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신데렐라를 꿈꾸며-제16부-

까미유 |2004.07.08 14:24
조회 3,202 |추천 0

제 16 부




뒤척이며 수정은 밤새 잠을 못이룬다. 꿈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

제 볼을 꼬집어 본다. 역시 아프다. 수정은 혼자서 실성한 사람처럼

키득거리며 웃는다. 현숙이 돌아 누우며 잠결에 중얼거린다.


-날아가는 새 뭐시기를 봤나..자다 말구 미친년처럼 웃기는....잠 좀 자자.


수정이 제 입을 막고 실실 웃으며 눈을 감는다. 그렇게 낡은 집의 지붕은

깊은 어둠속으로 가라 앉고 긴 골목길에 세워진 가로등 불빛은 점점

빛을 잃어간다. 태양이 다시 떠오르므로.

눈을 떴을 땐 삼십분이나 늦잠을 잤다는 걸 알았다. 수정은 놀란 눈으로

벌떡 일어나 정신없이 욕실로 들어간다. 욕실에서 나오던 현숙은

수정의 어깨에 부딪혀 휘청인다.


-내 저럴 줄 알았다니까...밤새 실성한 년처럼 웃어대더니...쯧쯧


현숙이 제 어깨가 아픈지 인상을 쓰며 방으로 들어온다. 머리를 감다가

수정이 그제서야 어제 태희가 쓰레기통에 던진 휴대폰을 떠올린다.


-아이씨...가지고 온다는 걸 깜박했네...아, 몰라.






***************



아침 식사 자리에서 모친은 강회장의 눈치를 힐끔힐끔 살핀다. 역시

반혁은 아무나 저지르는 게 아닌가 보다. 순간 모친은 수많은 혁명가들이

참으로 간이 크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니가 데리고 온 애는 누구야?


강회장이 밥을 먹다 태희를 보며 묻자 태희가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으로

본다.


-이제 대놓고 연애질이냐?


강회장의 말에 모친이 뭐냐고 묻는 표정으로 태희를 보자 태희가

고개를 젓는다.


-호텔에 취직 시켜줬다며?


태경이 나지막히 강회장의 눈치를 보며 묻자 태희가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

강회장의 눈치를 본다.


-아..그 애요? 아니..그냥, 친구에요...일자리가 필요하다길래...안되서...

-서울에 깔린 실업자들 죄다 취직 시켜주지 그러냐?


강회장이 수저를 놓으며 태희를 본다.


-니 앞가림이나 잘해, 엉뚱한 짓 하지 말구...호텔이 놀이터야?

엄연한 직장이야, 왜 니 멋대로야?


강회장이 나무라지만 평소와는 달리 목소리가 부드럽다.


-다 먹었으면 그만 일어나.


강회장이 태경에게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자 모친이 태희를

흘겨 본다. 태경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의 아내가 따라 일어난다.


-하루도 편할 날 없지, 뭐야 이번엔?

-아무 것도 아니야.


태희가 모친의 시선을 피하며 밥을 먹는다.


-아버지 나가시는데 안 일어나?


모친이 한심한 듯 태희를 보며 툭 내뱉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간다.


-아이씨....소화 안되려 그러네.


태희가 수저를 놓고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간다.




***********



진우는 윤미가 선물한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건다. 그러다 휴대폰을

꺼내 수정에게 전화를 걸어 본다. 결국 전화는 받지 않는다.

진우는 다시 수정에게 문자를 보내기 위해 휴대폰을 다시 연다.


생일 잘 보냈니? 수정아....


결국 문자를 보내지 못하고 그냥 닫아 버리는 진우의 표정은 어둡다.


-이상하지, 널 잃고 나서야 내가 철이 들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냥 장난처럼 널 사랑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아니었나봐. 이제야

내가 어른이 된건가?


진우는 혼잣말로 중얼 거리다 운전대를 잡는다.




***********



허겁지겁 서둘러 전철에서 내려 뛰어가는 수정, 계단을 막 뛰어 오르다

순간 멈춰 선다. 그리곤 뒤를 돌아본다. 처음 태희를 만났던 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곤 이어서 진우와 다투던 날의 기억이 교차한다.

수정은 물끄러미 아래를 내려다 보다 고개를 돌려 다시 뛴다.

호텔에 도착한 수정은 손목시계를 보며 들어간다. 다행히 지각은 겨우

면했다. 총지배인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다 수정과 마주친다.


-반갑습니다.


수정이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를 하자 총지배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지나치려다 총지배인이 수정을 불러 세운다.


-잠깐만.


수정이 돌아본다.


-아무리 태희 빽이래도 서류는 제출해야지?

-아, 이력서 말이죠?

-그래.

-네, 낼까지 준비해서 제출하겠습니다.

-할만해?

-재밌어요, 처음 하는 일이라서...그럼.


수정이 인사를 다시 하고 돌아서 뛰어 가자 총지배인이 그런 수정을

물끄러미 보다 웃으며 돌아서는데 태희와 마주친다.


-요즘 출근 시간이 칼이네?

-사람이 그런 날도 있어야 되지 않어?


태희가 총지배인의 어깨를 툭 툭 치며 지나쳐 가려 하자 급하게 태희의

팔을 잡는다.


-왜?

-수정이란 애하곤 어떻게 되는 사이냐?

-참, 내....별게 다 궁금하셔?

-너랑 나 사이에 비밀이 어디 있었다구.

-그러셔? 그래서 우리 아버지한테 그새 일러 받치셨어?

-말은 바로 하자, 일러 받친게 아니라 보고한 거지...직원 한 명 늘면

회장님 주머니에서 돈이 그만큼 나와야 하는데, 돈 줄 사람이 그걸 모르고

있으면 되냐?

-충신 나셨네, 아니지...충견이지...누가 개라고 안할까봐....당신 같은

사람만 딱 한 명 더 있으면 우리 아버지 금방 재벌 되시겠수.

-에이, 사실 지금도 재벌이지 안그래?

-재벌 좋아하시네, 재벌집이 밥 먹을 때마다 반찬 다섯 가지 이상은

안 올리고 먹냐? 먹는 것 가지고 어찌나 치사하게 구는지...이러다

나 영양실조 걸리겠다니까. 그러니까 이 말두 좀 보고 해주시죠?


태희가 손을 뿌리치며 돌아서 가자 총지배인이 웃으며 돌아선다.




************



열린 대문을 열고 정원으로 들어서는 새어머니는 여전히 기가 죽는다.


-난 언제 이런 집에서 살아 보나...내 평생 팔자에 이런 집은 없겠지.


궁시렁 거리며 새어머니가 정원을 지나 현관으로 들어선다.

안방에서 모친이 나오다 새어머니와 마주친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네, 오셨어요.


시계를 힐끔 보는 모친.


-시간은 그래도 칼이시네....오늘 이층에 청소 좀 하셔야 되는데.

이층은 우리 집 큰아들 내외하구 막내 녀석 방이 있어요. 부부 침실은

청소하지 않으셔도 되구요, 막내 녀석 방만 좀 치워주세요....우리

며느리가 병원에 나가기 때문에 청소할 시간이 좀 없어요, 그래도 뭐

지들 침실은 지 손으로 하겠다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네 알겠습니다 사모님.

-아래층은 청소기로 한 번 치우시면 되구요, 주방은 뭐 특별한 거

없을 거에요, 오늘 제가 좀 나갔다 올거거든요, 점심은 준비 안하셔도

되구요, 아주머니 식사는 혼자 드셔야겠네요.

-걱정 마시고, 외출하세요...제가 알아서 깨끗이 닦아 놓을게요.

-그럼, 좀 부탁할게요.


모친이 나가자 새어머니는 실내를 훑어 본다.


-위아래층 청소 다 하고 나면 한나절이겠네...운동장이 따로 없네,

없어....아이고.


새어머니가 거실로 내려와 쇼파에 털썩 주저 앉는다. 푹신한 것 같아

제 엉덩이를 들썩이며 손으로 쇼파를 만져 본다.


-아유, 부자라 그런가 가죽이 아주 부드럽네....그런데, 수정이 이년은

도대체 죽은 거야, 살아 있는 거야.


생각난 듯 새어머니는 수화기를 들고 수정에게 전화를 건다.

신호음만 길게 가다 음성으로 넘어간다. 수화기를 신경질적으로

내려 놓으며 투덜댄다.


-이제 아예 전화도 안 받겠다? 그래, 니 애비도 이제 필요없다 이거냐?




**************



윤미는 다른 날과 달리 얌전하게 옷을 입고 내려온다. 아래층에서

윤미를 보던 모친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위아래로 훑어 본다.


-이쁘다, 그렇게 입으니까 얼마나 좋아?

-불편하단 말야...


윤미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투덜 거린다.


-점심만 먹구 와, 누가 하루 종일 있으래?

-내 나이 이제 겨우 스물다섯이야, 이 나이에 꼭 선을 봐야겠어?

-늬 아버지 얼굴 봐서 눈 감고 딱 한 번만 봐. 당장 결혼하라는 것도

아닌데 그걸 못해?

-결혼도 안할건데 보긴 왜 봐? 아빠두 그래, 꼭 이런식으로 아빠 체면

세우겠대? 딸년 팔아 먹는 거지...

-말을 해두, 팔긴 뭘 팔어? 니가 물건이야, 팔게?...이왕 나가는 거

기분 좋게 나가, 가서 한 시간만 버티다 와...알았지 우리 딸?


모친의 윤미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엉덩이를 두들기며 말한다.

윤미는 정말 가기 싫은 얼굴로 삐죽삐죽 걸어 나간다. 정원을 가로질러

대문 밖으로 나간다. 세워진 차에 오르고 윤미는 시동을 걸기 전에

진우에게 전화를 걸려다 그만둔다.


-그래, 성진우....너 내가 오늘 누굴 만나러 가는지 알아? 알면..

아닌 척해두 너, 배가 좀 아플거다. 근데...정말 가기 싫다.


한숨을 내쉬며 윤미가 시동을 건다.




*************



태희는 태경이 양식당에 와 있다는 걸 전해 듣고 그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러다 혹시나 수정이 잘하고 있나 싶은 생각에 입구에 서서

안을 기웃거린다. 아무리 찾아봐도 수정이 보이질 않는다.


-얘가 오늘 출근 안했나?...어디 아픈가?


태희가 기웃거리는데 식당안으로 들어가려던 수정이 그런 태희를 보고

슬밋 웃는다. 그리곤 살금살금 들어와서 태희의 등을 툭 친다.


-뭐하니?


태희가 깜짝 놀라며 돌아보자 수정이 알만하다는 듯 피식 웃는다.


-뭐 잃어버린 거 있니? 애타게 뭘 그렇게 찾어?

-찾긴 내가 뭘 찾아?...여기서 나 점심 약속 있어서 왔나 안왔나..

그거 보던 참이야.


태희가 무안한지 애써 말을 돌리며 먼저 들어가자 수정이 그런 태희를

멀뚱히 보다 뒤따라 들어간다. 태희가 들어가자 태경이 손을 든다.

태경의 앞에 총지배인이 서 있다가 인사를 하고 돌아서 가는 걸 태희가

물끄러미 보다 태경의 앞에 앉는다. 테이블 위엔 다섯 사람의 수만큼

셋팅이 되어 있고 다른 테이블보다 각별히 신경을 쓴 흔적이 있다.


-뭐야 갑자기?


태희가 시큰둥하게 묻자 태경이 어떻게 말을 꺼낼까 하는 표정으로

잠시 머뭇거리다 말한다.


-아버지가 먼저 자릴 만드셨어.

-아버지가?

-어....손님도 오실거야.

-손님?

-이회장님 아시지?

-대명그룹?

-어...그 분하고 오늘 점심 약속이 있으시대.

-근데 나까지 왜 부른 거야?

-소개 시켜 드리고 싶으시겠지, 어차피 여기서 니가 일을 하고 있으니까.


태경의 말에 태희는 의심스런 표정으로 쳐다본다. 태경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뭐야, 형은 같이 안해?

-난 오늘 미팅 있어.


태희가 자리에서 따라 일어나 태경에게 짜증스런 표정으로 묻는다.


-뭐야, 다른 게 있지? 내가 아버질 몰라?


그때 강회장과 이회장이 함께 식당 안으로 들어온다. 태경이 태희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서 있던 직원들이 죄다 구십도로 인사를 올리고

수정은 누군지도 모른 채 그저 인사를 한다.


-안녕하셨습니까 회장님.


태경이 먼저 이회장에게 인사를 올리자 태희가 덩달아 시큰둥하게

인사를 한다.


-자네가 큰 아들인가?

-네, 그렇습니다.

-아이구, 이렇게나 장성했던가, 몰라 보겠는데?

-결혼한지 벌써 삼년이나 됐는 걸요, 앉으시죠.


태경이 자리를 내주자 이회장이 먼저 앉고 강회장이 앉자 총지배인이

달려 들어와 인사를 한다.


-오셨습니까, 회장님.

-바쁜데 뭐하러 챙겨? 그냥 하던대로 해, 괜히 신경 쓸 거 없어.


강회장이 총지배인에게 말하자 총지배인이 목례를 하고 대답한다.


-네 회장님, 식사 준비는 미리 지시해놨습니다.

-알았네, 그만 일들 봐...태경이 너두.

-네, 그럼...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태경이 이회장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 총지배인과 함께 나간다.

멀리서 수정은 그런 모습을 힐끔힐끔 보는데 선영이 옆에 다가와

옆구리를 쿡 찌른다.


-회장님이셔, 첨 보지?

-그럼, 태희 아버지?

-어...어쩐일인가 몰라, 여기서 식사 잘 안하시는데.


곧 박전무가 안으로 들어온다. 태희는 박전무까지 오는 게 영 이상하다

싶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좀 늦었습니다.


박전무가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다.


-이 녀석이 내 막내 아들입니다, 전에 한 번 뵙었지요?


강회장이 이회장에게 묻자 고개를 끄덕인다.


-한 삼 년전인가, 그때 본 것 같은데...맞나?

-네, 회장님.


태희가 대답을 하자 이회장은 찬찬히 태희를 뜯어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이번에 제주도 호텔을 맡게 되는데 영, 걱정이 됩니다.

-걱정할 게 뭐 있나요, 이렇게 훌륭하게 컸는데...요즘 젊은 애들 아무리

철없다 해도, 제 앞가림은 다 합디다.


이회장의 말에 강회장과 박전무가 웃고 태희는 도대체 이 영감이 무슨

일을 꾸민 건가 싶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고개를 돌려 수정을 힐끔

본다. 수정과 시선이 마주치고, 그 순간 입구에 윤미가 나타나는데...

수정의 눈이 동그래지고, 그런 수정의 시선을 따라 태희가 고개를

돌리는데 태희의 표정도 역시 놀란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