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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녀+킹카남 신데렐라 스토리 브라운관 점령

춘님이 |2004.07.02 19:15
조회 7,179 |추천 0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나 정치·경제적 상황이 지금보다는 괜찮았던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브라운관에서는 생활밀착형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2003년 여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MTV 미니시리즈 ‘옥탑방 고양이’와 올해 초 K2TV 수목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 등 너무나 평범해서 궁상맞아 보이기까지 한 우리네 소시민들의 삶을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아름답게 그려낸 ‘착한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김선일씨 피살사건 등 무척 끔찍한 뉴스가 연이어 터지는 암울한 2004년, 요즘 안방극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동화 같은 스토리의 드라마들이 전성시대를 이루고 있다. 냉혹한 현실을 잠시라도 잊고 싶은 시청자들의 ‘착한드라마’에 등을 돌리고 대신 ‘팬터지드라마’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실제로는 매력적인 미모가 있는) 여자와 ‘모든 것을 다 갖춘’(그러나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남자의 결합이라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요즘 안방극장의 인기코드를 분석했다.

◇백수녀와 킹카남이 결합해야 한다

STV 특별기획 ‘파리의 연인’의 김정은, K2TV 미니시리즈 ‘풀하우스’의 송혜교, K2TV 주말연속극 ‘애정의 조건’의 한가인의 가장 큰 공통점은? 백수이거나 백수나 다름없는 불쌍한 존재들로, 드라마 초반 무척 초라하게 등장한다는 것이다.

고아로 무작정 파리 어학연수를 감행한 김정은은 남의 집 가사도우미를 하지 않으면 집세를 걱정해야 할 만큼 가난하고, 사랑만 믿고 대책 없이 미혼모가 된 한가인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간신히 고교를 졸업하고 인터넷 소설가를 자처하는 송혜교 역시 몽상가에 가까운 완벽한 백수.

그러나 이들에게서는 생활이 주는 곤궁함이 절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최저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벌이지만 때맞춰 완벽한 킹카가 이들 앞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왕자님의 등장은 정말 동화적이다.

김정은은 낭만적인 파리에서 자신이 가정부로 일하는 집의 주인인 백만장자(박신양)와 사랑에 빠지고, 송혜교는 이 시대 최고의 인기스타(비)와 결혼한다. 한가인 또한 “그렇게 조건이 완벽하지만 않아도 좋을 텐테...”라고 한탄할 만큼 멋진, 미국 유학파 출신 엘리트(송일국)의 전폭적인 구애에 행복한 고민 중이다.

백수 여주인공들은 사실 시청자들이 실제로 처한 현실과 심리상태를 대변한다.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대다수 평범한 시청자는 자신을 이런 암울한 처지에서 구해줄 완벽한 절대자를 꿈꾸는 것이다.

◇신데렐라는 최대한 망가져야 한다-연기력의 승리 김정은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열렬한 환호를 받는 것은 단지 시대 상황이 불황이어서만은 아니다. 그건 너무 진부한 얘기지만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신데렐라들의 몸을 바친 호연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파리의 연인’의 김정은은 “그가 아니었다면, 시청률이 이토록 잘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제작진이 인정할 만큼 절대적이다. 시청자들이 자신의 어떤 표정과 연기에서 환호하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는 그는, 치밀하게 계산된 연기로 드라마 대박의 강력한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다.

주말연속극에 처음 도전한 한가인도 이전보다 한층 향상된 연기력으로 호평받고 있다. 이전에는 인형같이 예쁜 외모로 다소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애정의 조건’을 통해 연기자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꽃미남은 필요없다. 경제력이 최고!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 ‘풀하우스’의 비와 김성수, MTV ‘불새’의 이서진과 ‘황태자의 첫사랑’의 차태현은 모두 엄격히 말해 조각 같은 외모를 자랑하는 절대 미남은 아니다. 깎아놓은 듯 멋진 얼굴은 불황기에는 필요없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얼마면 되는데?”라고 호기롭게 말할 수 있는 넘치는 경제력만이 필수조건일 뿐이다.

우리의 여주인공들은 엄청난 경제력 앞에 재수없어하고 어이없어하면서도 결국은 ‘무엇이든 가능하게 하는’ 넘치는 돈의 파워와 행복하게 화합한다. 안방극장이 주는 환상의 세계 앞에 모여든 사람 중 과반수가 바로 여자이기에 이런 신데렐라 스토리는 수천번을 거듭해도 질리지 않는다. 할리우드가 성공한 이면에는 미국 서부지역에 모여 살던 가난한 중국 이민자들의 공이 컸다. 당시 중국인들은 생활이 너무 힘들었지만 할리우드가 주는 2시간의 꿈에 빠져 매일 밤 힘들여 번 돈을 내놓았다.

갈수록 살기가 어렵다는 지금 드라마는 서민들에게 꿈을 주는 공장이다.

최효안기자 a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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