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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막 뒤쪽으로 도망가려 할 때 한 무리의 병사들이 나타나며
그들을 막았다.
"어떻게 저들이 이렇게 빨리 왔지?"
치우가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춘달도 너무 빨리 지원군이 도착하자 이상했다.
그러나 이내 그는 지원군의 복장을 보고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오! 오늘 태수께 오기로 한 북청의 북위군 이구나.'
지원군으로 도착한 병사들은 하나 같이 모두 붉은 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붉은 옷의 한 쪽엔 "북위(北爲)"아라고 써 있었다.
춘달은 지원군이 북청의 북위군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벌레씹은
표정이 되었다.
'젠장! 꼬마에게 인질로 잡힌 꼴을 저 북청 놈들에게 보여줘야 하다니....
멍청한 놈! 그냥 우리 남청의 청랑대를 끌고 왔어야지....
왜 북청 놈들을 끌고 와! 이 놈! 내 이곳에서 풀려나면 넌 죽었어.'
춘달은 눈을 부라리며 지원군을 부르러 간 병사를 죽일 듯이 쳐다봤다.
그러나 그의 눈빛을 받은 병사는 자신의 상관이 칭찬의 눈빛이 아닌
싸늘한 한기를 느끼게 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보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북청과 남청이 연합하여 대동국의 땅을 차이 한 뒤로 그들은 서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바빴다.
바다의 자원과 무역활동의 요충지인 적출만을 차이하기 위해 그들은
서로 싸우기까지 했다. 또한 군사적 요충지로 지리적 여건이 좋은 대동을
서로 자신의 근거지로 삼기 위해 치열한 작적을 벌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대립할수록 아직 안정적인 통치를 하지 못하는
지역을 다른 나라에게 빼앗길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서로 대립하다 끝내는 공동 연합체를 세워서 같이 관할하여
이익금을 공동 분배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청연합군을 배치한 것이다.
그러나 청연합군 자체에도 북청과 남청의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한배를 탄 동지이자 적인 것이다.
그들의 연합은 그렇게 완벽한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춘달이 인질로 잡혀 있으면서도 북청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는
것도 이와 같은 것일 것이다.
많은 병사들이 다가오자 놀란 심하연이 치우를 보고 말했다.
"치우야. 너라도 얼른 도망가."
"안돼. 나만 어떻게 도망가.....할아버지와 누난 내 생명의 은인인데."
"아니야. 나와 할아버지는 잡혀도 저들이 어떻게 하지 않을 거야.
그러나 넌 저 병사를 위협했기 때문에 사형 당해. 네가 어떻게 저들을
모두 당할 수 있어."
심노인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연이의 말이 맞다. 우리는 괜찮을 거니 너라도 도망가라.
넌 잡히면 죽는다."
"안돼요. 그럴 수는 없어요."
"치우야. 난 어차피 돈 때문에 어디로 도망가든 놈들이 놔주지
않을 꺼야. 내가 이대로 태수한테 가면 할아버지도 괜찮을 거야.
그러나 넌 이들에게 잡히면 살 수 없어. 내 운명이 이렇다면
받아들이겠어. 그러나 네가 죽는 건 싫어...제발!"
심하연의 말에 치우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아......치우야......치우야.....넌 너무 무능하구나. 네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도망만 다녀야하다니....난 불행한
인간인가? 왜 내 곁에서 모두 떠나갈까.'
치우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누나! 내 꼭 다시 누나를 구하러 갈 께요. 돈을 구해서 누나를
꼭 다시 데려 올 거예요. 기다려 줘요. 알았죠?"
치우의 말에 심하연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기다릴게."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지원군으로 온 병사들 사이로
검은 색 말이 앞으로 나왔다. 말 위에는 붉은 갑옷을 걸친 장수가
거만한 시선으로 춘달과 치우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어린 치우의 손에 잡힌 하달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일인가 해서 왔더니....남청의 용맹한 청랑대 대장께서
어린아이에게 인질이 되었군. 허 참! 세상에 이렇게 진귀한
구경도 하게되는구나. 하하하"
그의 말에 북청의 북위군 병사들이 웃었다.
"하하하하."
남청의 병사들은 그들의 비웃음을 듣고 얼굴이 붉어지며
화가 나서 욕을 해댔다.
"이놈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춘달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으나 지금은 자신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이 수모는 반드시 갚아주리라 다짐했다.
말을 탄 북청의 장수가 다시 말했다.
"그래. 우리가 어떻게 도왔으면 좋겠소? 어린놈을 단칼에
베어버릴까? 후후"
역시나 거만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몰고 천천히 치우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춘달은 북청의 장수를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흥! 당신의 그 알량한 실력으로 되겠소?"
그의 말에 북청의 장수는 불끈해서 소리쳤다.
"어린 아이하나 다루지 못하고 잡힌 주제에 말은 많구나.
잘 보아라 내가 어떻게 요리하나"
그는 소리치며 말을 몰고 치우 앞으로 나섰다.
치우는 그를 보고 소리 쳤다.
"멈춰라! 멈추지 않으면 이놈을 죽이겠다."
치우의 말에 말을 탄 북청의 장수는 비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네 놈 마음대로 해라. 나야 저 놈이 죽든 말든 네 놈만
잡아서 건수만 올리면 된다."
그의 말을 들은 치우는 춘달을 쳐다보았다.
춘달은 얼굴이 울구락 불그락 해져서 씩씩거리며 북청의 장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사람을 인질로 붙잡고 있어도 소용이 없겠구나. 저 놈은 정말
이 사람이 죽어도 신경을 쓰지 않을 기세다.'
치우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거센 기운이 자신의 머리로
덮쳐오는 것을 느끼고 뒤로 몸을 뺐다. 그 순간 날카로운 도가
자신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헛!!"
치우가 자신의 도를 쉽게 피하자 북청의 장수는 놀라운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재미있는 놈이군!"
그는 말과 동시에 다시 반원을 그리며 도를 치우에게 내려쳤다.
도의 거센 기운이 몰아 쳐 오자 치우는 자신의 창으로 막았다.
"창!!"
맑은 쇠 소리가 울리며 불꽃이 튀었다.
북청의 장수에게서 놀람에 찬 소리가 튀어나왔다.
"허! 이 놈 봐라."
그러나 그의 놀람에 찬 말은 곧 경악으로 바뀌었다.
어느새 치우가 북청의 장수 뒤쪽으로 몸을 움직이며 그의 등 쪽을
창으로 공격한 것이다.
치우의 칠성보는 신출귀몰하여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었다.
더구나 북청의 장수는 말에 타고 있어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해서
치우에게 순식간에 뒤쪽을 빼앗기고 만 것이다.
"이런!!"
놀란 북청의 장수는 말 위에서 몸을 솟구쳐 오르며 치우의 창을
피하려 했다.
그 순간 치우는 자신의 창을 북청의 장수에게 던졌다.
비록 그의 내공이 약해 큰 힘이 실리지는 않았으나 공중에 몸이
뜬 상태의 북청 장수에게는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그는 기겁을 하며 자신의 도로 치우의 날아오는 창을 쳐내며
그 기운을 이용해 뒤로 멀리 떨어져 내려앉았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치우를 다시 공격하려 했다.
그런데 어느새 치우는 그의 말을 타고는 병사들의 포위망을
뚫고 도망가고 있었다.
병사들은 말이 거세게 달려들자 겁을 집어먹고 달려들지 못하고
피하기 바빴다.
그 짧은 순간에 치우는 이미 말을 타고 멀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북청의 장수는 노해서 소리쳤다.
"이런 멍청한 놈들!! 얼른 쫒아 가서 잡지 못하느냐!!"
그러나 이미 치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지금 쫒는다 해도 그를 잡기는 이미 늦은 것이다.
북청의 장수는 씩씩거리며 자신의 실수를 탓했다.
'이런! 어린아이라고 너무 방심을 했어. 그래도 대단한 놈이었다.'
그가 자신의 잘못을 곱씹고 있을 때 비웃음에 찬 말이 들려왔다.
"하하하. 어린이에게 말도 빼앗기고 재미있었소? 당신이 손을
본 것이 아니라 그 어린 놈이 당신을 손 본 것이 구만. 하하하."
춘달의 말에 북청의 장수는 화가 났으나 아무 할 말이 없었다.
"흥!"
춘달은 비록 치우 때문에 창피를 당했지만 북청의 장수가
자신을 비웃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런데 통쾌하게도
치우에 의해 북청의 장수가 망신을 당한 것이다.
그는 한편으로는 치우를 죽일 듯이 미워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고맙기까지 했다.
북청의 장수는 더 있다가는 자신의 위신만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가자!"
그들이 사라지자 춘달이 심하연을 보고 말했다.
"넌 우리와 가야겠다. 대신 네 아비는 건들지 않으마."
그의 말을 들은 심노인은 심하연을 안으며 말했다.
"미안하다. 이 못난 아비 때문에 네가 ....."
"괜찮아요.....흑!흑!"
심하연은 눈물을 흘리며 심노인에게 말했다.
"아버지....부디 몸 건강하세요."
그들을 보던 춘달이 소리쳤다.
"뭐하냐? 얼른 가자! 태수님이 기다리신다."
병사들이 심하연을 양쪽에서 잡고 심노인에게서 떼어냈다.
"아버지!!"
"하연아!!"
그들의 안타까운 부름을 듣고도 병사들은 잔인하게 심하연을
끌고 춘달에게 다가왔다.
"가시죠."
"그래."
심하연을 끌고 가던 병사 중 한 명이 물었다.
"저기....아까 도망간 놈은 어떻게 할 까요?"
그의 물음에 춘달이 말했다.
"뭘 어떻해? 오늘 있었던 일은 없었던 일이야. 모두 알겠나?
만약 오늘 일을 떠벌이고 다니는 놈이 있으면 그날로
죽음인 줄 알아. 알았어?"
그의 말에 병사들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예!!"
춘달은 병사들의 대답소리를 듣고는 생각했다.
'이 일이 태수님의 귀에 들어가면 좋지가 않지. 내 진급에도
문제가 많고...그렇다고 이 원수를 그냥 둘 수도 없구.
개인적으로 조용히 처리해야겠군.'
그는 생각하며 병사들을 이끌고 마을로 들어갔다.
치우는 한동안 정신없이 말을 달리다 숲 깊이 들어온 것을
깨닫고는 말을 멈추었다.
"이런! 너무 멀리 와 버렸네. 더 이상 놈들이 쫒아 오지는 않겠지."
그는 중얼거리며 심하연을 어떻게 구출 할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도 방법을 찾을 길이 없었다.
"나 혼자 관으로 쳐들어갈 수도 없구. 들어가서 구출한다 하더라도
불한강을 넘어 대동국으로 들어 가야하는데 청연합군이 지키고
있으니 그것도 쉽지가 않아."
그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답이 없자 자신의 머리를 쳐대며 소
리쳤다.
"아! 미치겠다. 어떻게....해야하나....이대로 누나를 보낼 수는 없어."
한 참을 고민하던 치우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은 없다. 돈 때문에 누나가 잡혀갔으니 그 돈
을 구해서 누나를 데려오는 수밖에는...."
그러나 그 방법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럼 그 많은 돈을 어디서 구하지?....일단은 마을로 들어가자.
들어 가서 마을 최고의 갑부가 누군지 살핀 후 도둑질을 해서라도
돈을 구해야지"
결심이 선 치우는 지체 없이 마을 쪽으로 말을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