그가 롱런하기를 바라고 싶다.

 

다작을 하지는 않지만 작품을 낼때 마다 기꺼이 극장을 찾게 만드는 감독이 있다는것은 어쨌든 영화팬으로서 참 즐거운 일이니까 말이다.

  ZIRO가 쓰는 영화 잡담 'ON SC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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